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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게도 올봄에 배 타러 오라는 소식이 몇 번 들렸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망설이다 요번에는 기회로 삼아야겠다며 별안간 목포로 가게 되었다.

일본에서 들여오는 배로 부산을 거쳐 목포까지는 이미 와있었고...

목적지가 부안이었기 때문에 목포에서 부안까지 항해한다는 소식이었다.


 이틀을 앞두고 연락 왔으니 마음이 바빴다.

연휴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이번 주에는 뒷동산이나 가고 쉬는 시간을 가지려했는데...

바다가 눈에 어른거려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대전에서 사는 동생에게 같이 가자고 연락을 한 후 어디서 하룻밤 묶는 것도 신경 쓰여서...

다음날 새벽 6시에 출발한다니 용산에서 밤차를 타고 갈까 망설이다 힘들까봐서 오전에 떠났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에 출발 기분은 덜했으나 배 탈 때에만 오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예보를 믿기로 했는데,

서울은 이미 날이 개고 있었으나 아랫녘으로 향할수록 비가 이어졌다.

동생을 만나 먹으려고 역에서 빵을 사고 동생은 언니와 먹겠다고 김밥을 준비해서

우린 만나자마자 감격스러움을 안고 김밥도 빵도 수다도 맛있게 먹었다.




 기차에서 내리자 어떤 아주머니가 짐이 무겁다며 혼잣말 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드릴까요?"

아들이 역으로 나올 거라는데 보따리 하나를 들어드렸더니 또 하나를 내민다...ㅎㅎ

"혹시 가시는 김에 유달산은 지나지 않으세요?"

地圖를 보고 왔으나 감을 못 잡겠어서 이야기를 건네니 전혀 다른 방향이라며 그때서야 우리들 행색을 살피고,

구질구질 비는 오는데 여인들 둘이 걱정 되었는지 이것저것 물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더니...

착한 그녀의 아들은 역에서 가깝다며 우리를 유달산에 데려다주었다.


 얼마나 변했을까?

어려서 봤을 때보다 유달산은 옹색해진 듯했으나 말끔했다.

목포에 도착할 즈음 비가 그친다고 했는데 역에서보다 유달산은...

바다와 가까워서 그런가, 해발고도가 낮아도 구름이 걸렸는지 안개가 몰리며 가랑비가 계속 내렸다.

나야 오르면 바다가 보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모르고 있던 동생은 바다가 보인다며 야호~~~♬




 반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오이김치가 익을까 따로 챙겨 가방이 두 개였고 ...

동생도 보조가방이 하나 있어 우산까지 들고 유달산 오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참신하고 내일아침 배 탈 생각에 즐거웠다.




 팔각정 앞이 노적봉이란다.

높이 오를수록 비와 바람이 세지고 안개가 짙어서 얼른 노적봉으로 내려왔다.

 '내일 날이 갠다는 것이 사실일까?'


 

 

 여기가 유달산 건너편인 노적봉!...ㅎㅎ...

바위가 멋졌다,


 배를 옮기기 위한 선장(船長)과 어르신 또한 마산에서 이곳 목포로 움직이고 있었으니 연락을 자주 하게 되었는데,

예전에 요트에서 한번 자보려다가 물소리 체험이야 좋았다만 한 시간 정도 잤을까 밤을 꼬박 세운 적이 있어서...

요번에는 처음부터 방을 얻고 새벽에나 마리나(요트장)에 가서 만나 뵐까 했었다.

속마음을 털어놓자면 오빠들이지만 남자인지라 조심도 해야겠어서...ㅎㅎ...

그런데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으니 저녁을 같이 먹고 배에 도착해서 잘만한 가 아닌가를 생각해보라니...

마트에 들러 항해할 때 먹을거리를 준비한 다음 저녁 8시쯤인가? 마리나에 도착하였다.




 아~~~

목포항 밤바다여! 어제였는데 벌써 시간이 오래 지난 듯하네!...^^


 20년 된 배라 했지만 시설이 좋았으며 흔들림도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두 사람 자는 곳이 따로 독립 되어 있어 모처럼 배 위에서 자보고 싶다는 동생인지라

가랑비에 조금 추울까 염려되었지만 침낭을 빌려주셔서 잠시 잠을 자는 것이니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쯤에서 또 속마음을 털자면, 따로 잠금장치가 있어서 무척 안심이 되었다...ㅎㅎ)

테이블에 둘러 앉아 술 한 잔에 다과시간을 갖고 11시쯤 잠자리에 들었는데...

나는 배에서 나오는 물로 양치질이랑 고양이 세수를 했건만 동생은 하기 싫다며 그냥 잔단다.

다른 두 분도 그냥 잠자리로 향하셔서 나만 깔끔을 떤 셈인데 개운해서 잠이 잘 올 것 같았지만

꼭 양동이에 바가지를 엎어놓고 이리저리 흔들 때 나는 소리처럼 꿀럭꿀럭하는 파도소리에...

침대가 서늘해서 시작이 좀 추웠고 동생이 옆에 있으니 자꾸 말을 시피다 새벽 3시쯤 잠들었을 것이다.





 2016년  5월  1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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