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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에서떠남

오랜만에 문수산

평산 2017. 4. 27. 22:53

 친정에 행사가 있어 갔다가 하룻밤 자고 문수산에 올랐다.

아버지께서 어려우니 산에 가지 말라 하셨지만 거리가 있어 점심 먹고 어쩌다보면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

자는 김에 겨우 1년 만에 찾게 되었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 흐린 날씨가 도와주었단 생각이다.

예정에 없이 하룻밤을 잤기 때문에 산에 오를 생각도 못해서 아버지 모자와 꼭 맞는 엄마 등산화를 신었더니,

오른쪽 발뒤꿈치에 물집이 생기는 듯했고 내려올 때는 양쪽 발가락이 아팠다.

그래도 이 멋진 풍경을 아니 볼 수 없어 나무 지팡이 하나 만들어 가파른 오르막길을 30여 분 올랐을까?

정상으로 향하는 성벽이 나오며 꽃들이 저절로 이끌어주었으니 와우~~~^^




 해발고도가 376m의 낮은 산이지만 내려다보는 풍경은 1000m의 높은 산이 전혀 부럽지 않은 곳으로...

서울보다 기온이 낮아 진달래가 남아있었으며 평일이라 한적하였는데,

자리 잡고 쉬고 있던 여인들이 이 험한 곳에 혼자 오셨냐며 말을 붙였다.




 정상에 오르니 없던 건물이 들어서고 이달 말일께 한다는 철쭉제에 맞추어 완성하려는 듯 한참 정리 중이었으며,

성벽터만 동그랗게 있었을 때는 사방이 트여 바람이 강하게 불었는데 온화하니...

바로 앞 잔디가 영락없는 하트 모양으로 보여 눈이 크게 떠졌다.




 좀 더 북쪽으로 나아가 첫 번째 전망대에서 요리조리 둘러보았다.

산 앞쪽으로는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여 흐르는 곳이며 바로 건너편이 북한땅인데 뿌연 가운데

북에서 방송을 하는지 뭐라 뭐라 소리가 들렸지만 복사꽃은 시절을 즐겨라 활짝 웃고 있었다.




 지나온 길을 바라보니 더욱 멋스러웠으며 이곳은 원래 해병대가 지키던 최전방이어서...

올라올 때는 못 봤던 군사시설에 현장감이 있었으나 평화로운 모습이라 남북한 대치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1

 

 땀을 흘렸으니 물도 마시고 시원한 배 한쪽에 강 넘어 희미한 북한땅을 건너다 보는데...

혹시 총알이 날아오는 것은 아닐까 불현듯 상상을 하니 섬찟하였다...^^




 다시 서쪽으로 시선을 두니 강화대교가 물 위에 걸쳐져 아름답게 서있다.

벌써 남과 북의 강물은 하나가 되어 바다로 흐르며 아무런 군소리가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전망대도 궁금해서 더욱 북쪽으로 전진하였는데 따르르르릉~~~ㅎㅎ

혼자서 멍~~~하니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다 이럴 때 전화도 반가웠다.




 올 때마다 보아도 질리지 않는 염화강과 건너편의 강화도!

모심으려고 물을 가뒀을까 아스라이 보이는 논과 밭들도 정다웠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 참나무 군락을 만나며 발이 붓는 것일지 신발을 벗고 갈까 망설였는데...

꽉 끼는 신발 벗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왔으니 나도 모르게 연둣빛으로 물들었을 것 같다.

연고가 없던 이곳에 우연히 자리잡으셔서 아름다운 문수산을 오르게 되어 올 때마다 축복이라 여긴다.





2017년  4월   2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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