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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은 2시간정도 잤을 것이다.

5시 12분에 일어나 잠깐 사이에 물마시고 체조하고

얼굴은 뒤집어 쓸 것이니 화장할 필요가 없어서

선크림만 발랐다. 6시가 조금 넘어 어시장 골목에서

씨락지국을 한 그릇 먹었는데 옷을 많이 입고 나섰기에

얼마나 더웠던지 아마 이 더위에 땀이 나고 식으면서

나중에 영향을 줬을 듯하다.

 

 배 안에 라면종류와 물은 충분했어서 충무김밥과

된장국을 스티로폼에 넣어 점심으로 마련하였다. 

7시가 되기 전에 마리나에 도착하였으며 아직 어스름했다.

배가 정박해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니 밤새 서리가

하얗게 내려 아주 조심스럽게 지나야했는데......

폭이 1m정도로 조금만 미끄러져도 바다로 빠질 수 있어

위험했으며 배 위로도 온통 서리가 내려앉아

살얼음을 지나는 듯 움직일 때마다 긴장해야만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의 어스름이 잠깐 사이에 파랗게

변했으며 시동을 걸고 7시 16분에 출발!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해가 멀리서 살포시 내밀었다.

 '부산으로 향하는 것이니 떠오른 해를 보며 가는 것이 당연하겠지.'

바다를 가르며 내딛는 여행길이 싱그럽기만 해서

전날보다 기분이 한층 고조되었으며.....

잠을 설쳤음에도 전혀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바로 이런 상쾌함에 물길도 누려보는 것이지!'

아참, 이 배는 여행을 가기 위함이 아니라 고치러

부산으로 향하는 것이어서 움직이니 몸을 실었다.

 

 

 무장을 한 平山~~~ㅎ

폼으로 키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배가

수동이어서 가끔은 이렇게 도와야 한다.

이날 입은 옷의 가짓수는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입어 기록에 남는 날!!!

내복바지에 얇은 츄리닝을 입고서 다시 두 겹의 편안한 바지를 입었다.

한편, 윗옷은 내복, 잔털이 있는 등산용 티, 

두 겹의 바람막이 점퍼, 겨울 조끼, 그리고 겉옷......

조금 나가니 바람이 있다며 요트복을 입으라해서 누가 입었는지

모르는 옷을 바지는 그만두고 윗옷만 걸쳤으며... 

아무 곳에나 앉을 수 있도록 방석을 허리에 고정시켜

양쪽 다리에 걸치고 엉덩이에 달아주었다.

배 위는 아직 녹지 않은 서리가 하얗게 서려있는 상태이며

상큼한 바람과 적당한 따스함으로 기분 Good!!!

 

 

 황금빛 아침햇살에 수놓여진 양식장이 여기저기 보였다.

서해안보다도 많은 듯했으며 바다가 삶의 터전인

분들은 관리하시느라 어려움이 많겠지만......

떠오른 부표들이 나에게는 바다를 장식하는 옥구슬처럼 보였다.

배는 시속 7~8마일(11~13km)로 갔을 것이다만

육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무지 빠르다.

왜냐하면 멀리 보였던 이런 부표들이 금세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배의 방향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동쪽에서 떠오른 해를 보면서 가야 부산이 나올 텐데

북쪽 방향으로 가고 있네...ㅎㅎ

 

 

 그랬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배는 산달도를 거슬러

거제만을 한 바퀴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왜 그랬느냐? 그것은 아는 사람만이 안다...ㅎㅎ

덕분에 처음 가는 나야 양식장을 실컷 구경했지만

캡틴은 한 시간이 늦어졌다며 얼마나 궁시렁 궁시렁을... ^^

빨강색으로 가야했는데 그만 노랑색으로 가버렸네, 그랴!

사실, 도착시간이 늦어지면 제일 곤란한 사람은 나였다.

산에 도착해서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했으니까,

하지만 무얼 믿고 그랬는지 느긋한 마음이었다.

 

 

 방향을 틀어서 이제 양쪽 양식장 사이로

배가 灣을 빠져나오는 모습이다.

폭이 좁았는데 역시 노련한 캡틴이 실력을 발휘하였다.

