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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아이들

소줏집에서 .....

평산 2012. 4. 22. 13:33

 

 이따금 산에 오르는 남자동창아이는.....

여간해서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

내가 문자를 주며 산에 오르자 하면 얼른 대답을 해줘서 기분 좋지만 ....

어찌 그리 조심스런 것인지...

아님, 어려운지......

 

 

 

 

 오늘은 山이 아니라 해산물 가득담긴 접시를 앞에 두고 모처럼 셋이서 마주했다.

동쪽 바다에서 직접 잠수해 잡아온 자연산 해삼과 멍게 문어라하는데...... 

친구들 얼굴 바라다보고

요 넘들 한번 내려다보고......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한사람모양으로 기분 좋게 이야기 건넴이 아무렇지 않지만,

까짓거, 이런 날은 소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거뜬히 마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간/신/히/......

아주아주 간신히 희미하게 눈 뜨며 나무들 더듬어 집 찾아올 만큼 취하고도 싶은데 캬~~~

 

 발가락 쫘악~펼치는 문어처럼 쩌릿쩌릿이 실핏줄 타고 아롱디리 언저리 돌아 맥 풀어질 때,

더도 말고 세잔 정도 들이키면 그 지경 될 듯싶은데 말이다.

그럼, 슬슬 조금씩만 넘겨줘도...

가물가물함 유지하며 이야기에 취해보고 몇 배로 부푼 웃음에 알딸딸 재미날 텐데......

일년에 술자리가 있는 모임이라야 몇 번이나 되며 얼마나 마신다고 아쉽게 말이야.

 

 청춘시절에야 알게 모르게 그러면 안된다가 몸에 배어 그랬을지 모르겠다만,

이제 누가 어떻게 보던 말든 즐겁게 마시고 기분 좋게 말꼬리 늘어짐을 누려보고 싶어도 어려우니....

 '몸님, 그러지 맙시다, 우리~~~

 반칙입니다, 맨 날도 아니고 일 년에 두 번 정도면 봐줄만하지 않나요?'

 

 두 모금 마시다가 소식을 전하지 않는 이유를 들었다.

혹시나 山에 가자고 했는데 못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민망스러우니 그렇다한다.

그렇구나! 강산이 몇 번 지났는데 아직도 그런 거야, 그런 거야?

 

 소주가 세 병이 동났을 무렵, 그냥 그 자리에 궁둥이들 붙이고 있으면서도......

 "이제부터는 2차다?" 하니

 "그럼, 자리를 바꿔서 앉으시지요?"

그리하야, 우리는 문 왼쪽 식탁에서 오른쪽으로 앉았을 뿐이었는데 분위기가 그렇게 달라질 수 있었네?

시야가 넓어지며 세상에나~~ㅎㅎㅎ

 

 밤이 깊진 않았지만 거리로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장난도 치고..다리 올려 차기도 하면서......

나이를 잊고...그대로는 섭했는지 '보리뻥' 한 자루씩에 또 한 번 끈끈함이 일었었다.

살면서 아내나 남편, 자식들이 채울 수 없는 무엇들에 뿌듯함이 눈언저리에 보이며 편안했었네? 

그나저나....헤어질 때 안아주기 한번하자 했으면서도 못했구먼~~~못했어!

여전히 그런 거야, 조심스러움 쑥스러움이 남아있는 것일 게야.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그럼~그럼~

 

 

 

2012년   4월   2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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