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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이틀을 앞두고 소백산에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절부절하였다.
전날 일이 많아서 당일은 쉬는 날로 정해놓았는데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소백산이라니?
마음은 이미 달리기를 했으나 산행거리가 얼마큼일지,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 몇 가지 질문을 한 후, 혼자서 결정을 내리고는 미리미리 허락을 맡더니
언제부턴가 간이 저절로 부어서 일방적인 통보식이라 미안한 마음에
가벼워지려고 이것저것 끄집어 내어 한 일들이 많았다.
도시락은 무엇을 준비할까, 뜨건 물과 컵라면을 가져갈까?
가방에 보이는 것부터 챙기며 반찬을 준비하려니 깨소금이 모자라 참깨를 새삼 볶고
하는 김에 들깨도 볶아놓고 이왕에 소금도 볶아놓자, 세탁기도 깨끗이 비우려면 빨래도 빨아야지,
밥을 맛나게 하려니 서리태를 불리고, 홍합탕을 끓여 놓고, 물미역도 삶아놓고, 김도 썰어놓고...ㅎㅎ
부엌에 오래도록 서있었지만 덜 미안한 마음으로 소백산 간다는 생각에 노래를 부르며 했다.
소백산은 거리가 있어서 5시 15분에 일어나 6시 전에 집에서 출발하였다.
미리 길 찾기를 하여 약속 장소로 가는 세 가지 방법을 알아놓았으나 먼저 오는 버스를 타고
운명에 맡기자며 집을 나섰는데, 지하철로 가라는 결정이 내려져 이에 순순히 따랐다.
아침을 먹고 가야 하나 생각하다 무엇이 당최 먹고 싶지 않아 그냥 떠나며...
배고프면 먹는다고 이것저것 넣어갔어도 가는 도중 먹는다고 해서 다행스럽기도 했다.
오늘 산행은 일곱 분으로 마라톤을 하셨거나 유명하다는 산을 100군데도 더 다닌 사람들이어서
다리를 만져보니 말로만 듣던 무쇠다리가 덥석! 대단한 사람들과 비교해보며
결과적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견뎌준 다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11시쯤 산 입구 '어의곡계곡'에서 출발하였다.
너도 나도 소백산으로 정했는지 사람들이 많았다.
그냥 오르다 조심스러워 아이젠을 착용하였으며 복잡함보다는 한가함이 늘 좋았으나
색다른 맛이 있었다. 무엇인가를 함께 느끼러 산길을 오른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인데
젊은이들보다는 대부분 40~ 50대 분들로 보였다.
출발지점에서 3km쯤 올랐을 것이다.
날도 푹했지만 내리막길 없이 계속 올랐으니 더워서 옷을 두 가지나 벗었으며...
연인산에서 보았던 것처럼 해발 700~800m쯤 오르자 조릿대 군락이 위로 시퍼렇게 보였다.
밑에서는 모르겠더니 평평한 언덕이어서 점심 먹는 팀들이 많았는데...
좁다란 산길을 사이로 전혀 다른 植生의 잣나무(?)가 쭉쭉 뻗어 있어서 볼만하였다.
정상 비로봉까지는 2km 정도가 남았던 지점이며 우리도 이곳에서 간식을 먹고 따뜻한 茶 한 잔씩 나누고는...
다시 부드러운 눈밭 길을 걸으며 올겨울 눈이 오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이 길에 서있음이 행복이었다.
'간이 부었다고 반성도 했지만 그저 기회가 오면 누려야 해!'
온통 하얀 바닥에 자작나무였을까,
나무줄기마저 하얀색이라 주변 분위기가 더욱 빛나며 싱그러웠는데
이상하게 무엇인가 뱃속에 넣으면 처음 몇 발자국은 몸이 무거워 땅바닥에서
잡아당기는 듯하니 산소 부족(?)이라 그럴지도 모른다며 혼자 피식 웃기도 했다.
