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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가야금과 平山...

평산 2013. 8. 23. 07:00

 

 

 여름학기가 끝나며 나의 짧은 산조 공부도 마무리하게 되어 기쁘다.

그간에 악보를 외운 상태에서 거의 1년간을 진양조부터 세세하게 연습하였다.

이론을 배우고 악보를 외웠어도 박자나 연주법이 무겁고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다듬기를 해온 것이었다.

 

 그럼, 지금은 음이 고아졌을까?

부드러워지고 가벼워졌으나 선생님처럼 흉내 내려면 머나먼 길이다만....

연습한 양에 비례해서 자신감이 생기고,

어깨에 힘이 덜 들어가는 것이 느껴지며...

가락의 강약이 자신도 모르게 생겨나는 것을 보면 흐뭇~~~ 하다.

 

 

 

 

 

 처음부터 악기를 멋지게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어서...

그간에 받은 구박이 서러울 정도는 아니었다만 순간순간 괴롭기도 했다.

하기 싫다가도 강습받으러 가기 전날에는 학생으로서 양심상 연습을 해야 함에도....

날은 더운데 연습하는 소리가 듣기 싫다던 사람은 누구셨나요?

물론, 이해는 간다...ㅎㅎㅎ...

아름다운 소리도 자꾸만 들으면 짜증이 날 수 있는데 하물며......??

 

 한 번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밤이었는데 가야금 소리가 공해라며 나갔다 온다고 하길래....

남은 연습은 30분 정도니까 알아서 들어오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혹시나 내가 연습을 접겠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만.....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해 봐야 1시간 정도인데 그 걸 못 참다니 나름 얼마나 서운하던지......

꼼지락거리다 저녁시간이 지나면 이웃들 눈치 봐야지...

낮에 하려면 함께 있는 사람 낮잠 자는 시간도 피해야지... 식사 준비에... 뭐에... 뭐에....

겨울에는 문이라도 닫고 할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하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더운데도 눈치 보며 방문을 닫고 하다가 무슨 죄를 지었나?

별안간 문을 활짝 열기도 했다.

암튼, 주위에서 지켜봐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가을학기부터는 조금 긴~~~ 산조 공부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똑같이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옮겨가며 배울 것이며,

짧은 산조가 전체를 연주하는데 15분이 조금 되지 않았던 것에 비하여 

긴 산조는 30분 정도가 된다고 하니,

악보를 기억하고 주법을 터득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테지만...

결석하지 않고 꾸준하게 가보자는 것이 나의 마음자세다.

 

 여전히 실력이야 부족하지만 짧은 산조를 마친 기념으로 3분 정도의

중모리 한 토막이라도 올려볼까 했으나,

동영상을 어떻게 찍는 것인지 오늘 하루 사진기 들여다보다 모르겠어서 그만두었다...^^

가끔은 스스로가 가야금을 왜 배우고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무대체질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은 더더구나 아니옵고,

나이 들어가며 악기 하나 연주함이 즐거워서라고 소박한 결론을 내려 보기도 한다.

 

 함께한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구나!

늘~~~ 벽에 기대어 소리 없이 기다려주는 너만 봐도 마음 든든하고 뿌듯하다만....

네가 있어서 세상사는 재미가 보태지고... 풍요로워지고... 심심치 않는구나!

앞으로도 그날까지 우리 친구 하기로 하자.                                                                                                     

 

 

 

 

 

   2013년  8월  2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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