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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번 산행은 총 2542 칼로리가 소모되었다니 놀랍기도 하다.

전날 먹은 것까지 동원된 것은 아닌지...ㅎㅎ

산행거리는 13.93km였으며 산행시간은 7시간 31분 32초로 휴식시간 1시간 정도가 포함되었는데...

선수들은 30분 정도 빨리 내려갈 수 있었을 것이나 막내인 내가 좀 늦어서 시간이 걸렸다.




 여백(餘白)이 있으면 숨이 평화롭다.

상고대는 겨울산에서 기온이 -2℃~-8℃ 일 때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잘 나타난다 하며...

가녀린 나뭇가지에 똑같은 방향으로 얼음이 달려 바람도 나무도 생각이 있구나 싶었다.

  




 3시간 가까이 걸어 11시 43분에 해발 1068m의 정상에 도착하였다.

강산이 한번 변한 후에 1000 m 고지를 올라본 것이어서 같이 간 그들에게 말은 못했지만 뭉클~~하며...

상고대를 본 황홀함에 죽기 전해봐야 할 한 가지를 끝낸 기분이었다...^^




 높이 올라 넓게 보이니 누구보다 넉넉해졌다 싶으나...

주변의 산을 두루두루 설명해주시는데 정면으로 보이는 운악산 밖에는 기억에 없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무엇을 머릿속에 넣으려 할까!


 


 같은 산줄기라도 어떤 방향은 雲海가 내려앉아 바다에 떠있는 섬 같기도 한 것이 아련하였다.

내 발로 걸어와야만 보여주는 풍경이라 다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힘줄이 드러난 산줄기는 웅크린 열정을 일으켜주었으며 주위가 온통 山뿐이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점심 먹자는 소리가 들리는데 무엇에 홀린 냥 두리번거리며 정신이 멍~~~했다.

상고대를 만난 후로는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다리만 무심코 그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구름 위로 천천히 걸어가고 싶어라!'




 하산하는 길에 먹는 장소가 있을까 밑으로 향하며 내려다보이는 곳마다 그림이어서 랄랄~라~~~♬




 지평선처럼 하늘과 맞닿은 곳이 맘에 들었다. 뒤따라오는 영혼을 담으려고 애쓰는 중...ㅎㅎ

하얀 눈과 햇빛에 눈이 부셔서 감은 것은 아닌데 실눈이 되었다.

가방이 작으니 괴나리봇짐처럼 묶고서 잘도 다녔다. 춥지도 않고 福 받은 날이었다.




 깊은 산중에 의자가 나타나 운치를 더했는데 여름날 여인들끼리 앉으면 시원하겠구나!




 어느 詩人이 말하길, 복숭아나무 아래서 두 연인이 키스를 하자 이듬해에 복사꽃이 한꺼번에 피었다더니...

이 나무도 가을에 이어 온몸을 발산한 모습으로 신비로웠다.

나무 뒤로 돌아가면 무릉도원으로 향하는 입구가 있지 않을까?




 앞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저마다 멋진 풍경이 이어지더니...




 허름한 연인 산장이 나왔다. 먼저 들어간 분들이 지팡이와 아이젠을 나란히 벗어놓았기에 나도 따라서 걸치고 들어갔는데...

도립공원이고 높이가 있는 山이라 말끔하게 단장하면 좋을 듯하였다. 불을 두 곳 피워서 한쪽은 어묵을 끓이며 라면도 넣었고..

한쪽에서는 물만두를 삶고... 가래떡... 콩밥... 복분자주에 하나도 남김없이 먹었다.




 산장 안은 침침했으나 오직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조리할 수 있었으며 바깥 풍경도 근사했다.

모두들 배가 불러 커피는 내려가면서 마시기로 하고는...


 


 가방을 꾸리고 다시 언덕 위 정상으로 올라 장수 능선을 타야 했는데 밥은 잔뜩 먹었건만...

아이젠을 늘려 뒤꿈치 넣을 힘도 부족했고 배에 넣은 만큼 몸이 뚱기적거리며 장딴지가 부풀어 자꾸만 밑에서 잡아당겼다.

기온이 낮아 고무줄이 잘 늘어나지 않았을까, 너무 많이 먹었나! 언덕으로 올라가기가 천근만근이었네!




 햐~~~다시 봐도 좋아라!

여기까지는 멋진 雪國으로 남아있었으나 내려간지 30분쯤 지나 볕이 따뜻해지니...

나무에서 뚝뚝뚝 얼음이 녹아떨어지고 땅은 질척이며 미끄러져 올라올 때와는 영 딴판이었다.

상고대를 보려면 무조건 서둘러야겠구나!




 올라갈 때는 뒤처지지 않았으나 내려갈 때는 확실히 차이가 나서 눈 깜짝하면 거리가 벌어졌다.

가다 기다려주고 기다려주고 하는 고마움이 혹시나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에...

가끔 아이젠이 틀어지고 습기를 품은 눈과 낙엽이 동글동글 박히며 뾰족구두를 신고 내려가는 냥 불편했으니,

얼핏 겨울 연인산에 연인끼리 왔다가는 사랑을 하게 되는 산이 아니라 헤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4.8km의 장수 능선은 중간중간이 매우 가파러서 속도를 낼 수가 없어 내려오는데 만 4시간이 걸렸다.

1068m의 위용이 느껴진 것이다. 발에 물집이 잡혔을까 살폈으나 없었으며 다음날에도 다리가 아프지 않아...

산악인(?)이 된 듯 뿌듯함이 있었고 파란 하늘과 하얀 눈꽃이 어른거리며 한동안 힘이 될 듯하다.

함께 해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며 겨울이 가기 전 눈꽃을 한번 더 볼 수 있길 희망해본다





2016년  12월  2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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