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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동창들이 소풍을 가는 날이다.

갈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전날 비가 와서 아침에 햇볕이 빛나니 별안간 마음이 바뀌어...

10시에 기차를 타야 했음에도 아침밥을 챙기고 8시 50분에야 가자로 결정을 내렸다.

맨눈으로 봐도 창밖이 맑았으며 공기가 좋다니 설레었던 것이다.



 20분만에 후다닥 준비하고 늦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기차역으로 향하다...

가겠다는 대답을 못 줬기 때문에 표를 끊어야하나 연락해보니 좌석표가 남아서 타는 곳으로 오면 된다하였다.

2층으로 된 기차에 처음 오르자 경치가 훤히 내려다보여 신났으며 그 시절로 돌아가 재잘재잘하다,

떠들지 말라는 방송이 나와서 우리에게 하는 말일까 움찔하기도 했다.

남춘천역에서 내려 푸짐한 닭갈비로 배를 채우고 ...




  우리들만(20명) 태운 버스에 오르니 얼마나 한가 찌던지...

아무리 떠들어도 뭐랄 사람이 없어 좋았으며 가다가 '박사마을'과 '생태 수목원' 등 구경하고 싶은 곳이 많았으나,

곧장 달려 소양강댐이 있는 높다란 곳에다 내려줬지만 확트인 경치와 가슴속까지 시원한 바람에 상쾌하였다.

왼쪽으로 내려가 배 타고 청평사로 갔었는데 자동차로 가는 사람이 많아졌는지 비교적 한산했으며,

 '물고기를 상징하는 모형은 무엇을 뜻할꼬?'




 댐 아래에는 압도적인 구름이 자리하며 비를 몇 방울 뿌렸다 말았다 했다.

현재 화력발전이나 원자력에 의지하는 우리나라는 수력발전의 의미가 날로 적어지고 있다는데...

순수한 우리기술로 만든 소양강댐 덕분에 중동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니 고마움에 다시 바라봐졌다.




 다리 위를 이리저리 몰려다니다 누군가 툭 던지는 소리에 평소보다 몇 배로 웃어보고...ㅎㅎ

친구들 얼굴본지 거의 1년 만이라 반갑기도 했지만 새로운 풍경에 분명 기분전환이 되고 있었다.

멀리 오른쪽으로 보이는 팔각정까지는 시간 상 가지 말라니 아이들처럼 말도 잘 들었지 뭔가!




 춘천은 어디를 가든 물이 많아 호반의 도시답게 경치가 좋았는데...

이제는 호반의 도시보다 '문화 관광의 도시'라 일컫는다니 오히려 변별력(辨別力)이 떨어진단 느낌이 들었다.

소양강 처녀상과 '스카이 워크'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도 여전히 볼거리가 많았으며,

바람이 불고 위험해서 투명하게 물이 내려다보인다는 다리를 건널 수 없음이 아쉬웠다.




 地理를 모르고 가는 곳마다 물을 만나니 거기가 거긴 듯 전혀 감이 잡히질 않다가...

집에 돌아와 地圖를 보고 이곳이 남춘천역에서 가까운 공지천으로 의암호의 일부분임을 알게 되었다.




 전망대에 오르니 바다에 온 것처럼 눈앞이 시원했는데 갑자기 먹구름에 바람이 강해지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근처의 찻집에라도 가려 했으나 곳곳마다 만 원이라 천막 아래서 기다리게 되어 시간이 무척 아까웠다.

둘레길이 잘 되어 있던데 서울에서 가까운 편이지만 언제 다시 오냐며 궁시렁 궁시렁...^^




 이런 기분을 알았는지 해가 반짝하자 버스가 멈추어 의암호 둘레길을 잠시나마 걸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날마다 산책으로 길들여진 발이라 그랬나 왜 그리 걷고 싶은 것인지...ㅎㅎ...

해가 물속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리던 모습을 담아보며...

 '이런 호숫가 주변에 살아도 좋겠구나!'




 한 바퀴를 돌면 2시간 걸린다는데...

자전거 타는 사람도 여럿 보이고 계절이 늦어서 그렇지 완연한 봄이면 파란 새싹에 더욱 멋질 듯하였다.

돌아오는 기차를 예매했어서 30분 정도로 아쉬움만 달랬기에 걷고 싶은 미련이 잔뜩 남았으며,

그냥 가기 섭섭하다 막국수에 계란까지 먹고 다시 기차에 올라 재잘재잘 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맑은 공기에 실려 갑자기 떠났으나 바다 같은 호수 구경에 시원한 댐 구경에 오락가락 날씨 변화에...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신선했다고 어릴 적 친구들 나들이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2017년  4월   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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