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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분은 더덕계탕에 필요한 재료를 협조하시고...

어떤 분은 그 재료로 닭 손질에 찹쌀, 마늘, 더덕을 넣어 푹 삶으시고...

무용으로 좋은 일하고 싶다는 분들이 합심하여 경기도 송추에서 어르신들 동네잔치가 있었다.

 

 

 

 

 도착해보니 근처의 군부대에서 빌려왔다는 의자들이 수북했는데 잔디밭 쪽으로 무대를 설정하고 옮기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의 마당 공연에 이어 저녁식사가 있을 예정이며 3시에 만나 여유가 있을 줄 알았더니 빠듯하였다.

비와 거미줄에 얽힌 마당의 의자까지 정리하고서 걸레를 빨아 닦기 시작하였다.

모처럼 날이 활짝 개어 다행이었으나 모기가 달려들어 간지럽고 움직이니 후덥지근했다.

 

 

 

 

 그나마 마당이 오후 들어 그늘 지고 족구장을 잠시 해체할 수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의자 준비가 끝나자 앰프 설치와 반주기에 연결하여 춤추시는 분들의 음악이 나오나 틀어봤으며...

여러 사람이 잘 들을 수 있게... 노래 부르기 연습... 색소폰 연주 준비 등 바쁜 가운데 동네 분들이 한 분 두 분 오셨다.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리허설을 해본 셈인데 순조롭게 진행이 될지 순간순간 두근두근했다.

 

 

 

 

 이 시간에 식당에서는 상차림이 분주했을 것이다.

닭 삶는 냄새가 폴폴 나서 어르신들 안내하다 잠시 들여다보면 도와줄 것이 없을 정도로 척척 진행되고 있었다.

공연 마지막 순서로는 10분 동안 춤추는 시간을 두어 제일 열심인 분에게 천만 원의 상금이 있다 했는데,

'이런 작은 공연에서 상금이 천만 원이라니, 장난이라 생각하고 다시 물어봐도 천만 원이라고???'

결국 앞에 앉으신 체크 바지 할머니께서 천 원짜리 와 만 원짜리 한 장씩 들어간 봉투를 거머쥐셨는데,

나만 몰랐을까? 좌우지간에 기발한 생각임에는 틀림없었다...ㅎㅎ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만한 곡으로 색소폰 연주에 이어 국악 소리에 맞춰 춤사위가 있었다.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살포시 들어 올리는 외씨버선의 한국무용은 정적이면서도 은근한 멋스러움이 있었는데,

춤이 끝난 뒤에도 어르신들의 흥을 돋우는 역할에 두 분이 열심이셔서 한층 분위기가 올라갔었다.

나에게도 자꾸 손짓을 해 잘해보려고 손뼉을 치고 소리도 질러봤으나 역시 무대 체질이 못됨을 깨달았다.

 

 공연은 예정보다 15분 정도 연장되었을 것이다.

시장들 하실까 봐 얼른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서 더덕계탕을 나르기 시작했다.

뜨겁고 기름기에 미끄러워 조심해야 했는데 쟁반으로 들고 다니다 주방 카트를 이용했더니 훨씬 나았다.

이장님이 도와주기도 하셔서 나르기를 끝내고 우리도 자리에 앉아한 마리씩 먹었으며,

정성이 느껴져 몽땅 비웠지만 차분한 저녁이 아니어서 맛은 제대로 느끼질 못했다. 

 

 합심해서 마무리를 하고 행사를 도운 분들 끼리 뒤풀이가 있다 해서 저녁 8시가 넘어 이동했을 것이다.

가까우며 불빛이 반짝이는 곳으로 옮겼는데 일을 한 시간 했다면 놀기는 5시간 했을 것 같다...ㅎㅎ

생각지도 않은 3차까지 갔다가 집에 12시가 넘어 들어왔으니 말이다.

새로운 세상을 접해봤다고 해야 할지, 술에 취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노래를 부르고 춤도 어울려 추었다.

학생 때 이후로는 이런 곳에 갈 사람도 없어서 아마 처음일 듯했는데 내숭 안 떨고 재밌었다...ㅎㅎ

다만 옆 테이블 사람들이 빠른 곡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블루스를 추려고 해서 슬쩍 무대에서 내려왔다. 

부끄럽지 않게 이끌어주던 사람들이라 고맙기도 했지만 붙잡고 추는 춤에는 두드러기 날 지경이라 피했다.

자유인이 되어 홀로 아니면 무리를 지어 재밌게 어울리는 것이야, 까이꺼... 흠흠...

뒤풀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을 것 같아 봉사를 다녀온 것인지 실컷 놀다 온 건지 헛갈리는데,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도와달라 하셔서, 음~~~ 생각 중이다.

집에 와서는 근사한 카페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춤췄다고 이야기 못했다...^^*

 

 

 

 

   2017년  7월  1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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