아마도 地圖에서 섬을 한 바퀴 돌고 직각으로 휘어져

내려오는 부분으로 짐작해본다. 이 배의 네비게이션은

아래층 오른쪽에 있는데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의

최단거리가 직선으로 그어져있으며......

현재 배가 지나가는 지점은 화살표로 나타나고

배가 지나온 길이 까만 점으로 이어져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 내려가 보니 산달도를 거슬러 올라간 지점은

헤맸다는 뜻일지 선들이 오락가락 그어져 있었다.

아직도 가판에는 서리가 조금씩 녹고 있는 중이고

구름에 가려 해가 떠 있어도 기온이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점점 바다가 넓어지는 모습이더니

이런 풍경도 눈에 들어왔다.

작은 집들은 물고기 양식장에 필요한 먹이나

도구들을 보관하는 창고라고 한다.

무엇을 양식하는지 보통은 부표만 떠있던데

이곳은 이렇게 마루처럼 깔아놓았다.

아마 잡아온 물고기를 더 크게 키워서 팔려는

가두리어장이 아닐까? 우럭이나 돔이 자라고 있을 것이다.

이 부근에서는 해양 청결을 위해

뗏목으로 만든 바다화장실도 보였다.

 

 

 바다 난민들이 사는 곳처럼 이런 모습이

100m가량 이어져 있었다. 나라에다 세금을 내고

양식장을 한다는데 넓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아니면 생산량에 준한 것일까...아마 넓이겠지?

길을 바르게 돌려놨으니 여유를 가지고 커피 한잔씩 했으며

잔잔함도 좋지만 한 순간은 시끄러운 음악으로 변화를

주는 것도 즐거움이어서 음악을 듣고 가자니 배터리에

연결해야 한다며 캡틴이 아래층으로 내려간 사이에......

 

 

 잠시 내가 또 키를 잡았는데 앞에 보이는 섬이

地圖에서 보이는 장사도이다. 운전면허가 없지만

목표물이 눈앞에 있으면 운항하기가 쉽다.

어느 섬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거나,

60도 방향으로 직진하라고 하면 키를 방향에

맞추어주고 다시 원위치를 해주면 된다.

캡틴이 없다 치면 네비를 자주 보러 내려가야 할 것이고

혼자서는 어렵겠지만 배가 고장이 나지 않는 바에야...

복잡한 서울 도로상보다는 바다가 넓으니 아무래도

더 쉽게 생각되어지는 것은 자만일까나.

 

 이제 거제도 아랫녘까지 거의 다 내려왔다.

그러니까 內海를 지나 外海로 접어들려는 시점이겠다.

사진을 한 장 찍으려 잠시 셔터를 누를 때면 배는

벌써 30도 정도 방향을 바꾸고 있어서 얼른 제자리로 돌려야 했다. 

아직은 깃발을 봐도 알 수 있듯 바람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

음악을 들으며 흥얼흥얼~~~♬

 

 

 그러나 역시 거제의 몸뚱이를 지나

남쪽 해역으로 내려오니 바람이 심해지기 시작했으며

배가 나아가는 방향과는 반대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와 온 몸으로 맞게 되어 추워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날씨가 좋다는 날을 택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바람이 많다면 강풍이 불 때는 어느 정도겠는가!

계절 탓이 크겠지만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나

옆에서 부는 바람이라면 훨씬 부드럽게 느껴질 텐데,

옷을 많이 입었는데도 어설퍼지며 후달달달~~~~

 

 담채화(淡彩畵)같은 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無人島까지 와서 찬바람에 낚시하는 분들을 바라다보니

더 추워지며 참 정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삶을 즐기는 모습이겠지. 

 

 

 바람아 멈추어다오~~~~!!

 태극기를 보면 맞바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이 추워~~~추워라~~

그런 와중에 앞에 보이는 섬이 거제도 해금강이라고 해서

기대감으로 눈이 반짝 커졌으며 아래층으로 잠시

내려가 담요가 눈에 띄어 갖고 올라와 다리에

치마처럼 둘둘 감고 앉아있었다.

섬 오른쪽으로 촛대바위가 보인다.

