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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예랑이가...

평산 2013. 12. 3. 11:51

 

 

 여름날 우리 집 뒷산을 다녀가더니 좋았다며...

오후에 운동도 할 겸 우리집에 오겠단다.

'그래? 그것도 좋지!'

 

 청소는 다 했지만.....

욕실이 부족한 듯하여 깨끗이 치우고

예랑이는 오지도 않았는데

속으로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덕분에 미루던 일 해치웠구나!..ㅎㅎㅎ'

 

 기다리는 동안,

뒷산에 가서 茶 한잔 하는 것도 좋겠다며

물을 끓여 약하게 커피를 타고...

달달한 과자 두 봉지 가방에 챙겼다.

 

 

 팝콘을 먹으려다...

오면 같이 먹자며 내려놓았고...

사과 2개를 씻어놓았다.

 

 집안을 한 바퀴 두리번거리다.

'혹시 가야금 좀 뜯어보라고 하면 어쩌지?'

느닷없이 앉아 손놀림에 연습을 시작하고... 

집중했음인지 평소보다 잘 되어...

앞으로 올 예정인 예랑이 덕분이라고

다시 한 번 고맙다 했다.

 

 점심은 먹고 온다했으니 요기는 해야겠지?

고구마를 쪄서 두 개 먹고는....

밖을 살며시 내다보았다.

                                                                   

    

 

 조금 늦는가보다.

하던 일을 마저 하고 온다더니,

아직 끝나지 않았나봐.

 

 바쁜 아이에게 언제 오냐고 물어보는 것도

거시기해서 그냥 기다리는데...

졸음이 솔솔 왔다. 아~함~

아무리 편안한 사이라도 자다가

맞이하면 좀 그렇지!

책이나 읽을까?

 

 언뜻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지났다.

에구~~~

山을 가려면 지금쯤은 와야 하는데...

날이 일찍 저무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테고...

차라리 늦는다고 전화를 하든가!

 

 이제 저녁 먹고 가라고 해야겠네.

밥은 있지만 쌀을 씻어놓았다.

있는 반찬에 된장찌개나 새로 하자며...

다시마 멸치국물을 끓였다.

 

 '오면 오는 것이고 편안하게 생각하자!'

나름 여유를 부려보지만...

보이지 않는 예랑이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아 잠시 답답해졌다.

더구나 캄캄해지기까지 했으니...

급기야 문자 하나 넣었다.

 '안 오니?

 

 결국 예랑이는 오지 않았다.

山에 다녀오지 못해서 안타까웠지만

하루를 나름 요모조모로 써서... 

나쁠 것도 없었는데...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건 무엇일까?

 

 예랑이가 온다하여 혼자서...

북 치고 장구도 쳤지만 예랑이 한테는...

저녁 쌀 씻어 놓았다.

멸치국물 끓였다

산에 가려고 가방 꾸렸다고 말 못했다.

들키고 싶지 않았을까?

 

 

 

 

2013년  12월  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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