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들러 주렁주렁 달고서
집으로 향하는데...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다섯~여섯 살 꼬마들이
커다란 나무아래 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귀엽다 생각하고 눈길을 주며 가려니..
가까운 벤치에서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통통한 여인이 주문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스 한 잔 주세요!"
그러자 작은 소녀가 고개를 숙이고
돌에다 무엇을 빻다가 수줍어하며...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래서 날도 더운 김에 잠시 서서
나도 한 잔을 시켰다...ㅎㅎ
"아줌마도 사이다 한잔 주세요!"
"더우니까 얼음도 넣어주시고요,
톡 쏘는 무엇도 넣어주세요?"
남자아이들 같으면 지나는 사람의
말이라 무시할 수도 있었을 텐데...
바쁘게 손을 움직이면서도 누군가
궁금했던지 얼굴을 들어 살피며 예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 |
주문이 많아지자...
꼬마의 콩콩 찧는 소리는 더 크게 들리고
이래서 한 번 더 웃어봤다며 무거웠던 짐도
한층 가벼워져 발길을 돌렸는데...
30m쯤 갔을까?
"사이다 가져왔어요!"
아이가 뒤에서 달려오며 나를 찾는다.
짧은 거릴지 몰라도 금세 길이 꼬부라져서
보이지 않았을 텐데 짐작으로 온 것 같았다.
주문은 했지만 이럴 때 누가...
배달을 할 것이라 예상하겠는가!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이라 향긋한 감동이
밀려오며 평소에 따지 못했던 별들이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어머나! 정말 가져왔어요?"
"고마워요!"
꼬마가 내민 것은 커다란 나뭇잎에 작은
솔방울 두 개를 돌돌 말은 거였다.
콧잔등에 땀방울을 매단 채 건네주고는 바로 뛰어갔는데 미안함과 고마움...
童顔보다 童心이라더니 미소가 번지고...
그나저나 멍~하니 지켜보다...
사이다 값을 못줘서 어쩌나!...ㅎㅎ
별일 아닌 듯 별일이었으며...
나름 아름다운 이야기라 여운이 길게 남았다.
2015년 7월 16일 평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