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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길로만 다니니...
자주 만나는 사람이 생긴다.
시간을 조금 앞당겨 봐도 꼭 그 지점에서
만나게 되어 머리를 갸우뚱하다 불편해서
몇 년 전쯤 산길을 다른 길로 바꾸었다.
여인이면 그냥 인사하고 지나면 될 것이지만
어째 찜찜한 냄새가 났었다.
새로운 길을 찾는 데는 무작정이 아니다.
낮은 산이지만 둘레길만 걷는 것은 밋밋하여
높낮이를 고려하고 지나치고 싶지 않은 길은
피하며, 걷는 거리도 생각해서 나만의
길을 만드는 것인데 3년 정도를 비슷한 시간에
같은 길로 다녔으니 궁금증이 일었을까?
요번에는 바꾼 산길에서 oo들이 기웃거렸다.
냄새를 피운 적이 없다 생각되는 건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산에 오르면 나와 주변의 식물에만
관심이 있는 편이어서 사람들은 잘 모른다.
여러 번 봤던 사람도 산책에 방해되는 것 같아
경험상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내는 편으로
지난번 하고 다른 점이 있었다면
가야금의 악보를 익히려고
발걸음에 박자를 한동안 맞췄으니
종이 하나 들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아직은 추운지 겨울 동안 사람들이
적었을 뿐인데... 얼마 전,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사람이 쓱 지나가며 옆으로
스치는 영상으로 꼭 오줌 누는 사람처럼 보여서
급하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처음에는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에 다시 그런 모습을 대하게 되어...
'어? 이건 뭐지?'
한참 복식호흡 연습하느라 다른 신경은
들어오지 않았다만
왜 하필 서있는 모습이.......
아무리 급했어도 지금 막 올라온 길이라
걸어오는 사람이 보였을 텐데...?
언뜻 일부러라는 생각이 지나갔다.
아니, 산길에서 맑은 공기 마시고
운동하고 멋진 풍광에 눈 소독하고
내려가면 될 것을 추접하게 무슨 일일까?
정말 일부러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면
미친넘들이라며 집에 돌아와 머릿속에
산길을 펼치고 다른 길을 찾다가
평소에는 외길이라 여겼던 그곳에
그들과 마주치지 않을 옆길을 생각해 내고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다음날 산책을 갔더니...
그 장소와 가까운 곳에서 그들이 내가 다니던 길로
걸어 내려오고 있는 게 아닌가?
이래저래 마주치지 못하니까 걸어오는 모습을
위에서 지켜보다 내려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 새로운 길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분명히 당황했을 테지만
그들로부터 20m쯤 떨어져 있었나?
머릿속에 넣어두었던 길로 방향을 빠르게 바꾸자
아니나 다를까 낭패를 봤다며
무엇이라 구시렁 하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 나의 모습에서 따라오려는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만 여인들의 직감은
이래서 무시 못 하는 것인가 보다.
'나쁜 넘들, 산이 저희들 것이야?
아름다운 詩로 유혹한다 해도 관심이 그렇겠거늘,
수준들하고는...ㅉㅉ'
새롭게 생각한 옆길도 그들 근처라 접고서
다시 예전과 같은 길로 다니고 있는데
山을 山으로 사랑하지 않고 어쩌다 비뚤어진
사랑놀음이나 하러 오는 한심스러운 이들이
오염덩어리로 보이는 요즘이다.
"이 넘들아, 나 길 바꿨어!'
2016년 3월 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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