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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좋아 집 근처를 탈출해보고 싶었다.

집안일을 서두르며 무엇을 갖고 갈지, 식빵에 코코넛 오일을 발라 설탕 솔솔 뿌리며 굽고,

사과를 자르고 포도도 몇 줄기 씻고서 물을 채우는 동안 아침햇살에 마루가 밝아졌는데,

신문을 들여와서는 커피 한 잔에 잠시 주저앉고 말았다. 따스한 기운 받으며... 

소식을 접하는 것도 행복해서였는데 봄날은 이래도 저래서도 좋구나!

 '혼자서 어딜 간다고 그래...ㅎㅎ...'




 그러다 다시 오후가 되니 어딜 가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들어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시간에 山을 오르기는 무리고 둘레길이나 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

여러 곳을 찾았으나 마을에서 이어지기 쉬운 화계사에서 친구가 사는 방학동까지 걸어보자!



 

 집에 돌아와  대략 계산으로 둘레길 4개의 코스를 지나며 총 8km쯤 걸었을 듯하다.

오후 1시 50분쯤 화계사를 출발하여 5시 20분에 친구 집에 도착했으니 빨리 걸은 셈이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이따금 간식을 걸으며 먹었으며, 파란색 표시로 가야 하는데 주홍색 산 위로 올라간 경우도 있었다.

동네에 살아 자주 산책한다는 여인이 알려줘서 전혀 의심이 없었으나,




  얼음이 있는 이곳 약수터에서 사람들이 물을 긷고 있길 래 물 한 모금 먹고 일어섰더니,

여인은 간 곳이 없고 혼자서 한참을 오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에게 여쭈어 다시 둘레길을 이을 수 있었다.

 '길이 끊어진 곳에서는 둘레길 표시판을 잘 찾아봐야 한다.'



 


 말끔하게 지어진 '통일교육원'을 지나며  뒤쪽으로 특이한 건물을 발견했는데 아마도...

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하룻밤 쉬어가는 숙소(생활관)가 아닐까 예측되었다.

숲 속이라 조용해서 호랑이가 나올 수 있겠단 상상으로 즐겁고도 씩씩하게 걸었다.




 둘레길 제2구간은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순례길'이라 하여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이 많이 묻히신 곳이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었는데 문득 '국립 현충원'을 떠올리기 쉽지만 북한산 자락에 대부분 계신 듯하며,



 


 마을로 이어지는 곳에서는 철거되지 않은 음식점도 있었고 시골집처럼 정다운 골목도 나타났다.

계곡의 물웅덩이에는 봄을 깨고 나온 물고기가 가득하여 뜰채 한 번이면  매운탕이 푸짐하게 끓여질 듯했는데...

색이 검고 어른들 손바닥만 해서 지나던 사람들이 입맛을 다시며 잡고 싶어 했다...ㅎㅎ...




 구경하라고 섶다리도 만들어 놓았다.

물이 줄어든 겨울 초입에 놓으면 여름날 장마에 대부분 떠내려간다는데 물푸레나무를 Y로 세우고,

그 위에 굵은 참나무나 소나무를 얹어 다리 골격을 만든 후 솔가지로 상판을 덮고 흙으로 마무리하며...

못을 사용하지 않고 도끼와 끌로만 작업한단다.






 다시 주택가를 넘나들며 나무로 만든 집이 나타나 와아~~~ㅎㅎ

처마끝도 나무, 둘레도 나무, 색이 바래서 은은하니 부드러워 보였다.

한적하게 사시다 둘레길 때문에 시끄러워졌을 수도 있는데 어르신들이면 좋아하실 것도 같고...^^




 '순례길'의 끝부분에 있는 4.19 탑이다.

전망대가 있으며 말끔하게 정돈되어 그동안 3번을 지났는데 언제나 내려다볼만하였다.

우리나라 민주화에 한몫을 한 분들로 당시에 젊은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북한산 둘레길 1구간 '소나무 숲길 '에 접어들었다.

낮의 길이가 많이 길어졌지만 이때가 오후 4시를 넘었으니 서둘러야 할까 긴장감이 일었다.

아직 두 구간이 남아 시간 상으로 2시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였는데...

다행히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밝게 비춰주었고 동네 분들이 이따금 올라와 위로가 되었다.

친구가 사는 동네에 도착한 것은 5시 20분으로 걷는 내내 더워서 티 하나만 입고 걸었으나,

땀이 식자 한기가 느껴져 얼른 윗옷을 입고 운동장 두 바퀴를 도란도란 돌고서 아쉬웠지만 집으로 향했다.

봄이라 설렘으로 자주 밖으로 나가니 잠을 푹 자는 행복함도 함께 하는 날들이다.





2017년  3월  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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