바람이 세니 모자가 날아가려하고 스타일은 점점 

신경이 미치지 않으며 입을 꼭 다물어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체감온도로 치자면 영하 30도 정도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어디 어디 구경해보자!

유람선도 어김없이 떴구나!

바람이 차가우니 그런가 갑판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적다.

촛대바위를 방금 지나는 모습......

가까이 보니 촛대바위도 작은 키가 아닐세!

 

 

 뒤이어 온 작은 배는 해금강의 해식동굴까지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역시나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주위의 섬들보다

바위의 모양이나 크기가 수려했으며 우리가 탄 배는 

커서 해식동굴에 못 들어간단다. 비교적 자세히 봤으니

해금강을 보러 일부러 올 이유는 없을 듯...

아이~~추워!!!

 

 

 해금강의 끝부분.....

오른쪽으로 사자바위가 보인다.

바위 끝에 꿋꿋한 소나무여~~~

멋지고 자랑스럽구나!

 

 

 아~~~ 바람은 점점 신바람이 나서 거세어지고

파도가 넘실넘실 뱃전에서 부서져 내 머리 위로 물방울이 튀었다.

1m 정도의 파도라는데 배를 타 본 이후에

가장 큰 파도를 만난 셈이며 여름이라면 아주

스릴 있겠지만 배에서는 서서 있을 수도 없었다. 

앉아 있는 자리마저 물이 튀니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ㅠ...

누가 기증한 옷이라며 바바리 길이의 옷을 하나 더 

걸쳤으니 도대체 옷을 몇 개나 입었나?

음~~~ 세어보니 윗옷만 8가지 입었네!

 

 

  버티고 버티다가 外島를 끝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꽃들이 많다는 外島인데 이쪽에서보면 그냥

평범한 섬으로 보였다. 건강을 챙겨야하지만

모처럼 경치도 봐야했을 것이고 혼자서 내려가

쉰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점심 때가 지나고 있었으며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겠지만 도대체 국을 데워서

먹을 엄두조차 나질 않았다. 속까지 편칠 않아 먹어봤자

불안하였고 발가락이 시려 주무르고 싶었지만

앉아있기도 힘이 들어 누웠다. 바람은 피했는데 장갑을

낀 손조차 꽁꽁 얼어서 손을 잡고 있어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윗옷 지퍼를 힘겹게 열고 두 손을

옷 속에 넣었다. 저온증이 왔을까?

정신이 혼미하기까지 해지는 것을 보면...ㅠㅠ...

 

 그런데 얼마쯤 지났을까? 돌아가던 모터 소리가

밑에는 더 요란하게 들리는데 덜커덕거리며 꺼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루 종일 운항을 해도 중간에 끄는 모습을 못 봤는데 웬일일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올라가봐야 할 텐데...

어렵게 일어나 신발을 신었으나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옆으로 도로 누워버렸다. 바다에서 이렇게

하루를 더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큰일이네!

잠시 후 다행히 모터가 돌아가고 아마도 배 밑에

무엇이 걸렸었나보다는 이야기에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맞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추울까나!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만 가득했으니.....

 

        태종대앞 주전자섬                                                                      태종대 하얀등대가 점으로 보임

 

 

 

  2시간쯤 흘렀을 것이다.

난방이 되지 않는 배이니 밑에 있어도 춥겠지만 바람만 피해도 어디던가!

궁금해서 몸을 일으켜 올라가보니 캡틴이

굳건히 키를 잡고서 애를 쓰고 있었다, 고마우셔라!

최고라고 손가락을 들어주었다. 내가 일어나길

기다리며 함께 하려고 점심을 못드셨다 하는데...

이럴 때는 남은 사람들이나마 욕심껏 드셔야지 말이야,

더 미안하게시리......

 

 주위를 둘러보니 거제를 완전히 지나서

부산해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커다란 배들이 보이고 멀리 아파트들도 보이고

무엇인가 인간들이 사는 동네로 들어온 듯해서

편안해졌으나 여전히 맞바람으로 온전히 서서 있을 수가 없었고

속이 울렁거려 잠시 키를 붙잡고 있다가 눈앞에 보이는 곳이

태종대이며 하얀 부분이 등대라고해서 30분정도 

쉬었다가 오면 섬 앞이겠단 생각에 도로 내려갔다.

