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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길을 걷다가 살짝 아래 녘을 엿보았습니다.

집에 와 무심결에 사진을 보니 하트 모양으로 나와서 깜짝 놀랐네요?...ㅎㅎ...

이때가 오후 5시경이니 도시는 한참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빛이 비치는 모습입니다.

 

 

 바로 안쪽 숲길은 오전 중에만 빛이 드는 남동방향이라 다소 어둡습니다.

일부러 이쪽으로 해서 해가 기우는 서북쪽으로 한 바퀴 돌아야 모자를 쓰지 않고도 그늘이 있어 다니기 좋거든요.

작년에는 장마 비에 많은 토양이 유실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둘레길이 알려지면서 주말에는 인근 주민들과 멀리서도 다니러 오시는 모습인데요,

노란 선을 따라 나무를 길게 걸쳐서 새롭게 토양 유실을 막으려는 공사가 올봄에 있었습니다.

재질이 나무라서 자연스럽고 보기도 좋습니다만 영구적인 튼튼함은 기대하지 못하니 다소 불안함이 있습니다.

좁은 산길을 넓히며, 걷기에 불편하게 서있던 나무는 일부 베기도 해서 아름다운 산길이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사랑스런 모습에 웃어야 할지 안타까워해야 할지요?

 

 

 버팀목을 세우고 나무로 흙을 지탱하는 곳곳마다 푸른 싹이 보였습니다.

예전에 공사를 했던 곳은 시간이 흘러서인지 이런 모습이 없었는데요,

올 봄에 공사를 한 곳에만 나타납니다. 살아 있는 나무를 사용했으니 그럴 테지만...

자른 나무토막에서 싹이 올라왔는데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태풍이 불어와 뿌리 채 뽑혔던 나무도 걷는 방향과 반대이니 그대로 두었는데요, 

살겠다고 파란 싹이 보였는데 반가우면서도 안쓰러웠습니다.

사진 아래쪽으로 나무와 나무를 철심으로 이은 모습...보이시나요?


 

  


 


 

 

 

 

 

 

 

 

 

 

 

 

 

 

 

 

 

 

 

 

 

 

 

 

 

 

 

 

 누워있는 나무의 싹눈에서 식구들이 모조리 나와 '나 살아있어요~~~' 합니다.

나무껍질이 벗겨져 죽은 나무처럼 보이는 곳에서도 싹이 보입니다.

바라보고 있자니 생명력에 감동이옵니다. 꼬물꼬물 형광색으로도 빛나고.....

뿌리가 당연히 없으니 누워있는 몸을 통해서 물을 마실 텐데요, 어째 이런 일이 있을까요?

 

 

 잘려진 나무에서 이렇게 건강한 싹도 있습니다.

누가 먹여주는 것도 아니지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해봅니다.

 

 

 죽은 나무토막이라도 나무라는 사실에 편안함을 느끼는데, 푸른 싹이 보이니 생기가 돌아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아~~사랑스런 그대! 어떤 화사한 꽃보다도 아름답습니다.

내내 응원할지니 꿋꿋하기를......^^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가 살짝 엿보았습니다.

 "고마워, 오늘의 살아갈 양분은 충분했는데 한 번 더 비춰주는 구나!" 

 "언제까지 이런 모습일지 모르겠다만 욕심 부리지 않고 싱싱한 여름 보낼께!"

 

 

 이제 서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세로로 잘라 심어진 버팀목들이 가로보다야 튼튼해보였는데요,

푸른 새싹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려보며 나무들에게 한수 배워봅니다.

 

 

 

 

 2013년   6월  1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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