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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양파!

평산 2015. 4. 16. 22:14

 

      

 

 

 늦은 저녁 집으로 오며 마트에 들렀더니,

열무 한 단이 평소의 반값이라 나물 해먹으려고 바구니에 넣었는데...

일하는 아주머니가 한단 더 사면 덤으로 주시겠다며 ..

양파가 든 비닐봉지를 바구니에 넣으려했다.

 

 언뜻 바라보아도 엉덩이가 짓무르고 색이 까뭇까뭇한 모습에...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렸는지 모조리 싹이 나서

홀쭉한 몸으로 봄이 온 거냐며 뾰족뾰족 얼굴을 내민 모습이었다.

아무리 공짜가 좋다지만 가져가면 다시 버려야할 정도로 보여...

한단이면 됩니다 하고 돌아서는데 양파를 냅다 바구니에 담아주는 게 아닌가!

더 놔봐야 팔지도 못 할 것이니 처리하는 듯한 느낌이 들며...^^

 

 짧은 거리를 걸어오며 애꿎은 양파에게 궁시렁궁시렁 했다.

 '거절하지 못하고 담아간다만 기분은 상쾌하지 않구나!'

 '보관을 잘하던지 하지 이렇게 썩은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니...'

 '다듬고 남는 것이 있기나 할까 말이야?'

 

 늦었으니 나물은 내일 하더라도 열무를 삶아야겠기에 물을 올리고 다듬기 시작했다.

아직은 싱싱하고 연해서 나물 맛이 있겠다며 일부러 길게 다듬고 ...

신문지를 펼친 김에 심각해 보이는 양파도 살필겸 비닐을 풀었는데...

맵기도 하고 꼴꼴한 냄새가 훅 번져서 아휴~~~

 

 

 아주 곯은 것은 버리고 엉덩이가 물렁이는 것은  푹 파내기도 하고,

비교적 똘똘한 양파가 나오면 반갑기도 해서 말끔히 정리하고 목욕을 씻겼더니,

푸릇푸릇한 머리에 얼굴 뽀얀 것이 알뿌리 화초마냥 예뻤다.

  '여태껏 구박했는데 가져오길 잘했네, 뭘 해먹나!...ㅎㅎㅎ...'

 

 

 

 

 

 

 

 

   2015년 4월  1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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