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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에서 환한 빛이 들어와 일어나보니 새벽 5시 30분이었다.

6시에 떠난다고 했으니 동생이 어렵게 눈을 뜨고 세수를 하겠단다.

"배에서 씻어도 되니까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어..."

밖에서도 아직 주무시는 듯해 누워있었으며 머리산발에 엉망이었으나 어쩌리오!...ㅎㅎ...




 6시쯤 되자 모터 돌리는 소리가 났다.

선장님은 지난 밤 술을 드셨어도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 프로다운 기질이 보였다할까?

잠자리가 추워서 입었던 옷을 하나도 벗지 않고 양발까지 신고 잤으니 모자만 쓰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와~~~비가 그쳤구나,  출발~~~~~~!!!"

들뜬 마음에 소리 질렀으나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어색해하자 원래 못 생겼으니 괜찮다고 선장님이 놀렸다...^^

마리나에서 배를 돌려...




 목포항에 세워진 배들을 지나...




 건너편의 유달산을 지나며 배는 북쪽으로 향했다.

  "아이 추워!"




 뒤를 바라보니 비는 그쳤지만 바람과 검은 구름이 남아 있어 동쪽하늘이 을씨년스러웠다.

해가 올라오다 구름에 가려 빛이 무겁게 쏟아지고...

비교적 두꺼운 옷을 입었건만 안으로 들어가 모조리 껴입고 양치질에 선크림 바르고 다시 올라왔으나 덜덜덜~~~^^

선장님 지시대로 밤새 덮었던 침낭을 들고 와서 무릎에 덮고 앉았으니 좀 낫다.




 50분쯤 후 아름다운 '목포 구등대'를 지났다. 배가 느린 것 같지만 결코 느리다는 생각이 없었다.

바다에서는 속도를 노트(knot)로 나타내며 1노트는 1.852m 이니까 평균속도가 8노트라고 들었으니 8X1.852=14.816m로

한 시간에 평균 14km 를 간다는 뜻인데 이는 조류의 흐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하였다.

가령 오전의 항해는 우리가 조류의 흐름에 거슬러서 가게 되니 저항을 받아 평균속도보다 느려지는 것이며...

오후 들어 흘러가는 조류와 나란하게 편승하게 되면 뒤에서 밀어주는 형상이라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섬이나 어쩌다 만나는 배도 반갑다, 더욱이 주황빛을 보니 파란 바다와 어울려 보기 좋았다.

7시가 넘자 선장님이 물을 올려놓았다기에 누룽지를 끓여서 배 위로 어렵게 올렸는데 비슷하게 나누어야 할 것을 글쎄...

어르신께 거의 절반을 인심 써서 드리더니 또 절반 쯤 떠서 당신 드시고 나머지 4분의 1 쯤으로 동생과 나누게 되어 슬며시 서운했다.

총량을 염두에 두고 적당히 나누셔야지...아침밥 많이 먹는데...결국 눈치 채시고... 더 없냐고...ㅠ

그래서 설거지를 대충하고 오렌지 3개를 잘라 배를 채웠다. 점심 때 맛있는 것을 해주신다나?




 요트의 구조를 설명하자면,

제일 앞쪽 노랑색 부분이...동생과 잔 침실이다. 주황색은...샤워실, 샤워실 반대편에 화장실이 있으며...

삼각형 모양의 독립된 공간을 이루었는데...배의 앞쪽이 흔들림이 덜하다고 배려해주셔서 제일 좋은 침상을 이용해봤다.

파랑색 부분은...식탁 겸 소파가 빙 둘러있고 녹색은 부엌으로...접시...컵들... 칼만 해도 5자루나 있었으며...

배가 흔들리더라도 냄비나 주전자를 고정할 수 있는 가스렌지가 두 군데 있다. 빨강색 부분은  배의 주요 장치들이 있었으며

앞쪽 분홍색은 다시 둘씩 잘 수 있는 침실로 낮에는 각 부분이 불을 켜지 않아도 밝았다.




 동생과 어르신, 선장님이 배 앞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발한 지 2시간쯤 되었을 때 타이타닉을 연출해보자며 에구에구...ㅎㅎ...

저 멀리 신안앞바다의 섬들을 연결하는 다리공사가 어렴풋이 보인다.




 나에게도 타이타닉을 해보자 하시는데, 아웅~~~ㅎㅎㅎ

영화에서처럼 자세를 잡으며 한 컷 재밌으라고 그러시겠지만 마다하고 혼자서 폼을 잡았다.

적당히 그런 것도 넘어가야하는데 위험해보이고 재미를 모르겠으니 어쩌랴!...^^





 다리공사는 심각했다. 3년 전에도 하고 있더니 아직도 끝나려면 먼 듯하였다.

김대중대통령 때 섬들도 잘살아보자며 시작되었다는데 이렇게 높은 다리를 만들고 돈도 많이 들어가겠네!

교통은 편리해지겠지만 섬은 섬이었을 때 섬이니까 찾아가는 것이지 육지가 되면 신비로움이 덜할 텐데...




 바다에는 항로가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런 어장표시가 최소한 없고 육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듯하였다.

잘못 건드리면 그물이 배의 추진축과 얽혀서 바다 밑으로 들어가 줄을 끊고 가야 한다니 주의해야 했다.

바람에 돛을 사용하며 가는 것이 요트의 즐거움이겠으나 장거리고 시간 안에 들어가야 하는 점도 있어서 동력을 이용했으며..

비행기의 자동 조종처럼 목적지가 주워져 혼자서도 잘 갔다. 하지만 실제상황과는 바닷길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배의 승선인원은 앞에 적혀있는 것처럼 최고 15명이다.

 해안경찰서에 이미 출항신고가 되어 있었으며 만약의 경우 신고를 하면 30분 이내로 달려온다고 하니 든든하였다.

