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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어머니와의 외출

평산 2015. 8. 18. 12:39

 "결혼식에 안가시겠다고요?"

 "그래, 옷도 마땅치 않고 앞니가 조금 부러져서 남들 보기 부끄럽기도 하고......"

 

 외손녀 결혼식인데 어머니께서 가시지 않겠단다.

모시고 가지 않으면 우리도 편안하지만 이제 누군가 찾아와야만 만나실 수 있고...

평상시와 하루일과가 조금만 달라도 몸살이 나시니...

더 늦기 전에 궁금해 하시던 친척 분들 만나실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모시고 가고 싶었다.

어머니나 우리나 이다음에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존심이 강하셔서 단정한 모습 보여주시고 싶으시겠지만 가는 세월을 어찌 막으리!

치과치료를 하시려 해도 왔다갔다가 부담되셔서 그만두다시피 하셨는데....

누구라도 저 세상 가는 날까지 흐트러진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결혼식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입고 가는 옷이 아니라 축하해주려는 마음 아니겠는가!

 

 "돌아오실 때까지 옆에서 모실게요, 같이 가세요."

 "너희들이나 다녀와, 추한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구나!

말씀 끝에서 슬픔이 묻어났다.

가시지 않겠다지만 가시고 싶은 마음이 한쪽으로 주르룩 흘러나와 안타깝다가 ...

예식장에서 앉아계시는 것이 벅차 그러시냐고 여쭈니 그 점은 어렵지 않다 하신다.

 

 "그러시다면 충분히 다녀오실 수 있으세요, 얇은 노란색 쉐타 어떠실까요?"  

다른 사람들 신경 쓰실 것 없이 축하해주려는 마음만 가득하시면 되신다 생각합니다, 가시지요?"

 "그.....럴까?...."

여러 날 고민 끝에 내리셨던 결정을 10분 정도의 설득에 마음 바꾸시며 환해지셨다.

 

 

 다음 날 어머니 댁에 일찍 도착하여 까만 치마에 시원한 레이스로 처리된 분홍 옷을 골라...

입으시는 걸 도와드리니 등은 구부셨지만 얼마나 고우신지...

머리는 이미 롤로 말아주셨다며 어떠냐하신다.

 "어머니, 예쁘십니다, 무슨 걱정이 그리 많으셨어요?...ㅎㅎ..."

 "그래? 예쁘다니 기분 좋구나!...ㅎㅎ..."

치아가 한쪽 부러지셔서 온전하실 때보다야 어색하셨지만 한참 할머니로서는 봐드릴 만했다.

 

 꼭 볼일이 있으실 때만 동네에 다니시다 동대문 밖으로 향하며 서울 시내 이쪽저쪽 둘러보시고...

식장에서 식구들 만나 즐거워하시고...외손녀와 단 둘이 사진도 찍으시고....

맛난 음식 드시고 ...조금은 힘에 겨워 잠시 의자에 누우시긴 했지만 대체로 편안하신 모습에...

안 오실 줄 알았는데 오셨다며 다들 어머니 주위에 모여 4시간이 넘게 웃음꽃을 피웠다.

 "어머니, 오시길 잘하셨지요?"

 "그래, 덕분에 재밌었다."

 

 시집가는 조카도 주인공이었지만...

어머님께서도 그에 못 지 않는 우리들의 주인공이셨다.

이제 몇 달은 결혼식 다녀온 이야기로 친구 분들과 즐거우실 것이다.

 

 

 

 

2015년   8월  1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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