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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선생님의 사랑고백

평산 2012. 11. 15. 12:37

 

  아침 일 끝나고 책상에 앉자마자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선생님이세요?"

 "사랑 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네?......"

 

 전화소리는 맑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어디를 가시는 중이신가보다.

작정을 하셨는지 목소리는 거의 높낮이가 없으셨다.

그냥 책을 읽으시는 듯 계속 무엇이라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커다랗게 웃었다.

무슨 연극대사를 듣고 있는 듯해 와락 터져 나오는 웃음이었다.

 "선생님...하하하~~~~~~"

 "무슨 말씀을요~~~~"

허나,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으시고 계속 똑같은 높낮이로 말씀을 하셨다.

 

 "당신을 사랑 합니다"

 "그 때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후회가 됩니다."

 

 

 

 

 "그 때라니요?"

 "성곽에 갔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런 말투로 이야기하신 적이 없으신데 무슨 일이실까!

2년 전쯤인가 구경할만한 가까운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시기에 .....

바로 뒤에 오르시면 서울풍경이 내려다보인다며 가신 적이 있다.

그곳에 오르셔서 선생님은 정작 사진을 찍으시느라

이야기를 몇 마디 못하고 내려왔던 기억이 지나고.....

 

 "주말에 날 좋으면 산에 갔겠지 합니다."

 "비 오면 집에 있을 텐데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혹시, 어떤 사나이와 데이트를 할까~~"

 "아휴~~~선생님, 제가 누구와 데이트를 하나요....."

 "그 사나이가 나였으면 ......해봅니다..."

 내 말이 안 들리시는지 말씀은 계속 이어져.....

기찻길 엇갈리듯 목소리가 겹쳐져 왔다 갔다 했으니 듣기나 하셨을지...

 

 지난날과는 다르시네...진심이신가?

커다랗게 웃던 내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못 알아 듣겠는 이야기도 많았는데......

.........................................

 "한 번 안아보려 해도 허리가 끊어질까봐 걱정입니다."

이 대목은 정확하게 들려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ㅎㅎㅎ

.................................

 "선생님께서는 여인들 모두에게 그런 말씀하시잖아요.'"

아니라고 하시는 듯했지만 마침 기차가 역에 도착을 하는지 시끄러워서 잘 들을 수가 없었다.

.............................................

지하철 안인데 이런 말씀 길게 하시는 것도 걱정이 되어....

 "안녕히 다녀오세요~~~~"

의도적으로 인사를 드렸지만.....

여전히 아랑곳하시지 않고 얘기를 이어가실 뿐이셨다.

 "돈 많이 모아 둘 것을 그랬습니다."

 "맛있는 것 사주고 싶습니다, 멋진 날들이 가고 있습니다."

...............................................

...........................

 "이제 개운 합니다"

 "네?"

..........................................

 "이런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비밀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란 같이 공부하는 분들을 일컫는 말씀이셨다.

철커덕!!!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일 것이다.

평소에 말씀이 없던 분이셨으면 신중하게 받아들였을 것이고....

그 사랑 또한 존중해드리고 싶었겠지만.....

女性遍曆이 있으신데다가 요즘 들어 무슨 일이든 내 이름을 들추셔서 참 이상한 분이시다~~~했었다.

무엇인가 표현은 하고 싶으셨으나 어려워 트집을 잡으시는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어찌보면 굳이 平山이 아니었어도 더 연세드시기 전에 한번쯤 기막힌 사랑을 꿈꾸시는 지도 모를 일이다.

날도 점점 추워질 것이어서 11~1월은 등록을 해야 할지 멈짓했었는데......

스스로의 자리를 지키고 묵묵히 가르침을 받는다면야....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공간이니 무슨 문제가 있을까싶어 3일 후에 만나 뵙게 되었다.

선생님이 달라지셨다.

마음속 이야기를 하셔서 개운하시니 그러셨을까 아주 순~~~한 羊이 되셨다.

 

 

 

 

 2012년  11월  1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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