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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수세미와 눈치

평산 2015. 6. 25. 15:29

 

 

 

 

 

 


꼬마시절 친구가 수세미를 자그마치  50개 

만들어 와서 하나씩 나눠주었다.

설거지만 잘 되면 되는 것이지만...

색을 바꾸며 기하학적 무늬로 정성이었다.

받은 지 1년이 넘었으나

아까워 여태껏 못썼는데...

 

 그동안 수세미가 하나 더 들어왔다.

뜨개질의 대가이며 역시 연륜이 있으셔서

가운데 부분을 꽃으로 볼록하게 장식하여

써보고서야 그 진가를 알려주었던 수세미!

그러니까, 꽃송이 부분을 그릇에 대고

씻으면 어떤 구석도 비켜가질 못한다.

 

 예쁘게 생겼으니 어르신들이 물었다.

대체 무엇을 하는 것이냐!

"여자들 화장할 때 쓰는 것일까?"

"설거지 할 때 쓰는 수세미입니다."

"댁에 가셔서 오늘은 직접 설거지 해보세요."

"그러잖아도 안식구가 손을 다치니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

즉석 토론장이 되어 웃음꽃이 피었다.

 

 노후를 준비하는 과정은 돈으로만이 아닐 것이다. 남편들의 경우 퇴직하면서 개인적인 볼일들 보며 어쩌다 아내의 외출이 늦어지면 밥도 지어보고 세탁기도 이것 저것 눌러보아 사용법을 익히고 설거지도 도와주시라!

 

 행여 아내가 손이 불편하더라도 빈자리를 자연스럽게 채울 수 있을 것이며 쪽파 한보따리풀어놓고 훌쩍이며 다듬고 있으면 살며시 다가와 앉는 것만으로 아내는 고마워 따뜻한 밥을 차려줄 텐데 눈치를 왜 보실까?

 "직접 해보니 혼자 다듬었을 때는 좀

지루했겠어, 이제라도 거들게!" 

소박하지만 참 듣기 좋은 말이다.

 

2015년  6월  2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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