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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겨울 월순이가 청국장을 만들었다며 먹으러오라고 밴드에 올렸다는데...

선뜻 간다는 사람이 없으니 네 생각은 어떠냐고 순하고 착한 영심이에게서 소식이 왔다.

 "오호~~~정성을 생각해서라도 가야지."

 왕복 4시간이 걸리지만 자주 가지 못하는 곳이라 기회가 좋다며...

어쩌다 우리 집에 오면 김치가 맛있다고 하기에 김장김치 두 쪽을 들고 달려갔었다.

식탁에서 먹어도 될 것을 월순이는 뜨끈뜨끈한 장판을 깔아놓고 일부러 앉은뱅이 상에 차려서,

배꽃계집아이들 몆 명은 자유롭게 늘어지고 뚝배기 하나에 부글부글 끓여 각자 덜어먹으면 될 것도...

음식점처럼 작은 뚝배기에 각각 차려주어 소박하면서도 알찬 밥상을 대하고 왔다.

 

 그리고 올여름에는 가지부침개 먹으러 우리 집에 일방적으로 쳐들어온다고 들 해서...ㅎㅎㅎ

아침 먹고 이것저것 준비하고는 호박이나 참치 부침을 시작했는데, 비교적 선선한 여름이었지만...

여름은 여름인지라 불 앞에 있으니 시간이 지나며 얼굴이 벌개지고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아휴, 더워라! 지금 몇 시나 되었나....."

 오는 사람들도 더울 테지만 행여 내 모습을 보며 친구들이 미안해하면 어쩌나!

30분 정도 남았기에 설마 그 동안에 오겠나 싶어 후다닥 찬물을 뒤집어쓰고는 혼자서 호호호~~~♬

잠시나마 열을 식히니 얼마나 개운하고 시원하던지...누가 올까 젖은 머리를 대충 말리고....

모든 부침개가 뜨끈할 때 맛이 있듯 오늘의 주인공인 가지부침개를 비로소 만들기 시작했다.

 

 "띵동~~~"

 "미안하다!  미안하다, 아무리 가지부침이 먹고 싶어도 그렇지! 이런 더위에 만나자 했으니...ㅎㅎㅎ..."

 "더워서 움직이기 싫어도 미안해서 안 올 수가 없더라!"

월순이와 영심이 광란이 맹자가 수박덩어리를 안고 들어오면서 한 마디씩 건넸다.

그러니까 하필 가장 더운날을 택했으니 서로들 氣가 막히다며 더욱 더 웃었던 것이다...^^

특별히 해준 음식은 없었지만 이렇게 소탈하게 또 한번의 만남이 있은 후...

 

 이번에는 순하고 착한 영심이가 추석이 오기 전 밥 한끼 사고 싶다고 소식이 왔다.

명절을 앞뒀으니 돈 들어 갈 곳도 많을 것이고 마음이 바빠지기도 할 때라 안해도 된다고 말렸으나...

 "니네들처럼 집에서 상 차리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어디가 좋을까?"

 

 

 

 

 집들이 동서남북으로 널리 흩어져 있어 차라리 너희 집 근처로 가겠다했었고...

영심이는 전철역에 까만 차를 끌고 와서 우리를 싣고 이런 근사한 집으로 데리고 갔다.

흐미...ㅎㅎㅎ...

 지각한 금숙이를 데리러 다시 전철역으로 지극정성인 영심이가 떠난 후...

월순이가 메뉴판을 보고는 자신이 초대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점심특선을 시키길 레...

난...궁금해서...얼마야?

 

 '아이쿠~~ 한우 한 근 값이로구나!'

청국장이나 가지부침은 몇 인분을 차려도 이곳의 1인분 밖에 되지 않겠네!

결국은 노동력이 비싸다는 뜻이니 대신 맛있게 먹는다며 들어오는 음식마다 깨끗하게 비우고,

茶 한잔에 근처 호숫가를 거닐자고 나갔다가 미술관으로 향하는 화살표를 발견하여 낮은 山으로 접어들게 되었는데...

모기가 어찌나 득실거리는지 점심으로 먹은 양분을 다 빼앗아버리겠어서 헐레벌떡 내려왔지 뭔가!

 '비싼 밥 먹은 줄 모기들도 아나봐."

 밥 이어달리기 하자고 일부러 제안한 것은 아니었으나 여기까지 즐겁게 왔다...^^*

 

 

 

 

 

 2014년  9월  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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