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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이 넓어서 여름에는 뙤약볕이라 가자는 것을 미뤘는데...

봄이 오는 길목이니 가볼만 할 것이라 일주일 전에 예약하였다.

청와대를 습격하려는 김신조가 이 길로 내려왔다고 해서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했으며,

예약을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어서 기대가 높았다.




 숲길을 걸으면 상큼함이 밀려오며 언제나 즐겁다.

날이 좋았고 쉬지 않고 걷기 할 생각이어서 목도리 하나  챙기고 얇게 입고서 갔다. 

이곳 지날 때가 오전 11시 13분으로 본격적으로 우이령이 시작하는 지점까지는 천천히 한 시간쯤 걸었을까?




 둘레길처럼 걷다가 마침내 예약을 확인하는 곳에 도착하였다.

안내하시는 분이 추운지 창문을 빼꼼 열고 무뚝뚝했는데 이곳에서 송추 교현리까지는 4km 정도라...

한 시간이면 되겠어서 우이동 버스에서 내려서는 총 두 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 예상 되었다.

입산은 오전 9시~2시까지이며 오후 4시까지는 하산해야만 벌금을 물지 않는다.

송추까지 갔다가 다시 우이동으로 넘어와도 되냐고 물어본 다음 발걸음을 옮겼다.

언뜻 바닥을 보면서 벽돌로 길을 만들어 깨끗하기는 했지만 어색해서 왜 그랬을까?




 의문을 갖고 걸었는데 한참 가보니 경찰서가 산속에 있어 차량이동 때문인가? 결론을 내려 보았다.

넓었던 길이 다소 좁아지고 오래된 소나무들이 마중 나와서 걸을만했다...^^




 그러다 적의 탱크가 통과하게 되면 차단하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 북쪽으로 향하며 곳곳에서 볼 수 있으니 놀랄 것은 없었으나...

머릿속에서 잠시 산책하러 왔다는 생각이 지워지며 남북한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이곳에서 북한까지도 얼마나 가까운 거리인가 말이다.




 가장 경치가 좋았던 곳으로 도봉산 오봉이 보이는 전망대이다.

여성봉과 오봉을 오르고 싶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다섯 개의 봉우리들이 모자를 쓰고 나란히 서있었는데 모자에 해당하는 부분을 지형학적으로 토르(tor)라 한다.

원래 한 덩어리였던 화강암이 냉각과 팽창을 거듭하면서 절리가 생겨 부서지고 연약한 부분이...

비와 바람에 침식되면서 둥근 핵석만 남게 된 것을 말하며 관심이 있는 부분이라 재밌었다.




 오봉과 어울리는 산길...

이곳을 지나 의자에 앉아서 간편한 점심을 먹었는데 친구가 코코넛오일을 묻혀 구워온 빵이 너무 고소하고 맛났다.

북쪽으로 갈수록 바람이 차가워져  햇볕을 등지고 앉았으나 땀이 식으며 추웠으니 무엇을 먹는 것도 어설펐는데...

따뜻한 커피 두어 잔에 딱딱하지도 물렁이지도 않은 빵을 먹으며 행복했어라!




 가다보면 물줄기가 얼어서 작은 폭포를 이루었거나...

산 위에서 흐르던 계곡이 얼어있는 모습을 여러 개 대할 수 있었다. 이런 지류가 흘러 ...




 커다란 계곡을 이루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왔던 눈이 녹지 않은 채 얼음 위를 덮고 있어서 근사했으며...

내려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정해진 길로만 가야해서 안타까웠다.

간첩이 한번 왔다갔다고 해서 못 내려가게 할까, 아니면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차원일까!

길이 계속 넓은데다가 땅이 녹아 질척인 구간도 있어서 오봉으로 곧장 올라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우이령을 걸으며...

당연하면서도 놀라웠던 점은

지도의 왼쪽 둘레길에서 보이는 바와같이

우이령이 남북을 연결하는

가장 짧은 길이였으며

골짜기를 끼고 있는 지형으로,

높낮이의 차이가 없어

평탄한 길임을 분석하고

공비들이 넘어온 점이었다.


그것도 밤에 넘었으니 마을과는

거리가 있어 캄캄했을 텐데...

나무가지들을 치며...

풀들은 얼마나 자랐었을까!

어떻게 정상을 밟지 않고 넘을 수 있는

이 길을 발견했을까!

1968년에는 차를 타고 의정부를 돌아 서울로 향하는 것보다 발이 빠를 수 있었겠다.

훈련받은 공비들이었으니...


























 건너편 교현리에 도착하여 잇다른 둘레길을 걸어보고 집에 오는 방법도 있었으나...

의정부로 돌아오는 길이 사람들도 많고 복잡한 노선이라 다시 뒤돌아서 우이동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숲길이 변화가 적어 그저 그렇더라도 나무들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며  공기 맑지 한적하지...

오후 4시까지 어느 쪽으로든 통과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다시 우이동에 도착할 무렵에는 흰구름 동동에 날이 더욱 맑았으며...

왕복으로 다녀왔다는 사람은 못 봤는데 번잡한 도시를 거치지 않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후 3시쯤 우이동에 도착하여 냉큼 버스를 타지 않고 다시 둘레길 20구간인 '왕실묘역길'을 돌아...

연산군 묘지도 올라가보고 5시간 넘게 걸어서 돌아왔을 것이다.

버스의자에 앉으니 사이다 뚜껑을 열 때처럼 다리에서 기포가 다투어 오르며 짜르르함이 있었다.

마음도 다스릴 겸 산길을 자주 찾아야겠다.





2016년   2월   2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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