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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걷는데 능선에 오르자 바람이 휘리릭 불었다.
'후두/두/두/둑/......'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았더니 자그마한 도토리가 비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햐~~~이 게 무슨 일일까!'
'그냥 가려는데 도토리가 나를 붙잡는구나!'
도토리는 가을의 상징이라 동글동글한 것이 보이면 해마다 10개 정도 주워서...
공기놀이도 해보고 장식으로도 놓아보는데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재밌어서 줍고 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등 뒤에서 계속 떨어져...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손에 가득 줍다가...이걸 어쩌나! 담아갈 무엇이 없으니...
그 자리서 한 바퀴를 돌았을 뿐인데 금방 주머니를 채우고 덜렁덜렁 산길을 내려오게 되었다.
걸을 때마다 다리에 묵직한 근육이 매달린 것처럼 양쪽으로 커다란 혹이 구르고 있어서
저녁 무렵이라 다행이었지, 만족스러우면서도 민망하였다.
도토리가 우리 집까지 왔으니 두 주머니의 분량을 할일 없이 그냥 두면 안 되겠기에...
절차가 복잡하다는 도토리묵 만드는 법을 찾아보고 체험에 들어갔다.
도토리 껍질을 망치로 두드려서 껍질을 하나씩 까며 벌레 먹은 것을 골랐다.
시간이 날 때마다 몇 개씩 했으니 어려울 것은 없었지만 손톱 밑이 좀 아팠으며...
햇볕에 말리면 녹말이 더 많아진다고 하나 도토리가 적으니 녹말의 양이 얼마나 많아질까 하여,
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내며 속껍질을 벗기고 이틀이 지났을 것이다.
방금 나무에서 떨어진 것이라 벌레 먹은 것은 3개 나왔을까?
땅콩처럼 보이는 도토리에 물을 넣어가며 믹서에 갈고 헝겊에 걸렀다.
걸러진 내용물에 다시 물을 넣고 주무르면 녹말이 더 나오지 않을까했지만 그렇진 않았다.
녹말을 가라앉히며 여러 번 물을 갈아줘야한다고 해서 4번 정도를 그리했을 것이다.
생도토리 묵을 만드는 것이므로 물을 얼마나 넣고 끓어야하나 대충 눈짐작으로 하고서...
드디어 불에 올려 끓이는데 수분이 말라가며 풀이 되어가는 모습에 흐뭇흐뭇하였다.
대접으로 두 개가 만들어져서 신기하여 식기도 전에 윗집 꼬마네 한가위 선물로 배달하고는...
묵이 진짜 만들어질까...묽었을까... 기다리며 걱정을 하였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색은 이만하면 도토리묵이었으나 조금 묽었다.
그리하여 칼로 자를 수는 없어서 간장을 올려 수저로 먹을 수밖에 없었는데...
너무 우렸을까 부드러움은 있었지만 떫은맛이 없어서 도토리 냄새가 나지 않았으니,
그럼, 무슨 묵이라고 해야 하나?...ㅎㅎ
뱃속에 넣어 소화까지 시켰는데 바로 다음날 읽은 소식에 의하면,
산에서 도토리를 주울 경우 3000만원의 벌금이 있다니 며칠사이에 3000만원을...???
일삼아 도토리를 주우러 다니는 것이 아니면 애교로 봐줄 수도 있을 듯한데 클 날 뻔 했네!..^^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어봐서 그런 가 복잡한 과정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았으며...
묵 만드는 흉내를 내보니 자신감이 붙어 이제 장 담그는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015년 9월 29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