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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 와서 낯설어 그런가 작년에는 앵두가 눈에 보이지 않았는데 올해는 익으니 빨강빛으로 변해서 오며가며 하나씩 따먹었다. 처음에는 알맹이가 작아 싱거운 맛이 났으며 열매에 비해 씨가 커 정작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없어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다닥다닥 터질 듯 부풀어 올라 맛도 풍경도 보기 좋았다.

 

 山에 있는 앵두는 파란 것이 절반일 때 누군가 다 따가서 괜히 서운했었다. 들에 있어 오염되었다 생각하는지 날마다 그대로 달려있는 앵두가 슬퍼 보여...어느 날 바지 양쪽 주머니에 가득 넣고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무엇이 급한 사람처럼 어기적어기적 돌아오는데 자칫 농익은 앵두가 터져서 붉은 물이 줄줄 흐르면 어쩌나 아주 조심조심...앵두는 생각보다 탱글탱글 온전한 모습이었다.

 

 상할까봐 씻어서 설탕에 버무렸더니 얼마나 예쁜지 한 수저 입에넣고서 오물오물하다 한꺼번에 씨를 풋풋풋...

 

 서서히 익는 앵두였기에 다음날 가보면 또 붉어져있고 며칠 후에 가보니 또 다닥다닥...아이고, 누가 좀 따가지 않고...풍성하게 열매를 맺었으니 누가 맛봐주길 앵두도 바랄 텐데...나만의 착각일까? 

 이건 앵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집에 와서 비닐을 준비해가 10분쯤 땄더니...금방 1kg을 넘겼을 듯... 앵두는 마트에서도 보기 어려운데...정다워라!

 

 따다보니 어떤 아주머니가 앵두나무에 붙었다. 많이도 열렸다며 시골서 처녀시절 앵두나무 이야기에...씻지도 않고 연신 드시며...아이구! 맛나다...이걸, 누구에게 감사해야 하나...그러게요, 아주 잘 익었지요? 따먹어줘야 하는 것 같아서 나왔습니다.

 우린 앵두에 시선을 고정하고 어떻게 생겼는지 서로의 모습도 모른 체 나무 반대편에서 짧은 시간에 열심이다가 말소리가 들리지 않자 ...갔어요?... 아니요...ㅎㅎㅎ..

 그만 돌아간다며 나무에서 나왔는데도 아주머니는 앵두나무에서

머리를 들지 않으시고 목소리로만 잘 가란다.

 

 한 움큼 넣고서 우물우물, 햐~~~갈수록 맛이 좋아져 새콤함이 줄어들고 같은 달콤함이지만 딸기와는 다른...향도 차이가 있는 앵두! 무엇을 할까? 저번 것과 합쳐서 과일이니 잼을 만들어보자, 보관하려면 최고의 방법일거야! 물이 많아서 금방 설탕에 부글부글...국물이 붉은 빛을 띄자... 체에 씨를 발랐는데 앵두 살이 부드럽게 떠오르며 걸쭉해졌다. 뜨거울 때 한 수저 먹어보니?

오호~~~ㅎㅎㅎ

 

 그냥 앵두를 먹는 것보다 단맛이 합쳐져 향이 짙어졌으며 뒷끝이 상큼한 매혹적인 맛으로 변했다. 마침, 만든 요구르트가 있어 앵두잼 몇 방울 넣고 휘저었는데...훌륭한 後食이 따로 없었다.

 '앵두야, 어릴 적에도 이렇게 먹어본 적이 없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구나!'

 

 

      2013년      6월      2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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