침대에 누우면 병든 닭마냥 자동으로 눈이 감겼다.

 

 

 아마 지금쯤......?

태종대가 눈앞에 서있었으니 딱 맞추어 일어났네....ㅎㅎ...

빨간 타이어처럼 생긴 부분이 자살바위란다.

바다에서 이렇게 올려다볼 날이 있을 줄 알았던가!

물이라도 데워 먹으려 했으나 휴대용 가스렌지가

켜지지 않는 바람에 찬물이라도 조금 마셨다.

혹시나 탈수일까 하여...몸은 여전히 힘든 상태이다.

 

 

 날이 흐리니 부산항이라는데 뿌옇게 보였다.

얼굴을 온통 가리고 있어 내리기도 어려워서

손가락으로 무엇이냐 가리키면 캡틴 역시 추위에

마스크를 내리고 말하기가 거북스러울 텐데

대답을 친절하게 다 해줬다. 고마운 캡틴...

컨테이너를 올리는 기계들일지......

 

 

 거제도를 지나며 시작되는 부산은 수영만까지

가는데만도 꽤나 길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왼쪽부터 수리섬, 송곳섬, 굴섬, 오륙도...

地圖에서 보면 거제도의 外島부터 부산으로 향할 때는 

일직선의 깊고 넓은 태평양이 계속 되어 잠 들었지만 다행이었다.

누워있긴 했으나 소위 관광지는 다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호~~~~아름다워라!

광안대교까지 왔다. 어느 덧 아침에 봤던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가고......

다 왔다는 생각에서였나 울렁대던 속이 후련해져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불꽃놀이를 한다는 광안대교로구나!

 

 

 텔레비젼에서 봤던 해운대 앞의 모습...ㅎㅎ

나도 이 앞을 배 타고 지나갔네요.

멀리서 봐도 멋지긴 했다.

바람이 잔잔해지고 속도 편안해져서

얼굴에 미소가 저절로 피어났다. 살아난 것이다.

아휴~~~바람 따라 몇 시간 고생하며 죽을 맛이었다가 

바람이 지나니 기운이 살금살금.....

겨울에는 요트 타는 것이 쉽지 않겠구나!

 

 

 수영만 요트 마리나로 들어간다.

햐~~~ 고생했어도 요번 기회로 인하여

섬을 여기저기 알게 되고 통영이나 거제에 대한

지리공부와 부산의 태종대, 부산항, 해운대의 위치를

머릿속에 자동으로 넣게 되었다.

설령, 몰라도 되는 것들이지만 남쪽 바다의 절반을

느리게 느리게 지나왔으니 그것만으로도 흐믓하다.

 

 

 만세~~~~!!!

태극기가 다 왔다고 활짝 펴서 기뻐한다.

너도 바람에 시달리느라 애 많이 썼지?

옷 두 벌 덤으로 입었으니 개어 두고 대충 배 정리가

끝난 후의 시간이 5시쯤 되었을 것이다.

해운대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가보니 6시에 출발하는 고속버스가 있었다.

다시 먼 길 떠나는 나 때문에 이른 아침식사 후

따뜻한 茶 한잔 나누지 못하고 헤어져서 섭섭했지만

몸이 한결 가벼워져서 자정이 조금 넘어

집에 도착했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나에게는 정말 모험인 여행이었다.

山에서 움직이며 느끼는 추위와는 영 달랐으니까.

새로운 기록들이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며

나의 한계상황을 조금 벗어나 영역이 넓혀진 느낌이랄까?

겨울바람에 마른 낙엽 힘 없이 떨어지듯 몇 시간 헤맸던

순간들이 짧은 시간에 사라지며 꿈길이었나!

집에 와서 빨랫감 정리하고 더운 물에 씻고

따뜻한 이부자리에 누우니 얼마나 행복하던지...

 

 사서 고생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소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겨내고 누려보는 여유로움이리라!

살아있음으로 한 단계 올려놓은 듯 뿌듯해진 내 삶에

앞으로도 힘찬 응원을 해주고 싶다.

 

 

 

 

    2013년   1월    2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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