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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에서떠남

가는 봄 붙잡아...

평산 2009. 5. 1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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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도 깊어 이제 그 모습이 그 모습일 거야~~'

그러니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山에 갔었다.

경사가 낮은 林道를 걸어서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전에 다리 풀어주고,

길가에 나 있는 두릅나물 꺾는 모습 바라다도 보고......

짧은 순간에 '어쩌면~~ 산에 오르는 것보다 나물 캐고 싶다.' 는 마음으로 두근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꺾어가라고 얌전하게 눈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가시나무로 방패를 삼거나 깊은 낭 떨어지였으니 오히려 산을 오르는 것이 쉬웠다.

 

 오르다 들꽃 맞이하면 햐~~~~~

 

 

 

 도란도란 얘기하며 林道가 끝나니 갑자기 경사가 가파러 지며 좁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사람의 발길이 없었을지 말린 그대로의 부서지지 않은 지난 가을 낙엽들이 가득 밟혔다.

준비운동이 되었으니 가뿐하게 한 고개를 넘었으며 힘이 벅찰 만~하면 완경사가 나와 도와주었다.

능선이 나타나자 양쪽에서 부는 바람에 싱그럽다 못해 내달리며 날아가는 기분도 느꼈다.

가다보니 커다란 키에 우아한 모습의 연분홍 꽃들이......

 

 

 

 

 난, 안개 속을 헤매이는 듯한 몽롱함에 정신이 오락가락 했다.

내 몸 일부분이 숲 속 여기저기에 흩어져 유영하며 몸뚱이만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했다.

그럴 즈음에 기운 차리고 정상에 오르자며 포도 한 송이......

작년 겨울, 아이젠에 스틱을 의지하며 내려왔었던 똑같은 길이라는데

봄이 되어 계절이 바뀌니 처음 온 산길처럼 확연하게 달랐다.

눈이 덮여 있었던 곳에선  전혀 눈치 못 챈 풍경들이 끝없이 이어졌으니......

5월이면  '노랑매미꽃'이 군락을 이뤄 흐드러지게 피어난다는 인근의 축령산에 언젠가는 가고 싶더니

한 송이 두 송이 여러 송이들이 눈에 띄면서 그 산 아니라도 '노랑매미' 물결이 저절로 보였다.

 

 

                

 

 

 얼마전 신문에 '천마산'은 들꽃들이 많아 보호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꽃은 거의 지고 잎만 바닥에 깔려 있는 얼레지 군락도 한참을 내려오며 이어져서 놀라게 만들고,

계속해서 고생대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나무 수준의 고사리들이 멋지게 피어나 있어 산에 오를 때 보다 내려오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억에 거의 평지로 내려온 부분이었을지...타잔이 타고 다니며 이동해도 되겠을 ......

여기저기 나무에 굵다랗게 걸려 있는 나무줄기들도 인상적이었다. 머루나 다래 줄기였을까?

이름을 알 수 없는 들꽃들 찾아온 기사들이 몇 분 보였고......

 

 한번 마시면 30년이 젊어진다는 약수도 있어서 욕심내지 않고 딱~한 바가지만 마시고 왔다.

럼 지금 몇 살 일까나~~소녀로 학교 다닐 나이가 되었네?

길치라서 어디로 올라가고 내려와야 하는지 아직도 가물거리지만,

올해는 얼레지꽃을 제대로 못봤으니, 략 내년 4월 중순경에는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꼭 다시 와야겠단 다짐을 해보았다.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을 달리해서 5시간에 걸쳐 15km를 걸었는데......

들꽃들에 취해 온 몸이 마취 된 듯 가볍게 느껴지는 산행이었지만  서서히 마취가 풀리자

무릎에 덮개가 있을지 ...잠시 열린 듯 달그락 거리며 잘 맞춰지지 않는 느낌과......

입 주위에선 바이러스들이 꽃을 피우고 싶다고 해 힘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혀 기대하지 않고 갔다가 '가는 봄 붙잡아 숨바꼭질 한 날' 로 기억되는 운수 좋은 날이다.

 

 

 

 

 

  2009년 5월  1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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