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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서리했어요.

평산 2015. 8. 27. 13:37

 열매가 까맣게 되면 이미 늦은 것이라 해서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내일 까맣게 되면 어쩌지? 지금이 장아찌 적기라는데...ㅎㅎ...'

작년부터 조금씩 열리더니 올해는 가물었는데도 실하기에 슬쩍해왔다.

생생한 꼬투리를 하나 따서 입에 넣었다가 익숙한 맛이 아니라서 실망했지만....

따는 재미에, 고기 먹을 때 몇 알 넣으면 근사하다기에...

하나 둘 손에 들었다가 양쪽 주머니를 볼록 달고서 내려왔다.

 

 

 

 

 어떻게 산초를 알았을까?

예전에 산길을 거닐며 어떤 스님이 한 잎을 따서 드시길 레 얼핏 눈길 주었다가..

이름은 기억 못했지만 비슷한 잎이어서 지날 때마다 한 잎씩 따먹었다.

심심함도 덜고 맛이 씁쓸해서 보약이라 생각하며 먹었던 것이다.

 

 어느 날 집에 와서 열심히 찾아보니 제피나무 아니면 산초였다.

사진으로 익힌 잎 모양으로는 제피인지 산초인지 매번가도 구별이 어려웠는데...

 '가시가 어긋나있으면 산초라고?'

 '그렇다면 가시를 관찰해보자!'

 

 산의 동쪽에는 비교적 어린나무가 북서쪽에는 제법 자란 나무가 몇 그루 있다.

햇볕이 쨍쨍한 남쪽에서는 못 봤으니 햇볕하고도 관련이 있을지...

암튼, 산을 한 바퀴 거의 돌아야함으로 가시가 궁금했으나 급하게 마음 먹지 않았다.

물론, 반대로 돌아가면 금방 그 자리가 나오지만 열매가 목적이 아니니 말이다.

 '어디, 가시가 어떻게 달렸나보자.'

 '어긋나 있네? 산초로구나!'

 

 가끔 누군가 잎을 따가고...

꼬투리가 없어지는 것을 발견하며 먹어도 되는 것임이 분명해졌고,

비로소 산초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는데 쉬엄쉬엄 몇 년에 걸친 결과였다.

 

 벌레가 있을지 모르니 일단 열매를 물속에 담가두었다.

열매가 매달린 작은 가지도 질기다며 바짝 자르라고 해서 정리를 한 후...

끓여놓은 다시마육수가 있기에 간장을 부어 팔팔 끓여서 바로 부었다.

 햐아~~~~~ㅎ

그냥 열매를 먹어볼 때는 모르겠더니 처음 맡아보는 향기가 상큼하게 퍼졌다.

열매의 양이 200g 정도로 조금이었는데 이렇게 향기나 나다니....^^

 

 어떤 이는 향기가 너무 짙다고 끓는 물을 부어 쏟아버린 다음에 간장을 넣으라는데...

향기 때문이라도 그냥 부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웬걸, 집안 소독도 자동으로 되는 듯 했으며...

은은하고 코끝이 알싸한 향기였으니 방향제로도 좋을 듯하였다.

 '서리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으면 아까웠겠는데?...ㅎㅎ'

간장 한 방울도 양념으로 소중하게 쓰여 진다니 그리 해보자!

두어 번 더 끓여서 식혀 붓고 맛을 보니 개운하며 알알이 터지는 독특한 맛이라...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는데 벌써부터 내년을 빼꼼 내다보았다.

 

 

 

 

 2015년  8월  2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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