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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약속 둘...

평산 2013. 8. 9. 12:23

 

 방학을 한 친구가 있어 일주일 전쯤 약속을 했다.

일년에 두 번이나 볼까한 친구다.

제일 덥다는 날씨였지만 자주 보는 친구가 아니니 山에 가는 약속이었는데 미룰 생각을 못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이 바로 5분 전인데도 어째 소식이... 감감....^^

지하철역이라고만 했지 몇 번 출구인지 정확하게 정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내가 먼저 도착했을지...'지금 몇 번 출구에 있다.'고 문자를 보내자...

친구도 다 왔다고 연락이 온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흐르고 그 사이 전혀 소식을 전하지 않고 만난 약속이었다.

서로가 참 무던한 경우이지만......

누가 먼저 전화할지 '버티기 작전'은 아니었고 믿음이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불광동 둘레길 입구의 모습.)

 

 

 반면, 며칠 전의 약속이 지나간다.

회색빛 비구름 층이 아주 두껍게 서울 하늘을 덮어서 대낮인데도 밤인 듯 캄캄했던 날.

살다살다 누가 그런 날이 될 줄 알았던가!

갈 길은 멀고...날이 뒤숭숭하여... 나갈 때 친구들 의견이 어떨지... 전화를 하려다...

그들도 전화가 없는 것을 보면 똑같은 의견일 것이라 여기며...

 

 장마철 내내 소나기가 내렸어도 지나가는 비가 대부분이었으니...

여느 때처럼 잠깐 우산을 쓰던지...처마 밑에 섰다보면...비는 지나갈 것이고,

비가 계속 온다면야 山일랑 접어두고 반가운 얼굴 마주보며 점심에 이야기 나누다 오면 될 것이어서...

무거운 날씨에도 상관없이 가볍게 집을 나섰다.

 

 요번 경우에는 약속장소가 정해져 있었으며...

서둘렀으니 일찍 도착하여 쇼핑몰을 기웃기웃... 여유만만 했는데...

지하철 밖으로 나오자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山에 오를 수 있을지...서쪽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몇 시쯤 되었을까?'

 전화기를 찾으니 그때서야 가져오지 않은 것을 알았다.

 '어쩌나! 전화들 많이 했겠네......'

 '하지만, 빨리 왔으니 그 사이에 돌아간 사람은 없을 테고...기다리면 오겠지!' 

 

 행여, 얼굴을 가렸을까,

우산을 높이 쳐들고 제일 잘 보이겠는 정면에 서서 나 여기 있다고 기린목을 하였지만...

결국은 전화가 없어서 만나지 못했다.

날이 험하기도 했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중이라 약속장소는 생각을 못하고 점심 먹으러 향했다고 한다.

기다리던 곳에서 불과 100m가 되지 않는 곳인데......

 

 

 (족두리봉 보이는 곳에 시퍼런 억새는 자라고...)

 

 

 두 약속을 지켜보며.....

전화를 손에 쥐고 있으면 만날 수 있고 없으면 못 만나는 세상에 놓여있는 것 같아 명쾌하지 못했다.

만나기 전, 얼마나 많은 소식이 서로 간에 오고 갔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서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면 미리 연락을 했을 것임에,

살다보면 모든 일에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못 온다는 판단을 하기보다...

약속장소는 멀어봐야 거기서 거기니까 꼭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라도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핸드폰보다야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2013년   8월    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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