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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바탕 소리 높여 슬프고 서럽게 울고 난 후......

조금씩 그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며 가슴이 후련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보다 올겨울 하얀 눈 소복하게 흩날려 말없는 위로를 받았다.

 

 

 (운동장에서 바라본 북한산 보현봉)

 

 

 그러니까.....

작년 11월 마지막 주에 채본을 써주시고 韓紙 밑으로 작은 쪽지 하나 쑥 집어넣으시며 읽어보라셨다.

이제 연애편지도 쓰신다며 가시고 난 후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대했는데 세상에.....나!!!

쪽지에는 경악할 이야기가 써있었다.

당신의 신체부위를 자랑한 이야기였는데 그걸 읽어보라고 스승이란 사람이???

기절할 뻔 했다.

너무나 부끄러웠다.

이런 글을 받은 나도 그런 사람으로 비춰졌다는 것인데......

시궁창보다도 더러운 곳에 빠진 느낌이었다. 

여든이신 할아버지가 나이차있는 제자 앞에서 아직도 男性性을 강조하고 싶으시다니...?

 

 사랑한다며 무슨 그림을 이렇게 시커멓게 그리시는지....

채본에 더 정성을 보이시거나 아름다운 배려로 피어난다면 오히려 감동될 텐데......

날마다 좋은 구절 대하시면서, 스스로 선비라 하시는 분이 원초적 본능으로 돌아가시는 구나!

진정한 사랑이 아니셨던 것이지, 늙으막에 분별없이 그야말로 妄靈이 나셨음인가.

결석도 하지 않고 열심히 글씨 쓰고 온다했지만 가끔은 나도 모르게 여우꼬리 달았었나?

아~~~~

악마가 따로 없구나~~~!

글씨 쓰는 배경이 더욱이나 학원도 아니고 절(寺)인데 어떻게 常識以下의 그런 일을....

그 후론 일체 전화를 받질 않았다.

전화가 오면 놀라서 가슴이 쿵쾅거리기도 했다.

 

 "왜, 전화도 안 받고......?"

공부하러 가서 한 말씀 들었다.

아무 말하지 않았다.

은근히 말 없는 내가 구미호(九尾狐)처럼 무섭기도 하셨을 것이다.

다른 분들께는 더 친절해지셔서 여러 바퀴를 도시면서도 내 곁에는 오시지 않았다.

행여, 채본을 써주시면 받고 아니면 있는 것이나 연습하자며 종이에 시선을 붙들고만 있었다.

간혹 미안해하시는 모습도 보였는데 막상 채본을 써주시려면 미우셨던지...

가실 때쯤 어쩔 수없이 오셔서 성의 없이 쓱쓱 써주셨다.

내가 손가락으로 어느 글씨를 쓸 차례인지 가리키고 있는데도 일부러 글씨를 빼먹고 쓰시는 모습에.....

 '참으로 나쁜 사람이구나!'

 '당신이 저지른 실수에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도 모르고....'

 

 그럼에도 글씨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으니 인내하며 내 하기 나름이다~~몇 주일이 지났다.

기분은 찜찜했으나 아무에게도 내색하지 않았다.

 '다음 주면 좀 달라지시겠지, 愛憎으로 달리시다 자칫 실수하셨을거야.'

하지만 점심 드시고 다들 커피 마시는 시간에도 내가 당번이라 그런가 일부러 드시지 않고....

여전히 괘씸하다는 얼굴표정에 글씨에는 영~~성의 없게 이어져갔다.

 '이건 정말 아닌데...적반하장(賊反荷杖)이구나!''

행서에 서서히 재미를 붙이고 있었으니 웬만하면 선생님 돌아가실 때까지 배우려했는데 말이야.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 쓸쓸하면서 벙어리 냉가슴이었다.

추한 이야기라 누구에게도 말을 못하고 神께서 날 시험하시는 것일까?

내가 이런 상황을 이겨내고 거듭나야 한다는 뜻인가.

애초에 글씨를 쓰려는 목적은 무엇이었나.

마음 맑아지려고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탁해졌으니 누굴 탓해야 하나!

내 탓이라며 마음 달래기에 공을 들였다.

눈이 온 날은 어김없이 나가서 발걸음마다 씻고 씻고 기도하고 영혼의 구석까지 맑아지길 바랬다.

마음 조절이 웬만하면 잘 되는 편인데 편안했다가도 다시 생각나면 괴로웠으며...

여전히 더러운 무엇이 내 몸에 붙어있는 듯 했다. 

 

 '손놀림을 잘해서 글씨 잘 쓰면 무엇 하나?'

 '맑음 마음 지니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

 결론이 이렇게 내려졌음에 어느 날 山을 후딱 넘어서 보따리 싸갖고 왔다.

마침 스님도 계시지 않아 수위실에서 열쇠를 받아들고 정리하고 나왔는데......

돌아오며 나 자신도 섭섭해서 혹시나 오셨나 전화를 드리니 스님께서 무슨 일이냐고 깜짝 놀라셨다.

다른 말씀은 못 드리고 선생님 때문에 더 이상 다닐 수 없다고만 말씀드렸다.

 

 마음 가벼워졌으며.......

어느 날 이야기를 나누다 저절로 통곡을 하게 되어 다소 치료가 된 느낌이다.

얼마 전 新聞을 읽어보니 글로써도 성범죄가 된다고 나왔는데 이런 경우는 重罪에 해당된단다.

행동으로야 옮기기도 어렵고...피하는 방법을 썼으니...일단, 마무리하자!

그렇다고 겨울 내내 平山이 이런 일로 우울했겠는가?

오호~~~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 이다...ㅎㅎ...      

 집에 온지 이 주일이 지난 다음부터 다부지게 마음먹으니 혼자서도  進度가 잘 나갔다.

중요한 것은 꾸준하게 써보는 것일 텐데 주위에 알맞은 장소가 있을지 알아보겠지만 당분간은 집이 좋을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삼월이니 마음공부에 主力하고 싶어진다.

 

  

 

 

 

 2013년   3월   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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