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좋다고 달라붙는 햇볕 되도록이면 흡수하자 !'
'시야를 가리는 것도 답답하다.'
평소에 모자를 즐기지 않는 이유입니다.
머리모양도 통통하지 않아 한 움큼 머리를 묶고서 고정시켜야 모자가 헐겁지 않은 형편이고요.
하늘이 벗어져 쨍쨍인 여름날~
산에 갈 때나 잠깐 쓰는 정도이니......
겨울날 털모자 쓰고서 다니는 모습을 어머니께서 한 번도 보셨을 리가 없으십니다.
그런 제가......
겨울이 다 지나고....
꽃샘추위가 왔다고
예전에 선물 받았던 털모자를 푹~~뒤집어쓰고서 밤중에 어머님을 찾아뵈니......
"너 모자도 쓰니? 처음 보는구나!"
"이거 한번 써봐라!"
예쁘지요?
어머님은 손으로 하시는 것은 무엇이든 잘 하십니다.
시집올 때 제 두루마기도 손수 만들어 주셨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연세가 있으시고 눈도 침침하실 텐데 모자를 뜨시다니요?
더군다나 무늬까지 세련되게 넣으시며......?
저야 코 줄여가는 부분만 배우면 할 수 있겠지만 당장은 이런 실력이 못되옵니다.
새롭게 실을 사 오셔서 뜨신 것이 아니라 하십니다.
아마도 손을 움직이실겸 치매 예방으로 뜨시기 시작하셨나봅니다.
누굴 주시려는 생각은 못하신 듯했어요, 하셨어도 저 밖에 쓸 사람은 없을 걸요?
집에 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같은 노랑으로 보이지만 모자를 접은 곳까지는 실이 달랐습니다.
위쪽으로 갈수록 광택이 있는 실이었다지요?
자꾸만 위로 접으라 하신 까닭을 알겠사와요...^^*
머리에 찰싹~ 달라붙는 모자가 아니라서 더욱 기뻤습니다.
물론 밑 부분은 그러하지만요?
위쪽에 나사모양을 만들어주셔서 조금 붕붕~~떠주니 귀여움도 느껴지고,
머리모양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아 마구 쓰고 다녀도 부담이 없을 듯합니다.
겨울이 다 갔으니 돌아오는 계절에 쓰고 다녀야겠어요.
확실히 눈은 침침하셨던지 실 사이사이에 분홍빛 까만빛 실들이 끼어있더라고요,
세탁을 하고 먼지들도 다 빼니 그야말로 오직 하나뿐인 '명품모자'가 되었습니다.
"모자 방울은 안 달아요?"
"애들같이 달면 좀 그렇지...ㅎㅎ..."
머리에 써보니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해지고 마음에 쏙 듭니다.
2012년 3월 17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