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농수산시장에...
갔다가 매실이 너무 좋아 사오게 되었다. 갑자기 할인하는 시점에 그 자리에 있었으니 행운이었다.
병에다 직접 넣으면 깊어서
설탕 녹이는데 애를 먹을 것이라 우선 넓은 그릇에 한 켜씩 넣고 며칠 저어주며 설탕을 대충 녹인 다음 병에 넣었다. 여기까지의 과정에서도 흡족하고 개운하여 유리병을 날마다 몇 차례씩 바라보았다. 물론, 매실도 그 때마다 똘망똘망 날 쳐다보았다.
시간이 가니 유리병 속에서 방울방울 희끼무리가 일어나며 매실 하나에 언뜻 곰팡이가 보였다.
'설탕이 모자라서 그럴까?'
1:1로 넣었는데 안전하려면 설탕을 더 넣으라했지만 사실 참았는데 잘난 척하다 상하면 어쩌나싶어 위에 이불 덮어준다 생각하고 얇게 흩뿌려주었다. 이젠 조용할 테지...ㅎ
저녁에 열어보니 설탕은
간 곳이 없고 잠잠해지는 듯하여 승리했나? | |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다시 뽀글뽀글~♪
'설탕이 원인 아니었어?'
궁금하여 매실에 대한 이론을 찾아보았으나 과학적인
근거는 보이지 않고 다들
짐작으로만 발효가 되는 과정이니 괜찮다며 서로 위로하는 수준이었다.
'유리병이라 숨을 못 쉬나?'
미생물이 번식하는 것이니 눈에 보이진 않지만 꿈틀거릴 텐데...
유리병보다 나을까...
입이라도 넓으니 이번에는 플라스틱 통으로 바꿔주었다. 통 위로는 5cm의 여유가 있어 안심해보며 혹시 산소가 부족하면 어쩌나 애기 다루 듯 아침저녁으로 쪼글쪼글 해지는 매실을 열고 저어주었다.
허나, 그러면 무엇하리!
기온상승과 함께 하루가 다르게 거품이 올라와 겁이 날 정도여서 이제 거품을 떠내기 시작했다. 잘 알지도 모르면서 거품은 보나마나 미생물들이 싼 거시기 일테니 깨끗하게 치워줘야겠다며...^^
| |
집집마다 양념으로 담그는 추세라 과학자들이 거품에 대해서 연구 좀 하잖고!...^^
자고 일어나면 거품이 우글거려 걷어내는 시집살이를 하루에 두 번은 꼭 했으며 국자며 도구들에 매실액이 남아 아까워 맛보았는데 이제 한 달이 되어서 그런가 훌륭한 맛이었으나 먹다보니 하루 설탕 권장량을 넘어가는 것 같아 氣가 막혀서 웃었다.
그래도 거품은 쉬질 않았다.
'얼마나 맛있으려고 그럴까!
생각 끝에 숨 쉬라고 한지를 덮어주고 뚜껑은 그냥 얹어만 주었는데 10초가 안 되서 단내를 맡고 하루살이들이 달려들어 얼씨구~♬
급기야 거품이 뚜껑까지 차올라 그대로 자면 한강이 되겠구나싶어 밤중에 두 곳으로 나누고 매실 향기에 취해 다리를 쭉 뻗고 잤다. 혹시 그동안 걷어낸 거품이 진국이면 어쩌지? 그릇이 크니까 일단 중단하자!...ㅎㅎ...달콤한 시집살이가 계속 되고 있지만 요번 경험으로 넉넉한 항아리가 제일 중요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2015년 7월 2일 평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