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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에 계시는 아버지께서 강화도 해안을 돌아보자 하셔서 시간이 되는 가족들이 모였다.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 있으신 분이라 십 년 전쯤에는 해설사가 있는 역사탐방을 다녀오셨는데...

가까이 사시며 궁금하셨던 것이다. 나 역시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오전 11시에 집합하기로 했는데 열 명이서 10분 전에 모두 도착하였다...ㅎㅎ...

잠시 과일을 깎아 도란도란하다 강화 본섬보다는 교동도에 가보자고 하여 계획 없이 출발했으나...

이틀 전 북한군 한 명이 이곳으로 귀순했다 하고 요즘 북한과 민감한 상태여서 대교를 건너며 두려움이 일기도 했다.

다리는 2014년에 개통되어 양쪽에 人道가 보였는데 건너자마자 일일이 주민등록증 대조는 없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두 곳을 지나며 군인들에게 출입증을 받았고 군사시설은 찍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다.




 이북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섬이지만 생각보다 아주 편안했으며 집들이 많았는데...

현재 약 3900명에 가까운 주민들로 주변 상황으로 보아 어업보다는 농사지으시는 분들이 많을 듯하였다.

가다가 연산군 유배지가 800m란 표시가 보여 그냥 지나가는 앞차를 냉큼 세웠다.

어떻게 그냥 지날 수 있겠는가!



 


 입구에서 150m를 올라야 했어서 엄마는 차 안에서 기다리시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으나...

동생이 천천히 모시고 올라와 깜짝 놀랐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별거 아닌 듯해도 별일이었던 것이다.

밖으로의 구경은 이제 어려울 것이라 여기셨던지 순간순간 감동하시는 모습이어서 자주 시간을 내보자 했다.



 


 연산군은 왕으로 12년을 있다 폐위당했는데 불운의 왕이라 불리지 못할 만큼 악한 일을 많이 했는가 보다.

강화도로 유배 갔다가 열사병에 걸려서 다시 교동도로 옮긴지 2달 만에 생을 마감했으며...

어머님과 일찍 사별을 해서 그랬나 왕자로 태어났어도 30년으로 짧게 살았다.

그의 묘지가 있는 방학동에 몇 번을 가봐서 친숙하게 느껴졌는데도 지나온 사연들을 읽어보니 과연 심란하였다.

곁에 있던 사람들마저 등 돌리고 중종을 내세운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구경하고 다들 내려갔는데 오랜만에 인물사진 한 장 남긴다...ㅎㅎ...

연산군이 창살에 갇혀 구루마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모형을 먼 배경으로 하여 쓸쓸함을 살짝 가려보았다.




 사실 이곳 유배지도 정확하진 않고 문서로 추측하는 곳이라는데...

교동도 흙이 좋아 그런지 집 뒤에 꽃나무(?) 같은 여뀌를 만나 시원스럽고 보기 좋았다.

올라오는 주변에는 밤나무가 이어져 한참 송이송이 여물어가고 있더니...




 하늘을 바라보는 수수가 멋스럽고 해발 269m의 낮은 화개산도 서해 바닷가라 평야지대에 우뚝 선 모습으로 다가왔다.

가다보면 머물고 싶은 곳이 많았으나 보는 눈이 다르고 시장기가 느껴지는지...

혹시 회를 먹을 수 있을까 가까운 포구로 달리자 했다.



 

 그러나 이곳 포구에는 낚시하는 몇 사람들 밖에 없었다.

건물이 하나 있었지만 다가가니 빈 공간으로 바닥에 새우 잡은 흔적을 남겼을 뿐...

소용돌이치며 빠져나가는 썰물에 작은 구멍으로 빠르게 드나드는 생물들이 오히려 반겨주었다.


 


 또한 썰물을 따라 갈매기들이 쪼르륵 내려가며 먹이를 찾아 종종 걸음을 쳤다.




 섬에 무슨 공장이 있을까 궁금하다 지나면 모조리 정미소였을 만큼 논이 넓어 평야라 부를만했다.

한강 하류의 삼각주란 말이 무색하게 김포평야는 난개발로 모양새 없이 변해가는데 이곳은 섬인데도 농사지을 땅이 많았다.

커다란 저수지 두 개 있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북한 땅이 바로 옆이란 생각도 잊어버릴 정도로 고요한 교동도에...

모처럼 오지 않았더라면 아주 멀게만 느껴지고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곳으로 자리잡을 텐데,

화개산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고 둘레길도 걷고 싶어졌다.





 2017년  8월  1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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