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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에서떠남

영월에 갔었네 2

평산 2010. 12. 25. 15:56

 

 김삿갓면에서 하룻밤 자기로 하고 캄캄해져서야 찾아가는데 눈발이 휘날리지 뭔가!

여인 넷이서 방 하나를 정하고 썰렁한 동네에 저녁을 먹으로 갔다가 물어보니, 

삿갓양반 만나러 가려면 구비구비 고개를 넘어야 해서 이렇게 눈이 온다면 못간다 하더라네.

이미 세 곳을 본 것만 해도 마음속 넉넉해졌으니 나머지야 덤이라 여기려 했었지.

 

 요를 깔아놓고 나갔었으니 방바닥이 쩔쩔 끓고 있어서 찜질방에 온 듯 뜨끈뜨끈 좋았는데......  

막상 자려니 외풍이 세서, 이불을 걷으면 코가 얼얼했으며 차가운 살랑 바람이 얼굴 위로 넘나들고, 

덮고 자려니 답답해서 얼굴을 덮었다 열었다 반복하며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네.

어느 덧 날이 밝은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방안을 더듬어서 대충 입고 밖으로 나와 보았네.

 '저~~~~앞이 동강이라 했겠다?'

 

 

 

 

 

 '아름다운 강'이라 말로만 들었었으니 얼른 만나보고 싶어 조급하게 다가갔었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길을 걸으며 아침의 동강이 몽땅 내 차지라서 '으쓱' 해지더구먼.

동글동글 돌들을 딛고서 물가로 내려가 보세나!

강물 옆 강원도 산들은 느닷없이 경사가 커지며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라 늠름하더라네.

 

 

 

 

 아침 햇살이 산 위 부분부터 비춰지기 시작 하더군,

암석산 위의 나무들이 고슴도치 바늘처럼 '뾰족뾰족' 한 모습에 귀엽기도 해서 미소 지어보고.

위쪽에 남아있는 금발의 갈색 잎은 운치를 더해주었네

 

 

 

 

 물 흘러가며 얼음 스치는 소릴 들어보셨는가!

 '스스스 쓱, 스스스 쓱~' '사사삭'

얇은 철실 뭉치를 걸어놓고 물 흘려보내는 소리와 비슷했다고 해야 하나? 소리만으로도 신선함이 일었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통째로 먹고 있는 보아구렁이도 보이시는지... 찾아보시게...ㅎㅎ..

 

 

 

 

 '퐁당 퐁당' 돌 넣어보고....저 멀리 응시도 해보다가 ...아침햇살 번져가는 모습도 바라보다가 .....

한 시간이 넘게 아침 강가에서 혼자 놀았었네, 이곳은 서강과 동강이 합류 되어진 물줄기라네.

돌들이 제법 무뎌져 있고 동글 거리니 강 중류라고 볼 수 있겠는가!

돌아가려니 비로소 '으시시' 추위가 느껴지더구만.

 

 

 

 

  미끄러워 위험한 곳도 있었지만 길 대부분은 녹아 김삿갓 문학관에 갈 수 있어 행운이었네,

삿갓양반은 할아버지를 욕되게 한 글로 영월 향시에서 장원을 했으니 부끄러워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다며 방랑생활을 했다 하는데,

결혼도 두 번 이나 했었고 방방곡곡 다니면서 언제 자식들은 두었는지 놀랍기도 했었네.

책임감 없는 남편에 아내 되시는 분은 얼마나 속이 탔을지......징허네! 징징~~

 

 

 

 

 그의 필적을 한번 보시게!  행서로 보이는데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하니, 음~~~

감히 여쭙건대 강약도 보이고.....잘 쓰신 것 같네....ㅎㅎㅎ...

 

 

 

 

 감삿갓 계곡일세! 지도를 보니 조금만 흘러가면 남한강을 만날 수 있었네.

방랑생활을 했으니 詩碑가 여러 곳에 있다 하는데, 그가 머무르다 죽음을 맞이한 전라도 화순....광주...영월....

 

 

 

 

 개인적으로 볼 때 인문적인 면보다는 자연적인 요인이 더 재미난다 말씀드리네.

조선 민화박물관에 잠시 들렀다가...청령포로 향하고 있으니... 배를 타러 가세나!

배 지나는 길목만 얼음이 없었으며 물속을 들여다보니 깊이 2m라는 데 깊어 보이고 맑았었네.

사진을 대하니 우연찮게 청령포에서 빛이 내리고 있는 모습 보이시는가!

강물이 휘돌아 나가며 유배지를 감싸고 있는 모양일세.

 

 

 

 

  살면서 나무향기를 물씬 느껴본 곳은 종묘에 갔었을 때와 이곳에서 였다네.

애초에 심어져있었던 소나무도 있겠지만 빽빽하니 보기 좋더구먼....

향기가 어째 그리 솔솔 다가오던지 말이야.

 

 

 

 

  유배지 뒷쪽은 절벽이란 말을 들었었는데 사실이었네.

흐르는 강물은 서강이었으며, 지나간 역사지만 어르신들 한마디씩 던졌었네.

"이런 곳에 어린 아이를 데려다 놓다니 ~~~귀신같이 잘도 찾아내었군~~"

 

 

 

 

 하늘에서 본 인공위성 사진 같지 않은가? 

 혹시나 단종이 나이가 들어서 유배를 왔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각해보았네.

죽는 날까지 초초함만 지니지 않고 이곳 자연을 한껏 누리며 詩도 쓰시고 마음 다스리기에 힘썼을 수도 있겠는데 말이야.

어린 단종이었으니 무서움도 따랐을 것으로 그려졌네. 

당시 이곳에 홍수가 있었기 때문에 사시던 움막도 물에 침수되어 유배 2달 만에 영월읍 '관풍헌'으로 이사를 하셨다니,

아주 짧게 머무르셨던 곳이지만 사람들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음은 ......

 죽어서 큰일을 이루신 셈이던가!

 

 

 

 

2010년 12얼   2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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