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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 수박 좀 가져가거라!"

어머니 댁은 요즘 친구분이 와 계신다.

넓은 집을 놔두고 혼자 사시니 적적해서 그러시는지,

"나 이제 어떻게 사니, 저녁은 무얼 먹었어?"

아주 조그마한 것까지 이야기 나누려 하시고 아저씨

돌아가신 후로는 가끔 우울증도 보이신다는 아주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셔서 어머님이 더 이상

이야기하실 거리가 없으시면...

 "왜, 말을 안 해?"

 "응, 듣고 있을게, 당신이 이야기 해." 

나에게는 이따금 귀찮기도 하시다 말씀하시는 어머니!

 

 아주머님 댁은 아파트 제일 높은 층이라 덥다며

이를테면 피서를 오신 셈이지만 내가 보기에 캐나다와

대전 등, 자식들이 멀리 살아 정이 그리워 오신 듯하였다.

겨울에도 오셔서 며칠 밤 주무시고 가셨지만

올여름에는 병원에 약 타러 가실 때만 댁에

다녀오시고 내내 어머님 곁에 계셨다.

 

 두 분 다 80이 넘으셨고 어머니 젊으셨을 때 이웃으로

사시던 분으로 당시에 교수님 부인이셨으니 어머님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으셨는데 내가 시집을 와서 낭군이 군을

제대하고 얼마 있다 처음 분가를 한 집이 아주머님 댁이라,

음식이나 여러 가지로 만만치 않은 다름이 있으셔서...

어떻게 친구가 되셨을까 갸우뚱하여 여쭌 적이 있다.

 "어머니, 두 분이 많이 다르신데 50년 넘게 친구 분이시란 것이 이해가 안 돼요."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깍쟁이처럼 보일지 몰라도 어려울 때 많이 도와주셨단다."

 

 요번에 아주머니를 만나 뵙는 것은 

그러니까 약 7~8년의 시간이 흐른 다음이다.

나에게는 새댁 때 집주인이셨던 아주머니......^^

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전기세 많이 나온다 하시기에

말없이 5000원을 얹어드렸던 기억과...

신혼살림을 자꾸만 기웃기웃 들여다보시고,

혹시 아침밥 안 해주나 며느리 대하듯...?

마당이 넓으셨으면서 아들이 오면 꼭 우리 집 쪽문을

열게 하시어 洗車를 하게끔 권위를 드러내시던 아주머니셨지만,

낭군은 그 좁은 집이 늘 정다웠다고 말하곤 한다.

 

 날은 더운데 어머님 댁에 와 계시니 아주머님의

막내아들이 인사드리러 오는 김에 수박을 가져왔단다.

밖에서 볼일 보고 들어온 후이고 어두워져 전화를

하셔서 퇴근길 낭군에게 들렀다 오라고 하려다,

혹시, 보고 싶어서 그러시나? 이런 기회에 가 뵈어야지!

 

 "아니, 그때보다 고아졌네? 지금 몇 살이야?"

 "더 건강해진 모습이네~~~"

그동안 살이 빠지셔서 동그랗게 눈이 커진 아주머니의

손을 반가움과 안쓰러움에 마주 잡으며 파마도

같이 하시고, 뭘 해 드실까 마트에도 두 분이 다녀오신다니,

병원 나들이에 정다워 보이셨다.

 '우리 어머님은 이따금 뵈니 모르겠는데 많이 늙으셨구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어머님은 수박 가져갈

생각에 무거워서 어쩌나 걱정이 太山....

 "더 늦기 전에 어서 일어나라, 어두워서 걱정이다."

커다란 수박이 냉장고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싱크대 앞에 쭈그리고 앉았는데,

혼자서 자르기 전 들어봤더니 무겁긴 했지만 잘라서

주실 텐데 설마 못 가져가기야 할라구?

 '요즘 수박이 얼만데, 구겨서라도 가져가야지...ㅎㅎ...'

 

 몸살 난다 걱정하시며 절반에 못 미치게 칼을 대시길레

나를 생각해서 그러실 테지만 서운함이 뭉게뭉게 일어

머리 위를 선회할 무렵 칼이 점점 중앙선을 침범하여

나선형으로 돌아가 예상보다 다르게 지나가서...

 '어쩌나, 우리 것이 점점 커졌으니 말이야!'

 

허나, 선뜻 커다란 것을 싸주시며 작은 것도 냉장고에

들어가기가 힘들다 하셔서 죄송하였어라!^^

 "무거우니까 몇 번 쉬어 가거라!"

벌써 가냐며 일찍 헤어지니 서운하시다며

아주머니께서도 문가로 나오셨다.

 

 하늘에는 힘내라 응원하는 듯 반달이 노르스름 떠서

쳐다보기에 수박을 불끈 들고 땀은 뻘뻘 났지만

쉬지 않고 10분이나 걸렸을까? 단숨에 집에 왔다. 

도착했다며 전화를 드리니 놀라시는 어머님께 살짝~~~

 "어머니, 날도 더운데 친구 분이시지만 좋은 일 하십니다."

 "그래, 알았다...다음에 이야기하자...ㅎㅎ..." ^^

 

 

 

 

 2013년 8월  1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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