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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행을 만나지 못하고 주목 군락에 들어섰다.

해발고도와 바람 때문이라도 키가 클 수 없었겠지만

제법 균형 잡힌 모습으로 꿋꿋하였다.

 

 모르는 사람끼리 왔으면 관심으로 찾을 수 있었을까?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오면 벌금(?)이 있다는데

아슬아슬하면서 훌륭한 볼거리였다.

 

 햐~~~ 우리나라 소백산 맞나?...ㅎㅎ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누운 나무가 눈에 파묻혀 안타까웠으나 멋진 雪國이로다.

 

 사람이 많으니 이런 그림도 연출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방패가 되어주며 응원하는 듯한데 

올림픽에서 메달이라도 딴 거야?

 

 한참 재미나게 구경하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온 거리보다 2배가 길어 서두르자고 했다.

언제 비로봉을 다시 오게 될까마는... 

 '잘 있거라, 소백산아! 내 너를 보러 와 많은 기쁨을 얻었다.'

 

 함께한 분들을 전화통화로 만나 이즈음에서

라면을 끓이고 어묵과 물만두를 삶아 점심을 푸짐하게 먹었다.

싸 갖고 간 밥은 뜨거운 국물에나 말아먹을까 찰밥이 아니어서 딱딱했으며

김치를 가져간 것은 잘한 일이었다. 내려가는 길이라도 배를 채웠으니

다행이라 여겨졌으나 얼마나 긴 거리를 내려가야 하는지 感 못 잡은 平山을 어이할꼬!

 

 가다가 소백산 남쪽으로 햇살이 비치니 평온함 속에 살아 있는 자연이 느껴져 흐뭇하였고...

 

 우린 능선을 타고 비로봉 반대 방향인 국망봉을 향하여 계속 걸었다.

올라온 사람들은 모두 연화봉 쪽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우리들 세상이었다.

내려가는 길이 멀고 겨울철이라 날이 일찍 저무니 이쪽으로는 다들 엄두를 못 냈기 때문이다.

 

 1420 m의 국망봉을 300 m 앞둔 시점에서 地圖를 참고하자면,

노랑 동그라미 부분이 우리가 걸었던 거리이며 총 15.96 km로

7시간 30분이 걸렸는데 점심은 30분도 걸리지 못했으니

눈길을 얼마나 빨리 걸었는지 알 수 있다. 눈이 없는 흙길을 걷는데도

8시간 걸린다는데 아이젠을 신고 30분을 앞당겼으니 이럴 수가...^^

 

 가다가 오던 길을 되돌아보았더니 하얀 모자를 쓴 비로봉이 다시 봐도 근사하였다.

바로 앞 나무들은 철쭉 군락이었는데 한동안 계속 이어져서 꽃이 피면 볼만하겠더란다.

푸릇한 나뭇가지에 분홍빛 꽃들이 얼마나 화려할까? 한편, 오름은 적고 대부분이

내리막이었지만 가다 보면 허벅지 근육이 욱신거려서 말을 못 하고 걱정이 생겼다.

갈 길은 아직도 8km를 남기고서 말이다. 어쩌다 사진 찍는다며

눈밭에 털썩 주저 않았는데 일어나고 싶지 않았어라! 끙~

 

 참고 가다 저절로 풀리기도 하고 장딴지가 당기기도 하면서 국망봉에 도착하였다.

1439m의 비로봉에서 1420m의 국망봉으로 고작 19m를 내려오는데

1시간 30분이나 걸렸지만 거리로는 3.1km 나 된다.

다들 선수들이라 나만 좀 삐거덕거린 듯 표시 내지 않으려고 했다.

 

 다음 목표는 상월봉(1272m)이었는데 점심 먹고 물도 안 마셨기 때문에

커피 한잔하기로 했던 곳이다. 얼마나 정신없이 걸었는지 내려갈 때

비료포대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ㅎㅎ

경사가 급한 곳도 있어서 저절로 미끄럼틀을 두 번 타게 되었는데

빨리 내려가서 좋았으며 눈길이 폭신했다. 특히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에는

계단참이 눈 때문에 낮아져 발목에 무리가 덜 오는 듯하였다.

 

 가다 보니 어의계곡(?)이었나, 한 시간 정도 이어진 것 같은데

물소리야 경쾌했지만 아이젠을 착용하였고, 날은 어두워지지...

좁다란 나무다리를 몇 군데 건너야 해서 겁이 나고 위험했어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집중하며 내려왔기 때문에 해냈던 것 같다.

한 번은 물을 건너며 돌보다는 얼음을 디뎠는데 그만 내려앉는 바람에

물에 빠졌지만 재빨리 나와서 젖지 않았다. 욱신거렸던 다리는 적응이 된 것일까

아니면 산속에서 밤을 새우면 큰일 나니 저절로 정신이 차려졌을까?

뒤따라오면 처지니까 차라리 앞장서서 씩씩하게 걸었더니

별 탈 없이 땅바닥에 내려올 수 있었네, 휴~~~ㅎㅎ

         

 아이젠을 벗었다가 다시 위험해서 착용을 하고...

걷다 보면 자꾸 돌아가 있어서 바른 자세로 걷지 않아 그런 것인지,

치수가 맞지 않아 그랬는지 지금도 궁금한 점이다.

또한 앞장서서 걷다 뒤따라오는 동료들을 기다리며 풀리지 않는 운동화 끈 매기를

배웠는데 내내 써먹을 생각에 흐뭇하였다. 핸드폰 불빛을 받아 내려왔으며

6시 30분쯤 울창한 낙엽송 원시림을 지나 小白山 겨울 산행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는데...

얼마나 마음 졸였던지 여정의 끝에 발을 딛는 순간 오던 길을 되돌아서서

산신령님께 감사하다 기도를 하며 고마운 다리를 떠올렸다.

나 같은 초보자는 짧은 길로 내려왔어야 했는데 내가 낙오하지 않자

모두들 탈 없이 안전 산행하여 다행이었다며...

아무것도 몰라 용감할 수 있었던 平山,

그 덕분에 멋진 小白山을 올라봤구나!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7년  1월  1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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