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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눈퉁이 밤퉁이 ...

평산 2012. 11. 6. 08:00

 

 

 그날도 비가 왔었다.

그러니까 오늘이 9일 째네?

이제 색이 엷어져 노란 생강나무에 참나무 갈색을 조금 섞고......

주변을 연두에 파랑을 쌀 한 톨만큼 섞어 붓으로 조물조물 묻혀서 가볍게 터치해 준 다음...

눈 안쪽에 붉은색이도는 보랏빛점 하나씩을 찍어 어릿광대 피에로를 연상케 해 주면 얼굴 완성이다.

날마다 지켜보니 색의 변화가 참 많았다.

그야말로 내 얼굴 중앙전선에도 가을에 맞게 단풍이 들었던 것이다.

 

 

 

         (생강나무)

 

 

 판소리를 보러 '예악당'에 갔다가 살짝 부딪혔는데 .....

하룻밤을 자고 났더니 코 부분은 시펄시펄하고 얼굴이 꼭 성형수술한 사람 같았다.

 '아이고~~~ 못 생긴 얼굴에 얼룩무늬 그림까지 그리고 어쩌나~~~ㅎㅎㅎ'

마치 군인들 훈련 나갈 때 들키지 않으려고 푸른색으로 변신하는 것과 똑같았다.

신참들이 하는 분장과 선임들의 능숙한 솜씨가 다르듯...... 

처음에는 단색으로 나타났는데 시간이 지나며 여기저기 화려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푸른빛만 돌다가 노란빛 보랏빛 연두 빛이 나타나게 되어 탁하던 불투명이 맑게 변해간 것이다. 

 

 거울을 보니 우습기도 했고 앞으로 여러 날 나갈 일은 없겠다 ~~~ 싶었으며,

그동안 약속이 없었기 때문에 편안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밤중에 두 번의 짧은 만남이 있었으니.... 

코가 부운 상태를 봤던 분들은 얼마나 아프냐고 묻는 대신에 더 어울린다는 말씀을 하시고...ㅎㅎ....

직접 만져보면 모를까 통증은 거의 없었지만 멍든 주변이 이따금 멍~~ 해지는 느낌이었다 할까?

걱정하는 마음보다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겼다는 편이 더 맞는 말이다.

낮에는 별 변화를 모르겠다가도 아침이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에 깜짝 놀라는 기쁨이 있으니까.

 

 무척 다행인 것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다 가려지는 부분이라서 마트에도 다녀왔고,

뒷산에도 올라갔다오며 사람들이 있을 때만 잠깐잠깐 썼는데...

이틀 전 고구마를 가지러 오라는 친정아버지 전화에 지금 나갈 형편이 아니라 말씀드렸더니,

걱정을 하셔서 얼굴을 보여드리려고 장난스럽게 사진을 이리저리 찍었더니만

코의 안경다리가 걸쳐지는 부분이 붉은빛이 돌면서 한층 더 짙은 색으로 나타났지 뭔가?

 '어라? 낫는 중인데 이러면 곤란하지~~~~~'

비로소 자세히 바라다보니 실핏줄이 눌렸던가 주변과는 색이 달라서 선글라스는 되도록이면 쓰지 않게 되었다.

대신 생각해 낸 것은 코에 무리가 없는 마스크!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까 모자를 쓰고 마스크에 산마루 오르면 감기가 아니라도 포근하니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갑자기 택배가 왔다고 하면 현관까지 몇 걸음 선글라스를 쓴다.

나야 괜찮지만 상대방이 놀라게 될까 봐서다...ㅎㅎ...

꼭 부부싸움에서 눈퉁이를 한 대 맞은 모습과 똑같으니......^^

 

 열흘이 가까워져서 이제 선크림과 파운데이션을 바르면 그런대로 봐줄 만해졌다.

눈 주위가 부운 상태에서 그동안 만들어진 주름들이 다 없어져 덕분에 웃어도 보았으며......

무엇보다 단풍철에 맞게 얼굴마저 물들여 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부딪힘이 없었다면 이런 호사를 누려보았겠는가!

 

 

 

 

 

2012년   11월   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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