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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기쁜 일...

평산 2012. 12. 13. 00:01

 

 

 

 "선생님, 저 OO인데요, 안녕하셨어요?"

아주 오랜만에 그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러니까 단칸방에서 살며 아이들 몇 명 공부 가르친다고 소란을 피웠던 시절에 처음 만나....

하나를 가르쳐주면 몇 개씩은 척척 소화시켜 나 또한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던 의젓한 꼬마아이,

내일이 시험인데도 아빠가 낚시가자 하신다며 난감하다고 웃던 이쁜 소년!

한동네서 살았지만 이제 그곳은 집들이 부셔지고 이사를 가고 나도 이사를 왔으니 헤어질 수도 있었지만...

요즘은 집 전화번호가 이사를 가도 바뀌지 않으니 혹시나? 걸었다가 이어진 상황이었다.

 

 "공부는 평소에 해야 하는 것이고 아빠가 어딜 같이 가자고 하면 가야 하는 거야!" 

이런 소신을 지니셨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그런가 군소리할 무엇 없이 몆 년간 재미나게 보냈다.

공부가 지루해질 때 가끔은 태권도 배운다는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여 달라며 시켜보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끄러워하며 제대로 자세를 취하지 않는 반면 온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얼마나 감동이 왔었는지....

그렇다고 머리가 비상한 아이는 아니었다. 평범한 모범생이었다 할까? 

자그마한 사무실에서 두 분이 일하시며 빠듯하게 사셨을 부모님이셨지만 당시에 동생과 함께 맡겨주셨는데...

이래라...저래라...어떠냐...전화 한통 없으시고 믿어주셔서 편안하면서도 싱겁게 몆 년이 지났었다.

 

 아름다운 청년이 되어 대학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오더니......

군에 간다며 인사하러 왔다가...다시 몇 년 후 제대했다며 만남을 가졌었고....

이제 복학해서 학교에 잘 다니는가 했더니만,

어느 날 신림동으로 공부하러 들어간다며 전화가 왔었다.

 "너무 오랫동안 공부하는 건 반대야, 5년 정도를 해봐서 진전이 없을 듯하면 과감하게 방향을 바꾸어 취직해도 좋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칫하면 외골수에 멀쩡한 사람 버릴 수도 있으니 되도록이면 집중해서 짧게 끝냈으면 해."

기억은 없지만 내가 시험 잘 볼 때까지는 전화연락도 하지 말라고 했단다.

 

 "최종 합격했습니다, 언제 찾아가 뵐까요?"

 "아하~~정말 기쁜 소식이네? 장하다!!!...ㅎㅎㅎ..."

  순간, 영화제목이 하나 지나가는 것은 뭐일까? '여선생과 검사님?' 이었나?...ㅎㅎㅎ...

 주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니 뿌듯했으며 몇 년 같이 공부했음을 소중히 여겨 찾아온다니 고마운 일이었다.

오랫만에 손님을 맞이한다며 마트에... 반찬에...올 시간이 다가오니 가슴 두근거림에.....^^

그러니까 5년 정도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이었는데......

시간을 맞추어 나타난 청년은 키도 좀 더 큰 듯했고 어깨도 벌어졌으며 스스로가 열정적인 사람이라나?ㅎㅎ

어렸을 때는 해리포터의 남자 주인공을 꼭 닮았었는데 안경을 벗으니 눈이 커지고......

아직 대학졸업은 한 학기 남았지만 봄에 연수원에 들어갈 예정이란다.

  

 "여태까지는 무엇이 어떠하다며 이야기를 해주는 입장이였지만, 이제 네가 많이 알려주었으면 한다."

 "좋아하는 여인이 있으면 결혼도 일찍 하는 것이 어떻겠니, 몇 살이야?" 

생각보다는 나이가 옹골찼다. 내 나이 먹는 것은 생각 못하고 29세라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든 것을 다 갖추면 편리하겠지만 어설픈 가운데서도 사랑으로 시작된 결혼생활은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는 거라며...

결혼에 대한 이야기...기막혔던 젊은 검사에 대한 이야기...앞으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 등등 .....

이제 보니 술 한 잔 권해 볼 것을 이야기 하느냐고 생각도 못했었네?

 

 신년이 들면서 점심 초대를 받았는데 기쁘면서도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주위에서 한턱내라 하실 테니...이왕에 자리를 마련하신 듯하였다.

황소라도 잡으시려는 마음이실 테지...덩달아 싱글벙글...ㅎㅎ...

경기가 풀리지 않아 부모님께서 하시는 일이 어려워지자 아이 엄마께서 그동안 우울증세가 있으셨다는데,

아들이 합격해서 그런지 다행스럽게도 밝아지셨단다.

부디, 물질적으로나 권력으로의 욕심이 아닌...건실하고 믿음직한 社會人이 되길 바라며......

참으로 기쁜 일이다!

 

 

 

 

 

2012년  12월  1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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