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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아이들

영희가 준 여주!

평산 2010. 9. 5. 00:00

 

 스물한 살 때 헤어지고 그립다가그립다가

귀신에 홀린 듯 홀연히 올 봄에 다시 만난 영희가

평소에 꽃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지 어디서 가져다 준 여주!

 "영희야, 회사 옥상에서 몰래 따온 것은 아닐 테지?....ㅎㅎㅎ...."

어릴 적 이 아이 이름은 '유자'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싱싱하고, 오톨도톨 느낌 좋고, 씩씩한 것이

꼭 영희를 닮아 집에 와서 바라다봐도 흐뭇했다.


 그물망을 따라 뻗어가며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예쁜 여주를

영희처럼 강산이 몇 번 바뀌고 나서 다시 보게 된 셈인데,  

겉껍질이 아닌 붉은 씨앗 부분을 먹었던 기억이 나며

 '익으면 그 시절 떠올리며 먹어야지... ' 하고 조그만 소리를 내었더니,

영희는, 영희는 먹지 말고 씨앗을 심어...

내년 봄 새싹이 나오게 하라는 숙제를 주는 게 아닌가? 

 

 


 "지집애, 그러면 지가 심지...ㅎㅎㅎ..."

 영희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든 소녀시절로 돌아가 깔깔깔이다.

몇 시간을 만나도 한해의 웃음을 한꺼번에 다 쏟아 놓을 듯 연신 입이 해바라기가 되어 좋다.

우린 서로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기 좋아라가 아니라 진심으로 나누었다.

 '그치~~영희야~~~?'

 

 

 

 며칠이 지나니 금세 노랗게 되어서 영희가 내 준 숙제를

빨리하여야 하는지 마음이 졸여지기도 했다.

씨앗을 말려서 봄에 심는 방법도 있지만,

많이 해보신 분들은 열매를 맺는 즉시 땅에 묻어서

겨울을 나게 하는 방법을 권하기도 하던데..... 

 '야, 좀 천천히 변하면 안 되겠니?'


 익으면서 부피가 조금 늘어난 것도 같았고......

한편으론 영희의 풋풋한 씩씩함이 하루아침에 성숙되어지는 것 같아

시간을 붙들어놓고 싶었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어머나!"

스스로 익어서 쩍~ 벌어져 속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간에 안에서 보석을 만드느라 애 많이 썼구나!

 

 중국인들은 여주를 상용하고 있다고 한다.

독소를 배출시켜 몸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며 암 환자에게도 좋다고 하니.

오이처럼 썰어서 물에 담갔다가 쓴맛을 빼고 고기와 같이 볶아먹기도 한단다.

약용으로 쓰일 경우에는 그대로 갈아 마시기도 하고......

 

 땅속에 미리 심는 방법을 택하려고 한다.

씨앗에 붙은 붉은 부분이 싹을 틔울 때 스스로의 양분이 되면 더 좋을 듯하여......

 "영희야~~~, 봄에 소식 전해줄게?"

값 나가는 어떤 선물보다도 고맙고 기뻤다.

 

 

 

 

2010년   9월   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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