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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단호박 구경했던 기억이 없다
불과 몇 년 전 처음 대했을 때
퍽퍽한 달걀노른자 억지로 넘기 듯
씹을 건 없어도
목으로의 긴 여행이더니
하~~~~~
어느 순간 느껴지는 뒷맛이
달콤함에 고소함 뱅 돌아
눈에 밟히는 간식거리에 올랐다
한김 나가 꾸덕일 때 맛 좋으니
쩍 갈라 사분의 일 쪽
무심결 씨마저 안고 단숨에 부글거리다
덮었던 숨뚜껑 일시에 번쩍 들고
아~~~~~~
김 몽땅 날아가거라!
몇 백 가닥 뒤엉킨 호박 속 들여다보며
감정 실어 단 한번에 속 시원히 파내고
입으론 냠냠 눈으론 동그랗게 버려진 씨뭉치
내가 너를 소홀히 했구나
호박이 익었으면 너도 여물었을 것을...
남겨진 호박 들고 조심스레 씨 꺼내어
노랑물 맑을 때까지
실타래 풀릴 때까지 살랑살랑
뽀얗고 매끈에 반짝임 드러나니 이리 고아라
까먹느라 손톱 끝 아프다만
몸뚱이에 비해 모자르지 않는 값어치
넌, 황금덩어리다
2012년 9월 1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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