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5학년 때 단짝이었던 그녀가 큰집 올케가 되었다.

그리곤 갑작스럽게 서먹해졌다.

어쩌다 만나면 '언니'라고 부르자니 어색해서 호칭 없이 얼버무리를 하였고...

이따금 큰집 소식을 접하게 되면 어릴 적에 착했으니까......

맏며느리역할 잘하겠지 하면서 은근히 시누이로 돌아가 있는 날 발견하곤 했다.

 

 물론, 겉으로야 표시하는 무엇은 없다.

괜히 주제 넘는 행동일 수가 있고 자주 만나지도 않으면서 좋은 이야기라면 모르지만...

우리 집 새언니도 감당 못하는데 웬 사촌 올케까지?

 

 

 새해가 밝은 무렵이면 혼자 계시는 큰아버지께 카드 부치는 것이 오래전부터 행사인데...

어느 해부턴가 편지가 도착하면 며칠 내로 고맙다며 꼭 전화를 주신다.

 "점심 드셨어요?"

 "그래, 감기가 있어서 북어국하고 먹었다."

 "시원하셨겠어요, 잘 드셔야 합니다, 큰아버지~~~"

.................................

 "내가 혼자서 북어국은 무슨 북어국을 먹었겠냐!"

 "아침을 걸렀더니 힘이 없고 여지껏 누워있다 밥맛이 없어서 라면 끓여 밥 말아 먹었다.

큰엄마가 없는 이후로는 사는 게 하나도 재미가 없구나!"

 "아이쿠~~그러셨네요~~~"

 "남편하고 다정하게 지내는 것이 최고야, 큰아버지 말 명심하고 다정하게 살아라!"

 오후 3시쯤이었는데 얼마나 기분이 쨘~~해지는지....

이런 소리 들으면 또 혼자서 시누이로 슬며시 변한다.

'뭐하는 거야, 전화는 드린 걸까?'

 

 

 한번은 또 동창들 몇 몇이 모이는데 오겠냐고 물으니 반색(斑色)을 하면서...

약속으로 정한 날에는 조금 곤란하다며 의견을 제시하길레

시누이가 아닌 그 시절 친구로 돌아가 시간과 장소를 모조리 바꾸고 반가움에 기다렸는데,

당일이 되니 친정엄마가 편찮으시다며 못 온다는 소식이 왔다.

살다보면 그럴 수 있지만 그 사이에 일주일이 비었었으니 미리 다녀오지 않고 곤란하게 만든다며 섭섭했었다.

그냥 친구였다면 한 소리 했을 것이다...ㅎㅎ...

 

      

 

 

 

 결혼하고서 각자의 시간이 흘렀고, 어릴 적 친구로 무엇에 얽매임 없이...

 임의(任意)롭게 지내진 못했지만 서로가 마음 속 생각을 보일 정도의 무엇은 없었다.

다만, 전화를 할 경우 끝 무렵에는 의례히..언니한테 인사 해야지??? 한다.

그럼 그렇지~~~ㅎㅎㅎ 그냥 지나가질 않는구나! 언니는 언니니까 그까짓 해주자!

 "언니,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만나요!"

 "옳지! 시누, 잘 있어!"

 

 

 

 

2014년   2월   24일   평산.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이 흘러 비로소...  (0) 2015.01.01
아카시아와 소나무의 사랑!  (0) 2014.05.20
사랑 받아 고맙지만 버릴 것도 한 자루!  (0) 2014.02.16
무조건 웃어보자!  (0) 2014.01.11
귀에 물이 들어갔나?  (0) 2013.12.14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