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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때는 바야흐로 5월 중순경 토요일이었다.

친구들이 山이라도 가자고 했으면 얼른 따라 나섰을 텐데.....

날마다 새싹들에 푸르러가고 좋았지만 그날따라 오라는 데 없어 엉덩이가 들썩이고 있었다.

'어디 갈 곳이 없을까?'

 

 건성으로 책을 들고 있으니 눈은 따라가고 있지만 글씨는 사라져버려 읽으나마나...... 

'어디든 전화를 해보자!' 

마침, 토요일이면 피곤해서 거의 죽음이라는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쉬는 것도 좋겠지만 날이 좋으니 잠깐 바람이라도 쐬는 것이 어떨까?'

 

 

 

 

 그리하여 우리는 서로에게서 가까운 곳인....

조선 제11대 중종임금의 둘째 부인 문정왕후의 태릉이라도 다녀오자며 길을 나섰는데....

만나는 장소에 도착해보니, 걸어서 가도될 거리를 이 친구 힘들다며 차를 가져왔더란다.

붕~~~~~

 

 태릉 부근에는 육군사관학교가 있어서 사관생도들만 봐도 가슴이 설레는 곳이고....

서울중심에서 짧은 거리지만 갑자기 한적해지는 곳이기도 하며 ....

넓은 차도의 양쪽에 펼쳐진  플라타너스가 인상적이고...

능이 있어서인지 부근의 공원에만 가도 붉은 줄기의 소나무들 멋들어진 곳이다.

 

 피곤하다는 친구도 계절 탓인지 갑자기 이루어진 나들이가 좋다며 소곤소곤......

 "어?...태능선수촌이네...한번 들어가 볼까?"

 "그러자!"

 

 태릉으로 가는 길목에 선수촌이 있었으니 불현듯 호기심이 발동된 것이다.

거침없이 쑤욱~ 들어가 주차할 공간을 찾고 이 공간 저 공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봄날이니 꽃밭을 일구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주말이어서 건물들은 대부분 문이 닫혀있었으며 일부러 열고 들어가진 않았다.

면회를 오신 듯한 분들이 서너 분 보였고... 훈련하는 선수들도 보이지 않아 한산했다.

숲속으로 오솔길이 나있어 아마도 이곳은 텔레비전으로 봤던 지옥의 산악훈련장소일거라 짐작해보며,

무슨 특별한 훈련 장치라도 있는지 두리번하다 더 이상 오르지 못하게 철조망이 가로막힌 곳에서 되돌아왔는데,

속으로는 연신 볼거리가 없어서 실망이 되었었다.

 '페이스메이커' 영화를 찍었을 장소인 운동장도 돌아보았고.......

국제스케이트장 있는 곳은 더워지는 날씨에 빙판을 만드는지 천장부근에서 요란하게 크렁크렁~~덜덜덜~~

방향을 바꾸니, 응원 차 다녀간 대통령 기념식수도 보였고......

 

 이제 거의 돌아본 듯하니 간식이라도 먹자며......

의자에 앉아 찰떡을 냠냠하며 이야기 나누고...두 시간쯤이 흘렀을까?

다시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정문을 지나려는데 ......

수위아저씨께서 우리 모습이 생소했는지 깜짝 놀라 달려 나오며 어떻게 오셨냐고 물으셨다.

누구 면회를 왔으면 방문증을 보여 달라 하시고.....???

 

 "그냥...... 지나...가다가 ...궁금해서 들어와 봤는데......요."

 "구경해도 되는 곳인가.... 했습니다...... 안...되는 ...곳인가요?"

더욱 눈을 크게 뜨시고 아저씨는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며 소리를 냅다 지르시더니만?

당신 잘못도 있으셨음을 아셨는지 지체 말고 얼른 가라고 하셨다.

 

 우리는 당황하여 나오며...몰랐으니 그랬지!... 입을 삐죽삐죽......

하지만 자유롭게 넘나드는 곳이 아님을 알았으니 즐겁기도 했었다.

뭐, 별로 볼 것은 없었지만 비밀스런 곳이라니까.

말하자면, 아저씨께서 잠깐 자리를 비우신 사이가 바로 우리들에겐 행운(?)이었단 말씀!   

당시에는 혼나기도 했고 재미가 없어 일기쓸 생각도 못했는데......

올림픽이 열리는 중이고 한국이 승승장구(乘勝長驅) 하고 있으니 값진 추억으로 떠올랐네?

분명, 아무나 못 갖는 기회였구나!^^*

 

 

 

 

 

2012년   8월   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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