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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서울로 올라오신지 30년이 다 되어가신다.

당시 부엌 뒷문 우물 옆에 있었던 이 아이도 서울로 올라왔었지만...... 

반 지하 구석진 곳에서 뚜껑이 덮인 채 다른 형제들은 있는지 조차도 몰랐을 정도로 은둔생활을 했었다.

 

 엄마는 이곳에 보리를 삶아 갈아서 여름날 열무김치도 해주셨고,

찐 감자를 둥그런 돌로 생 고추와 함께 갈아 겉절이도 해주셨었다.

엄마하고 가까이 살았던 나는 이다음에 다디미돌과 함께 확독을 물려달라고 우스갯소리로 한마디 건넸었는데,

흔쾌히 들어주셨고 형제들이야 그 무거운 돌을 어떻게 가져가려고 하느냐는 듯 걱정을 했었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어도 변함없이 어둠속에 있었던 아이를 얼마나 망설임 끝에 가져오게 되었는지......

좁은 베란다가 두 곳 있었지만 화분을 놓기도 어려울 것 같아 고민에 고민을 했었다.

이삿짐 나르시는 분들께도 무거우니 눈치를 봐야 할 것이고......

 

 떠나기 바로 전날 무게는 만만찮지만 부피가 작아 보이는 다디미돌은 깨끗하게 씻어서 세워놓았었는데,

확독은...... 낭군도 포기하라고 하고,

엄마도 이사 가시며 들고 갈수가 없다하시니 정작 고아가 될 번한 이 아이를 글쎄.....

이삿짐을 다 내놓았을 즈음 다급해져서 아저씨께,

 "죄송하지만 돌 하나만 더 갖고 가게 해주세요. 엄마의 유산이라 서요~~~~"

 

 아마도 그 아저씨는 엄마가 돌아가시며 물려주신 것이라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간절하게 이야기를 했으니...... 

 "아~~좋은 물건이로군요? 화분 10개 하고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것이네요."

아저씨 얼굴을 들여다보며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며 웃으시는 것이 아닌가?

 

 즉석에서 빗자루를 들고 물을 퍼다 닦기 시작했다.

허나 물을 먹으면 돌이 더 무거워진다고 여러 사람들이 말리는 바람에 더 이상 물을 끼얹는 것조차 쉽지 않아

후딱 흙만 털고는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는데......

정면이 아니라 부엌 뒤쪽에 놓으려 하니 다들 보기 좋다며 마루 앞쪽에 놓으라 하시네?

햐~~~가져오길 잘했나봐...ㅎㅎ...

잠깐 사이에 닦아주었지만 떨구지 않고 데려와줘서 기분 좋았던지 돌이 맑은 모습으로 빛을 내주는 듯하다.

얼마 전에 서리한 산수유를 채반에 말리며 걸쳐놓으니 얼마나 흐믓~~~한지~~

바라다봄도 행복 일세~~!!

 

 

 

 

2011년  11월  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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