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열무를 절이며 파 다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어디야?"

 "집이지!"

 "그럼, 너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니 지금 간다? 금방이야."

 "어? 김치 담고 있으니 금방은 못 나가는데? 2시간쯤 걸릴 거야, 너희들끼리 놀다오던지..."

 "그럼, 네가 사는 동네에 가서 맥주 마시고 있을게!"

 

 

 

 마음이 다급해졌다.

누군가 날 찾아온다는 것은 더운 여름이어도 고맙고 기쁜 일이다.

양념을 서둘러 만들고 열무가 연해서 조금 덜 절여진 듯하나 씻자마자 김칫통에 한 줌씩 넣으며...

쓱쓱 문질러 쉽게 해보는데 끝 무렵에는 양념이 모자라 중간 중간을 들추고 푸른 잎을 넣고는...

급하게 해서 맛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지만 친구들이 기다린다니...

다른 때보다 한 시간은 빨리 끝냈을 것이다.

저녁밥을 해가며... 집 앞에 왔다고 전화는 오지...

서두르며 일했으니 몸은 끈적거리지...

2시간쯤 걸린다 말했으니 물 한 동이 후다닥 뒤집어 쓴 후 나갔다.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들이 그 곳에 있었다. 무척 반가웠다.

여럿이 정신없는 모임보다 이런 조졸한 만남이 마음을 열 수 있어서 좋다.

그들은 이미 닭고기 한 접시를 거의 비우고 맥주 한 잔씩은 걸친 듯하였다.

더욱이 한 친구의 새로 샀다는 車가 떡하니 앞에 있어서 축하해주고 거리가 짧아 아쉽지만...

시승식으로 '북악스카이웨이'를 가자고 할까, 속으로 김칫국물을 마셔도 보았다.

애초에 山을 가자고 했는데 날이 더워서 취소가 되며 김치를 담고 있었건만...

그들은 山에 가지 않는 대신 스크린 골프를 치고 이곳으로 왔다 하였다,

 '닭고기를 사달라 했으니 사줘야지!'

 

          

 

 

 

 

 하지만 나갈 때 이미 닭고기 값은 지불 되어 있었다.

나를 찾아 동네까지 왔는데 돈을 내다니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해서...

찻집으로 옮겨서는 당연히 茶 값을 내며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운동을 한 후 나른했던지 친구를 데려다 주고 집으로 가야겠다며 일어서자고 해서...

기껏 나왔는데 서운함이 있었으나 그들은 일찍 만났을 것이라 쉬고 싶겠다며,

저녁이나 챙기자 돌아서려는데...

  "나 데려다 주러 가는 길에 같이 갔다가 오면 어떨까?"

 

 

     

 

 

 

 운전하는 친구가 번거로울 수 있지만 20분 정도면 되는 거리라 시승식도 할 겸 좋았다.

청계산을 다니며 江山이 변할 만큼 얻어 탔던 車인데 길에서 연달아 멈춤을 하는 바람에 사게 되었단다.

친구 동네에 도착했으니 이제 돌아가야 할 차례였지만 웬 걸? 또 한잔 하자고해서 횟집에 들러 소주 한 병 시키고,

평소에 줄을 선다는 가게의 간편 모둠회가 매끈하게 차려져 나오며 보너스로 빙어 4마리 노릇노릇 구워졌다.

회를 잘 못 먹으니, 구운 빙어 두 마리를 고소하게 맛보고...

친구의 정성에 회도 몇 점 먹으며, 얼굴이 가렵던데 괜찮을까?

오늘 같은 날은 정말 술 몇 잔하고 싶구나! 캬~~~ㅎㅎ

 

 운전을 하는 친구는 맥주 한잔을 해서 더 이상은 안 되니 나에게 술친구 해달라는데,

소주 한 잔을 받아놓고 다른 때와는 달리 몇 번 입술에 축였을 뿐이지만 알딸딸 좋았다.

 '살면서 이런 맛도 있어야지 말이야!'

깊어가는 우정을 느끼며 걸어서 시장을 나와 이제 들어가라 이별하려는 순간, 茶 한 잔 더 할까?

 "난, 괜찮아, 나도 , 나도..."

집에 가겠다더니, 아쉬움이 있어서 그렇지...^^

찻집으로 향하여 주스 한잔씩에 서운했던 마음은 이미 태평양을 건넜다.

 

           

첨부이미지

 

 

 김치가 궁금하여 오자마자 열어보고 양념이 부족할 듯했지만...

짠 음식보다야 싱거움이 좋겠고 하루가 지나니 벌써 익는 냄새가 나며 맛이 그런대로 좋았다.

 "잘 들어갔니? 어제 급하게 담가서 김치가 걱정이었는데 맛나네?"

 "우리가 맛깔나게 얘기하고 그랬으니 김치가 알아서 익은 거여, 우리가 양념을 쳐준 거지...ㅎㅎ..."

더운 여름밤 친구들 덕분에 커다랗게 웃어보며, 낭만에 젖어보고...

김치는 맛있게 익었지, 회 먹고 가려움은 없었지, 몇 방울의 술맛도 좋았지, 재밌었지!

무엇을 더 바라랴!

 

 

 

 

 2016년 7월   28일   평산.

 

'또래아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들과의 만남 끝에...  (0) 2017.01.23
그렇게 갑자기 만나...  (0) 2016.09.28
야호, 갑작스런 일상의 탈출!  (0) 2014.11.30
어쩌다보니 밥 이어달리기!  (0) 2014.09.02
가지부침개 말했다가...  (0) 2014.07.03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