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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강아지 분만

평산 2010. 7. 7. 23:44

 

 낭군이 여간해서 구원을 요청하지 않는데요,

새끼를 낳는 개가 있다며 혼자 있으니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웬일이랍니까?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자연분만을 해야 하니 언제 강아지가 나올지

불확실해서 저녁을 먹으러도 못 간다고요.

 

 집에서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동물병원에

도착하니 저녁 9시 30분 정도였답니다.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아직 별다른

조짐이 없어 컴퓨터를 열고 있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여태껏 한 번도

구경을 못해봤어요.

 

 "도와줘~~~~~!!"

달려가 보니 수술 가위와 집게를 손에 들려줍니다.

새끼가 막 나오는 모습이 보이고요~

손으로 잡아서 빼주더라고요?

신기신기..ㅎ...

막으로 둘러싸인 강아지가 '물크덩~' 하고

나왔습니다.

 

막을 벗기고는 배꼽을 집어주고 실로 묶은 다음

탯줄을 잘랐습니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고요,

드라이어로 말리면? 한 마리가 끝났답니다.

어찌나~~~ 귀여운 지요!

햐~~~

 

 그 사이에 새끼를 어미가 찾으니까요.

얼른 불안해하는 어미 곁에 놔주어야 합니다.

마구마구 핥아 주더라고요, 잘라놓은 탯줄도

먹으려는데 말렸답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 힘이 빠진 어미가 잠시 쉬기도 하더군요.

이때가 10시 10분이었어요.

30분 정도가 지나니 다시 두 번째.......

세 마리가 나오니 배를 만져보더군요.

 

 "또 있네?"

네 마리... 다섯 마리......

어미가 거의 초주검이 되었답니다.

 

 "힘내라~ 봄이야~"

 "봄이 애 많이 썼구나!"

어미개가 알아듣는 것 같았습니다.

몇 마리를 낳았는지 다 기억을 한다고 해서

신기했습니다. 실제로 마지막 낳은 새끼를

항상 확인하더군요.

 

 

 

 눈이 다 붙어있었어요.

2주 후에 뜬다고 합니다.

다섯 마리를 낳고 나니 시간이 새벽 12시 50분

이었답니다. 귀엽지요?

잘 안아주지도 못하는데 예뻐서 안아주고 싶었어요.

아직 배꼽에서 피가 나오더군요.

 

 

 

 순종이라는데요?

시츄로 색이 다 달랐습니다.

수컷이, 등에 있는 얼룩이의 색이 짙었고요,

행동도 역시 활발했었답니다.

 "아고~~ 귀엽습니다...ㅎㅎㅎ..."

처음으로 받아봤으니 기쁘기도 했고요!

 

 "집게!"

 "가위!"

명령에 따라 처음으로 간호사가 되어보았네요.

 

 

 

 손바닥에 올려놓아 봤습니다.

제 손이 크질 않습니다.

길이가 한 ~13cm 정도였답니다.

도망가려고 발버둥을 치네요...ㅎㅎㅎ...

기르려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한 마리 길러보고

싶었습니다. 본능이겠지만 어미가 힘이 없으면서도

다섯 마리를 챙기는 모습이 신통했어요.

 

 밑에 깔아주었던 수건이 양수와 피 등으로

젖었기 때문에 보송보송한 것으로 갈아주고,

물을 찾을까 봐 옆에다 놓아주고

어미에게 영양주사를 맞히고는 동물병원을 나오니,

낮에 나온 반달이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왠지 뿌듯하더라고요?

 

 24시 사우나에서 목욕까지 하고는 한가한

밤거리를 걸어 집에 도착하니 새벽 3시였습니다.

누구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해봤네요.^^*

봄이 와 새끼들이 건강하게 잘 크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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