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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묵직하니 뻐근했네.

평산 2012. 12. 18. 15:56

 

 여럿이 모이는 동창모임은 가지 않다가......

따로 만나고 싶은 친구가 있어 그녀의 일터로 향했다.

막연히 만나자고만 하며 반년이 흘러갔으니 요번에는 일주일 전에 약속을 단단히 했다.

생각보다 신촌은 가까웠다.

멀리뛰기를 잘하지 않는 까닭에 몇 년 만에 신촌에 갔을까!

그나마 재미나게 책을 읽다 한 정거장을 지나쳤고 반대방향으로 건너가는 곳을 찾지 못해...

차비 한번 더 치르고 아까워하며 밖으로 나오니......

이른 새벽에 일을 시작해 점심 무렵이면 끝난다는 친구가 방긋 서있었다.

 

  

 

 

 우린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 맛난 집이 있다는 곳으로 버스를 타고 다시 어디론가 향했다.

맛보다 조용한 장소를 좋아하는 나지만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이 그러자고 하면 그러는 편으로 바뀌어갔다.

어느 동네였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도착하니 배가 고파서 접시에 잡채를 듬뿍 담았다.

이어서 튀김에...국수...떡 2개...굴비 5마리 쯤? 마무리로 뜨거운 茶 한잔......

 

 평소에 먹는 것보다야 배가 고팠으니 많이 먹었겠지.

가득이 아니라 예쁘게 담은 세 접시로 돈에 비례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싶었는데,

나올 때까지는 잘 모르겠더니만 일어서서 움직이려니 돌덩어리를 안은 듯 배가 어째 묵직했다.

둥그런 배가 아니라 울퉁불퉁 마모 되지 않은 돌들로 가득하다 느껴졌으니......

 ' 이야기하다 음식을 씹지 않고 넘겼나? 맛있게 먹었는데...ㅎㅎ...'

 '다소 식은 튀김을 먹어서 그런가...'

 '그 사이 국수가 뱃속에서 한 가득 불었을까......?'

 다 먹었을 때쯤은 조금 써늘~~하게 느껴졌으니 기온 때문이었나......^^

 

 친구도 배가 부르다며 조금 걸어가면 전철역이니 소화를 시키잖다.

아~~물론 이럴 때 걷기 좋지.

불광천이었는데 동네보다 폭이 두 배 정도는 넓었고 늦가을의 경치를 지니고 있어 나름 볼만했지만...

여전히 배는 입 꼭 다물고 뾰루퉁했으며 시간이 갈수록 등 쪽마저 뻐근해지고 걷기도 힘이 들었다.

평소에 20분 정도 걸으면 소화가 시작 되며 좋아라~~신호를 보내더니 시큰둥~~~^^

여유 있는 고무줄바지를 입다가 중앙전선이 조여져서 그런가? 갸우뚱~~

친구가 사준 점심이었으니 얼만큼 불편하다 말도 못하고 꾹 참으며 전철역에 다가왔다.

한없이 걸어도 걷는 것이야 얼마든지 즐길 수있는데 멀리서 의자가 보이니 얼른 앉고 싶어졌다.

 '머리가 일찍 반응해줘서 배부르다 그만 먹어! 했으면 좋았을 것을......'

 '녹이 슬었는지 작동을 늦게 해줘서 그래, 그러니까 천천히 먹으라는 것이지만......' 

 몸뚱이와 함께 움직인 것이 아니라 내가 배 보따리를 들고 다닌 것처럼 무거웠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제일 급한 중앙전선을 풀어줘야 소화되겠단 생각에......

누가 볼까봐 슬그머니 윗옷 단추를 잠그는 척하며 허리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휴~~~~~바지가 흘러내리진 않겠지, 설마아~~~'

 

 따뜻한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 자리 잡고 앉으니 소화가 되기 시작했을까?

갈 때와는 다르게 읽던 책이 아주 재밌는 부분임에도 손 하나 까닥하고 싶지 않았으며...

눈이 스르르 잠기려 해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그냥 놔두었다.

 '오늘 저녁은 이것으로 끝내야지, 더 이상 먹으면 안 되겠어!'

 '언제나 小食이 안 된단 말이야.'

 

 

 

 

 

 2012년   12월   1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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