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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싼사람들

아버지의 선물

평산 2010. 11. 10. 14:35

"예쁜 꽃들이 너 언제 오녜~~~~~"

아버지께서 꽃이 활짝 핀 봄날에 다녀가라는 말씀이셨는데

무엇이 바빴는지 꽃을 보러 가지도 못했다.

멋진 풍경이 눈에 보이면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신다.

서로 비슷한 성향임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앞산에서 드문드문 피어나는 고사리를 꺾어보게 해주신 분도 아버지.

문수산에 올라 멀리 북한도 바라다보고 임진강도 보고

문수 산성도 보여줬으면~~하시는 분도 아버지시다.

산나리, 산부추, 산마늘 각종 나무와 식물들......

아버지는 원래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셨기 때문인지

무엇을 가꾸시는데 소질도 있으셔서~

옆에서 똑같은 무엇을 심은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채소를

가꾸시고는 어김없이 거두어드릴 시간이 되어 우리를 부르셨다.

일주일에 한번 서울에 다니러 오시긴 하지만

일하시는 곳에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도와드린 것 하나 없이 아버지의 정성을 받으려니

송구스럽기도 했다.

 

 

 무거운 호박이나 무를 몇 개씩 들고서 매년 다니시더니만

요번 가을은 허리가 편찮으셔서 추석에 차례를

지내실 때도 서서 지내셨다는데......

수확하실 때 거들고 싶다고 말씀드렸지만

천천히 해 놓으신다며 말리셨었다.

도라지는 반 정도 까서 무침을 했으며 생강은

몇 토막 다듬어 오랜만에 두부찌개니 오뎅볶음이니

멸치국물 내는데.. 김치 담그는데 넣어보니

아버지의 향기가 곳곳에서 피어난다.  

 

     

 

줄기가 햇빛을 잘 받아 건강하며 이쁜 달랑무들......

집으로 오자마자 어두워지는 저녁무렵에 다듬어 제일 먼저 담갔던 김치다.

산지에서 직접 가져온 농산물이니 무청 하나 버릴 것 없이 연하고 아삭했다 

 

     

 

 더덕꽃도 종소리가 나는 듯하던데 꽃이 지며

뿌리를 향해 영양분이 달렸을 것이다.

농사는 아버지께서 지으셨음에도 더불어

부자가 된 뿌듯함까지 안겨주셨다.

채소 값 비쌌던 여름 내내 호박잎에 고구마 줄기에

부추에 콩에 호강을 했으며.... 

힘드시니 조금씩 하시라 여쭈면서도 한편으로는

땅콩을 심어보시라 숙제를 드리고 있었으니~

에구~~~ㅎㅎ

 

 

 

 고구마가 한 상자!

도대체 앉아서 얼마를 벌은 것인지 말이야.

점심으로 대신한다며 한 솥을 쪘는데 먹다보니 김치와 다 먹었다.

움직이지 않아서일까?

배가 뚱한 느낌에 하루 종일 천근만근으로

무거움이 느껴져서 춥다는 날씨에도 움직이기 시작!

달리기까지 시켜줬던 고구마.......

 

    

 

 바로 다음날 보니 벌써 무청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밤 양념도 모자라고, 밤도 깊었고, 힘이 들어 미뤘더니만......

아버지의 성의를 몰라보면 아니 된다며 그길로

달려가 파, 양파, 새우젓을 사다가 깍두기 2통을 담았다.

무청은 꼭지가 달린 채로 길게 버무림을 하고서......

남은 무로는 동치미를 할까... 생선을 조림해볼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무 종류의 김치는 김장을 한 셈이라할까!

반나절 이런 이야기를 쓰던 중 다시 한 번

아버지를 떠올려보며 감사의 전화를 드려본다.

 

 "아버지 농산물을 제일 반기는 자식이니 이다음에

아버지 오래도록 생각나는 사람이 너일 것이다."

 "네, 아버지~~~~~~~~~~~!!"

  

 

2010년  11월  1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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