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상생활

봄동아, 너 참 고맙다!

평산 2018. 3. 13. 00:00


 어머니께서 며느리가 이쁘셨을까 용돈 5만 원을 보내셨다.

돈 생겼으니 기쁘게 생각해야 할 테지만...

잘 쓰겠다고 전화를 드려야 하는 입장이라 기분이 그냥 그랬다.

나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지 않겠나?


 그래서 편안하게 가기로 했다.

마음이 우러날 때 전화드리자고 그런 일 없었던 것처럼 이틀을 보냈다.

양심상 삼 일째 전화를 드렸더니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으셨다.


 볼일을 보고 집에 돌아온 후 봄동이랑 딸기, 시금치, 생선 한 마리를 사갔다.

어머님이 용돈을 주셨으니 넉넉하게 써도 되는데...

그 돈에서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용돈으로 주셨으니 나도 좀 써야지...ㅎㅎ




 냉장고에 김치찌개가 한 냄비 들어 있었다.

집에서도 김치찌개를 먹은 후라 먹고 싶지 않아서 우선 시금치를 다듬으려고 펼치는데,

아무것도 하지 말자 하시고는 정신을 못 차리시고 누우셨다.

 "어머니, 이제 수면제  드시지 마세요."

 "응...잠이..... 와야 말이지!"

 "낮에 주무시지 마시고 밤에 잠이 안 오시거든 텔레비전이라도 보세요."

밤마다 신경안정제를 한 알씩 드신다니 수면상태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주무시는 동안 멸치 국물 내서 봄동 된장국 끓이고...

시금치를 살짝이 아니라 푸욱~~~ 삶아서 무치고...

생선 한 마리를 굽는데 술 좋아하는 조카가 있으니 과연 냉장고에 소주 맥주가 보여서...

소주를 아낌없이 먹여 반 토막을 접시에 담았다.


  "어머니, 저녁 드세요!"

입맛이 나시는지 국에 말아 드시는 경우는 드무신데 떠드린 밥을 다 넣으셔서

생선은 두 번만 손이 가시고 봄동 된장국은 깨끗하게 비우셨다.

설거지를 마친 후 딸기를 씻어 며느리가 거의 먹고 집에 돌아와서는...


 


 봄동 된장국이 맛있어서 아침을 위한 국을 다시 한솥 끓였는데...

부드러운 듯 달콤한 국물이 목으로 넘어갈 때마다 행복해서 금방 먹었지 뭔가!


 아쉬워 다시 한 번 끓이자고 세 송이를 사와 요번에는...

부침개 해 먹는 것을 텔레비전으로 봤기에 중간 잎으로 몇 잎 남기고 모조리 넣었다.

봄동을 많이 넣어야 단내가 나며 구수하기 때문이다.

남은 김치찌개를 드실 어머님 생각도 났지만 갔다 드릴 정성은 모자랐다.


 국을 올리고 한쪽에서 전을 부치는데 생각보다 기름이 들어가고 ...

시간이 걸렸지만 단지 밀가루와 봄동 잎뿐인데 연둣빛이 근사하고 맛이 훌륭해서 

이제 막 시작하는 봄을 제대로 맞이하는 것 같았다.

 '봄동아, 너 참 고맙다....ㅎㅎㅎ'





2018년 3월 13일  평산.


'일상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치  (0) 2018.03.20
마루에 내놓기!  (0) 2018.03.16
앞다리와 뒷다리  (0) 2018.03.08
피부미인 되려다...  (0) 2018.03.04
어머니와 딸기  (0) 2018.02.28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