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침 일을 끝내며 고구마 씻고 있는데 어딜 가자는 연락이 왔다.

편안하게 있다 오후에 어머님에게나 들러 저녁 먹고 오려 했더니 갑자기 일정이 바뀌게 된 것이다.

휴양림을 가자는 소식에 기뻐서 무작정 따라나섰다...^^



 

 주차장에서 내리자 바로 앞에 이런 시설이 되어 있었다.

공기가 도시와 다른 것은 물론이고 나무들의 크기가 일단 압도적이었다.

예전에 축령산에는 노랑매미꽃 군락이 있다며 가자 가자 했었는데 여기였구나!





 얼른 빵 몇 조각 굽고 내려가며 오이 한 다발 사서 몸을 실었었다.

이런 데크로 캠핑 오는 사람들은 하루에 4000원이며 숙박시설처럼 오후 2시부터 다음날 12시까지 사용할 수 있단다.

입장료는 1인당 1000원이었고 자동차 주차료가 3000원이었는데 여름 피서지로는 으뜸이 아닐까 싶다.

식수대에서 오이를 씻어 욕심 없는 마음으로 빈자리에 자리를 깔고 누웠는데 세상 이렇게 편안할 수가 있나!

자리주인이 올 때까지 간식도 먹고 이야기에 소곤소곤...ㅎㅎ...




 바로 아래 빈자리에 주인이 찾아들어 우리도 비워줄 때가 왔다는 것을 실감했으나...

햇볕을 피하려고 돗자리를 이리저리 빙글빙글 옮겨다니는 것도 재미있었다.

일찍 자리 잡고 점심으로 고기 굽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먹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냄새가 거슬렸다 할까?

잠시 다녀가는 것이라면 간단한 간식에 숲을 온전히 느껴봄이 어떨까 싶었다.




 드디어 자리 주인이 나타나 미안했던지 예약하지 않아도 쉴 수 있는 자리를 일러주었는데...

불을 피워 식사준비를 못하는 곳이라 자리가 좁았으나 우리에게는 행운과도 같았다.

산수국이 가득해서 또다른 아름다움이 있었으니 말이다.




 숲해설가 이야기로는 요번 주 산수국이 절정일 것이란다. 해설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있었다.

가장자리에 핀 꽃은 나비와 벌 같은 곤충을 불러 모으는 역할로 암술과 수술이 없거나 빈약하여 씨를 맺지 못하는 무성화이며,

가운데 동글동글 부분이 수정이 잘 되어 열매를 맺도록 도와준다는데, 유성화와 무성화의 조화가 근사하였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까 싶어 나만 잠시 걸었다.

멍석이 깔려있고 시설을 잘해놓았으나 조금 더 오르자 숲이 우거져 어둠침침했다.

산을 내려오는 시간도 올라가는 시간도 아니어서 사람들이 없어 무서웠지만 햇살이 빛나는 산마루가 목표였으나,

지도와는 방향이 달랐는지 고도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어서 당황되기도 했다.




 드디어 건너편을 내려다볼 수 있는 능선까지 오르자 햇볕이 쏟아져 싱그러웠다.

바로 아래는 안개가 끼었는지 바다라고 생각하면 바다가 되어주는 비밀의 세계가 펼쳐졌는데,

하룻밤 자고 오는 것이면 짐을 풀고 축령산(886m) 정상을 거쳐 서리산(832m)으로 천천히 돌아오는 것도 의미있겠다.

요즘은 저녁 7시가 넘어도 환하여 4시간 걸린다니 넉넉하리라!




 앞으로 계속 나가고 싶었으나 원시림에 돌아서며 무지 서운했던 지점이다.

짐작건대 광릉수목원과 가까웠고 비슷한 식생으로 우리나라 온대림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 아닌가 싶다.

건조해서 미끄러져 조심조심 내려와 옮겨진 자리로 향했는데...




 그 사이 사람들이 바뀌어 편안한 의자와 아이스박스, 해먹에서의 낮잠에... 책 읽기에...

뒷산만 왔다 갔다 하다 평소에 못 본 광경들로 숲을 찾아 즐기는 방법이 많이 변했단 생각이 들었다.

이때가 저녁 6시쯤으로 어둑해질 때까지 있으려다 자리를 떴는데 참으로 느긋하니 세월 좋았다.

돗자리 하나로 오후 내내 행복했어서 자주 오고 싶구나!





2017년   6월   19일   평산.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