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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에서떠남

제주도 2

평산 2011. 5. 29. 20:29

 

 일기예보에서 다음날 낮부터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밤이 되자 오기 시작했다.

 '그래, 일찍 와서 얼른 그치 거라, 한라산 올라보게......' 

새벽에 두 번이나 일어나 비가 어떤지를 관찰해보고 산 입구에 전화를 해보니 오를 수는 있다고 한다. 

비가 계속해서 오고 바람도 세찬데 어찌~~~~믿을만한 사나이도 없고...ㅎ...

서운한 마음에 우비를 입고 숙소 주변을 천천히 걸어보았다.

마음이 차분해지고...이국적이기도 하고 ...상쾌함이란!

 

 

 

 

 그치길 기다리지 말고 움직여보자!

오후 3시까지 산 입구에 도착하면 된다고 했으니 맑아지기를 희망하며 우선 '엉또폭포' 에 가보기로 했다.

지리학자님이 추천을 해주신 곳이라서......^^*

 "어? 날이 개이는 듯하네?"

 

 

 

 

 근처에 도착하여 이정표를 못 봐서...조금 헤매다가...올레길 7-1코스에 있는 '엉또폭포'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돌아서 간 덕분에 귤 밭들을 넓게 지났었으니...꽃향기에... 코끝이 흠뻑 취해보는 행운을 얻었다.

햐~~~흠~~~~랄랄라~~~♬ 좋을 씨 구~♪

 

 그때, 몽롱한 눈앞으로 갑자기 나타난 지형은?

 

 

 

 

 평상시에는 건천이었다가 70mm이상의 비가 와야만 폭포가 되는 곳이라 하였다.

물이 쏟아져 내리지 않았으니...비의 양이 적었단 뜻이겠지만 웅장함이 돋보였으며 왼쪽 골에서 물이 쏟아질 듯싶었다.

 '엉또'란 제주방언으로 작은 바위, 작은 굴의 입구를 뜻한다는데......

 

 

 

 

 폭도의 주변은 이렇게 난대림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숲이 울창하였다.

눈앞으로 밤나무 꽃이 환하게 피었었네? 남자의 거시기 냄새라고 해서 한바탕 웃음으로~~

귤꽃 냄새와 거의 반대였다지? ㅎ

 

 그리고는 1100도로를 달려달려 한라산을 못 잊고 높이높이 올라가니, 밑은 개이기 시작했는데......

위는 여전히 안개 속을 벗어나야 했었고...영실입구에서 내려 배낭을 메고 걸어보는데?

바람이 사나워 순식간에 우산이 고장 났으며, 손이 금세 시려지고...날아갈 듯...앞으로 도저히 향할 수가 없었으니......

미련을 버리고 '비자림'으로 향하였다.

내일 아침 날이 좋으면 한 번 더 생각해보겠지만......

나만큼 한라산에 오르고자 하는 친구도 없어서...다음에는 한라산 팀을 모집해야 할라나 보다.

성판악에서 관음사로...영실에서 어리목으로...한라산과 오름(기생화산)에만 집중해보는 여행!

 

 

 

 

 榧 (비자나무 비) 를 살펴보자!

木...나뭇잎파리가....非...이런 모양으로 생겨 숲을 이루었으니 비자림이란다.

 "보세요!! 맞지요?"

 

 

 

 

  비가 오면 잃는 것이 있지만 또 얻는 부분이 있다. 두 시간 정도의.......

이렇게 촉촉한 제주의 숲길을 언제 걸어보겠는가! 비자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으며 깊은 산골 같았다.

숲의 냄새며...바닥 흙길의 푹신푹신함...좁다란 산책길...한적하게 누구랑 손잡고 걸어보고 싶은 길이였다.

 

 

 

 

 아~~~~

발걸음마다 행복했음이 다시 느껴져 오네?

제주에 가면 꼭 다시 들러보리라!

 

 

 

 

  어둑해지며 찾았던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섭지코지'......

좁으면서 바다 쪽으로 돌출한 육지의 끝부분으로...삼면이 물로 둘러싸인 땅을 말함이란다.

제주에 갔어도 그냥 지나친 곳이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그날따라 경이로움을 안겨준 곳이라 말하고 싶네?

 

 

 

 

 휴~~~~~~

바람을 가두어서 그렇지......

온 바다를 뒤엎을 것처럼 ....강한 태풍이 이제 방금 육지에 도착하여 부자연스러움에 저항을 하려는 모습이 그럴까! 

바다가....바다가...날 가만두지 않으려고 벼르는 듯했다.

아니, 이런 모습도 눈으로 담아가라고 했을까?

 

 

 

 

 한곳에 서서 몇 초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밀리고...영혼도 무섭다 달아나자 하고.......

저렇게 멋진 얼굴을 하고 어떻게 그리도 사나울 수 있었을까!

하얀 바다 거품들이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처음 대해보았다.

 

 

 

 

 파도가 서로서로 ...있는 힘껏 부딪히면서 거품을 만드는 것일지?

날아다니는 거품에 ...그냥 면도를 해도 될 듯....농도 짙은 거품이 직선으로 사선으로 쓩쓩~~~~ !!

평온한 제주 바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끈적이는 바닷바람이 온몸에 휩싸이고......

카메라 렌즈도 비에... 끈적임에...머리카락은 이미 소용돌이치는 모양새로 변한지 오래지만....

이런 신비함을 맑은 날에 어찌 대할 수 있/었/으/랴!/

 

 

 

 

 언덕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동화속 그림이 있어.......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 걱정 말고 ...유유히 구경하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무서웠지만...보기 드문 자연의 모습 잘 보았어, 고마워!'

 

나름 뜻 깊은 이틀째를 보내며......

 

 

 

 

2011년  5월  2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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