해발고도가 높아지자 키 작은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처럼 높이에 따른 식생의 변화를 뚜렷하게 볼 수 있었던 山으로...
어느덧 저 멀리 비로봉이 보이는 듯하여 와아~~~~~^^
사람들은 점으로 보일 둥 말 둥...ㅎㅎ...
이제 시야가 확 트여서 걸어왔던 단양의 어의곡 방향을 내려다보고....
위로도 올려다보며 저 앞에 솟은 바위가 정상석인 줄 알았으나 비로봉은 저 너머에 있다고 해서...
아니, 더 높은 곳은 보이지 않고 길은 다시 내려가고 있구먼 정말일까?
그러던 중 올라왔던 곳 건너편으로도 저수지가 여러 곳 보이며 굽이굽이 아름다운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높이 오르면 멀리 보인다더니 하늘도 멋지고 그러니까 얼마 전에 다녀온 영주 쪽이겠구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뒤쪽으로 소백산 줄기가 이어진다 했는데...^^
우리가 내려갈 방향으로 택했던 국망봉 능선은 유독 우람한 남성미를 나타내며 늠름하였다.
다른 산줄기가 소곤소곤 이야기 나눌 때 쉬지 않고 王字를 새기며 복근 운동을 하였나 보다.
다리는 계속 걷고 있으며 눈은 연신 근사한 풍경들에 두리번두리번하다...
한고비를 넘어서자 과연 비로봉 정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햐~~~ 부드러운 시선으로 올려봐지는 품격이로다!'
'나무가 없으면서도 이렇게 멋질 수가 있구나!'
꼭대기를 에워싼 검은 구름은 비로봉을 호위하는 듯 위엄마저 느껴지며
어떤 기후조건이건 자연은 神의 선물임을 확인했다 할까.
평소에 칼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이라는데 온화해서 가벼운 차림으로 믿어지지가 않았으며
연화봉 쪽으로 내려가는 능선에 뾰족 솟은 것은 통신탑인가 했더니 '소백산 천문대'라 하였다.
첩첩산중에 천문대를 만들어 놓아 별구경을 할만하겠다 싶어 언뜻 두터운 신뢰감을 안겨주었는데...
여행지에 갈 때마다 밤하늘을 쳐다보았으나 청정지역이라 하여도
여태껏 별 무리를 만나지 못 했으니 하는 말이다.
'어서 가보자, 새롭게 눈발이 날려도 좋으리!'
해발 1439m의 비로봉에 태어나 처음으로 향하는구나!
하늘과 맞닿은 듯 사람들의 행렬도 아름다웠다.
아고산대에 속한다는 비로봉은 산지대(山地帶)와 고산대(高山帶) 사이,
즉 산지대의 위쪽 한계에서 삼림 한계까지의 부분이라 키 작은 나무마저 없는 모습이었는데
산 정상이 이렇듯 넓은 초원으로 이루어졌지만 초지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니...
그럼 무슨 지역으로 변해가는 것일까 몹시 궁금하였다.
정상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눈으로나 정상석을 보았다.
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올라왔을 텐데 마치 내 것인 양 독차지하려는 모습에 안타까웠다.
그나마 비로봉이 넓었으니 다행이었지 수락산이나 도봉산 정상이었으면 어쩔뻔했나!
비껴서서 영주 방향으로나 서 있었는데 머리 위로 구름이 검어서 그랬나
역광이었나 실제보다 어둡게 나왔다.
이곳에서 일행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 서로 찾으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는데 왁자지껄 정신이 없으며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부근의 주목군락과 아름다운 雪景을 둘러보았지만 외길이라 빠져나오며
서로 만날 수밖에 없겠지 했던 점이 생각지도 못한 야간산행으로 이어져 새롭고
위험했던 순간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급함에 꼭대기에서 전화가 과연
연결될까 염려하며 시도했으나 바로 신호가 전해져 깜짝 놀랐던 소백산!!!
와우~~~~~~~♬
2017년 1월 1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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