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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한가할 듯싶어 주말이지만 소식을 전했더니 무척 반가워했다.

여름방학에 만났을 때 그동안 소소하게 주고받는 무엇이 없었다며 서운해해서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인 듯, 평소 전화랑 친하지 않고, 갑자기 일하러 다니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나 또한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렸는데 전화하는 사람이 따로 있나 궁금하면 먼저 소식을 전하잖고, 기다리긴...?

혼잣말하다 한가위도 지나 식구들이 모였다 흩어졌을 것이라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마침 식구들과 식사를 하던 중이어서 얼른 끊으려고 하니...

어디라도 가자며 계속 말을 잇길 레 그렇다면 가까운 수목원이나 가자며 불현듯 약속을 정했다.

소식이 없어도 그런 둥 마는 둥 한 친구보다 서운해하는 친구가 날 더 필요로 했을까?

언제든 급한 일 없이 전화받아주는 친구가 있으면 福이라 여기는 편이라 그렇게 만나 수목원 들꽃 뜰부터 걸었다.

보여주기 위한 수목원이 아니어서 팻말과 식물이 영 달랐지만 맞게(?) 자라고 있는 식물도 보여서...

몇 가지만 기억해보자 했다. 말로만 들었던 '쪽'이다. 옷감을 물들이는 주인공인 듯하다.




그리고 우엉...ㅎㅎ...

도시락 반찬 싸느라 자주 졸임을 하는 편인데 우엉이 이렇게 생겼구나! 토란하고 잎모양이 비슷하였다.

부처손, 여뀌, 속새 등 좁다란 길목에 들꽃이 어지럽혀 있어 모기들이 어찌나 많은지 근질근질해서...

문지르다 서둘러 나왔는데 나이 들며 우정을 중요시하라고 그랬나 목과 팔이 볼록볼록 올라오며 혼났다.




 숲으로도 거닐고...

충분히 시간이 흘러 서로를 안다했지만 새롭게 듣게 된 결혼 초기의 이야기에 새삼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딸이 하나라 소중히 자랐음에도 시어른이 당신 아들에 비해 작은 그릇이라고 미리 단정 지으셔서...  

자존심이 무척 상하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모신다는 소리가 나왔으면 하신단다.

우리보다 앞선 어머니 세대는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렇다고 본다면, 이제부터는 달라져야하겠다.

딸과 며느리에서 시어머니로 하루아침에 입장이 달라진다고 하여 같은 여성으로서 적이 되지 말아야겠다.




 모과가 탐스럽게 자라는 곳에선 소리를 질렀다.

 "햐~~~멋진 가을의 열매일세!"





 주위를 둘러보는 동안 잠시라도 친구는 책을 펼쳤다.

작년 봄에 왔을 때 못 보았던 의자들이 옻칠을 했나 반질반질 쉬었다 가라 길손을 부르고...

바람은 나무들 사이로 넘나들며 머지않아 옷 갈아입을 녹색식물에 둘러싸여 셋이 모이면 어려웠을 이야기가 이어졌다.

 '침묵하며 많이 들어주리라' 모임에 나갈 때면 항상 마음먹어도 집에 돌아갈 즈음엔 후회막급인데 오늘은 저절로 그리되었다.

인문학 강의로도 여겨볼만 했으며 가장 인상에 남는 구절은 '다른 사람의 삶에 끼어들지 말자'였다.

가깝게는 자식들이나 남편을 포함하여 내 의도 대로 끌고 나가려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친구여, 내비친 속 이야기에 부디 허허롭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성들이여, 위치가 바뀐다고 같은 여인들끼리 적대시 말고 좋은 경험들 나누며 서로 도와줍시다!'

 




 2016년  9월   2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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