실제로 바다에 나가보니 경찰배가 태극기를 휘날리며 다니는데 기적을 울려 아는 척을 하면 밖으로 나와 손을 흔들었다.

나무데크 부분이.. 앉아서, 서서 즐길 수 있는 자리다. 아침에 먹은 반찬과 커피 마신 종이컵이 그대로 있다...ㅎㅎ...

개인적으로는 바로 앞에 보이는 둥근 키를 잡고서 항해하는 것이 재밌었는데 자동이라 고정된 채 이동하였다.

이쯤에서 배 주인였던 일본인이 남긴 흘러간 팝송을 틀어놓고 구렁이 담 넘어가 듯 몸을 맡기기도 했다....^^




 배의 뒷부분은 의자가 이렇게 시원하게 되어 있다. 위험할 것 같지만 높아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좋았으며...

햇살이 나오자 자외선 지수가 높아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피곤할 정도로 반사가 느껴졌다.

선장님은 낮잠을 자러 들어가시고 너른 바다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평화로움을 잔뜩 누렸다.

바다의 짭조름함이 없었고 공기가 산뜻하며 대기가 따뜻해져서 모든 상황이 최고라고 어르신께서 말씀하셨다.

일기예보를 잘 읽어낸 선장님 덕분이었으며 참고로 요트에서는 선장을 '스키퍼'라고 부른단다.




 돛을 달았다.

바람이 배를 밀어주는 상황이면 펴는 듯하였다. 중심이 되는 커다란 돛과 지금 편 돛으로 2개가 보였는데...

배의 가장 꼭대기에 풍향계가 달려있어서 우리가 보이는 쪽의 돛에 바람이 밀어주어 前進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들어 조류의 흐름이 배가 가는 방향으로 바뀌어 돛의 사용과 함께 속도가 나고 있었다.

돛을 달고 움직이니 역시 근사했다.





 점심으로 라면을 삶아서 먹고 바닷물이 오염될까 세재를 쓰기도 뭐해서 종이타월로 닦아내고 커피 한잔씩 마셨다.

이따금 선글라스를 벗고 자연의 빛을 담아보려고 했으나 눈이 부셔서 1분을 참기 어려웠으며...

자그마한 배가 커다란 모래운반선을 끌고 가는 신기한 모습을 대했다. 바다에서 모래채취를 하는 모양이었다.




 요트에서의 이동은 주의해야 한다.

바깥쪽이 스테인리스(stainless steel)막대와 고무줄로 연결 되어 있어 반드시 줄을 잡고 낮은 자세를 취해야하며...

동생도 잠시 자러 간다니 조심스럽게 앞쪽으로 전진해보았다. 보이는 곳 바로 아래가 우리가 잤던 침실이다.

정박해 있을 때야 파도가 거의 없어 꿀럭꿀럭 정도였으나 너른 바다로 나왔지만 편안했다고 자고 난 소감을 전했다.

맨 앞부분에 연결된 돛을 폈었나보다, 기계로 감아서 그런지 단정하게 접힌 모습이다.

혼자서 노래 한 곡 불렀다...^^




 식구들이 다들 모여 돛을 다시 한 번 폈는데 이번에는 직접 줄을 당겨서 펴고, 감는 연습을 해보았다.

어르신을 도왔는데 힘이 꽤 들었다...ㅎㅎ...




 날이 점점 좋아져 햇살이 영롱하게 반짝였다.

중국 쪽에서 파도가 전해졌을까 바이킹 탈 때보다는 여렸지만 배가 너울너울 허리운동이 저절로 이루어졌다.

놀이기구도 못 타면서 잔잔할 때보다 재미가 있어 오호~~~와우~~소리를 질렀다.

요트를 타면 자신도 모르게 중심을 잡으려 해서 전신운동이 된다는데 정말 그럴까!





 오늘의 목적지인 격포항 앞쪽의 위도를 지난다.

동기들과 구름 낀 날 위도에 들어갔다가 버스로 한 바퀴 돌고 그냥 나왔던 기억이 지났다.

날이 추우면 어설퍼서 회 먹는 것도 마땅찮아 바다에서는 날씨가 특히 중요한 듯하다.

저 체온증에 혼났던 기억도 있으니...^^




 저기 항구가 보인다. 부안에 있는 콘도도 보이고...12시간의 항해가 끝나가는 것이다.

이쯤에서 비행기가 기장의 손으로 착륙을 유도하 듯 배의 키(rudder)를 풀어 직접 작동시켰는데 선장님이 잠시 들고 있으라 했건만,

키를 돌리고 다시 중심선에 옮기는 것을 잊어서 배가 자꾸만 우왕좌왕했다. 오랜만에 잡아봐서 그렇지 뭐!...ㅎㅎ...




 예쁜 등대를 돌아 오른쪽에 요트 마리나가 있다.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앞당겨져 오후 5시 37분쯤에 긴 항해가 끝났다. 거의 12시간 정도 배를 탄 것이다.

지루하진 않았으며 몸을 가만히 싣고 왔으니 힘들지도 않았다...ㅎㅎ...

그나저나 내린 곳이 격포 채석강이어서 하룻밤 머물며 주변을 구경하는 것도 좋겠으나 집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船主를 이곳에서 만나 부안까지 車를 얻어 탈 수 있었는데 나가며 설명을 들으니 소나무도 많이 보이고 구경할 곳이 많아,

언제 여행 와서 누려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곳까지 이끌어주신 선장님과 어르신께 감사드리며,

그동안 직장생활 하느냐고 여행을 못 갔던 동생과 함께여서 무엇보다도 가슴 뭉클한 항해가 되었다.

 "격포야,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어!"





2016년  5월  1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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