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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김치

평산 2018. 3. 20. 11:45


 아버지께서 가을 무 두 개를 주셨다.

무엇을 해 먹을까 하다 전날 쪽파도 한단 다듬어 놓았기에 나박김치를 하자고 했다.

정수기가 없는 관계로 물김치 하려면 물 한 주전자를 끓여 식히는 게 일이다.

평소에는 쌈 배추와 무를 씻어 썰고 절여서 양념을 숭덩숭덩 넣어 쉽게 하는데... 

어머님도 갔다 드릴 것이라 고춧가루와 마늘 찧은 것을 망에 넣어 고운 국물을 냈다.

뭐라 하시니 흉잡히기 싫어서...ㅎㅎ...




 커다란 무를 반 개만 사용했기에 나머지로 무엇을 할까...

국이나 나물 등 할 것이야 많지만 마침 배추 할인에 김장김치도 한 포기 정도만 남아 배추를 사러 갔다.

양념이 다 있는 편이어서 배추만 사려니 배달해달라고 할 수가 있나?

3만 원어치는 사야 하는데 배추가 6900원이고 사과 6000원에 버섯 2000원...ㅎㅎ...

무거워 배추만 양손에 들고 온다 해놓고 요즘 딸기와 바나나가 잘 나가서 그런가

값에 비해 사과가 크고 실해서 눈에 번쩍 띄었으니 어쩌란 말인가!


 뒤뚱뒤뚱 107동을 지나자 반장 아저씨가 양손을 보고 깜짝 놀라 들어준다는 것을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고마운 말씀이고 무게에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도착한 후 혼자 있는데...

茶 한 잔 드리기도 뭐하고 사과 하나를 건네드려야 하나...

무엇인가 복잡해지는 것이 싫어 낑낑대고 왔던 것이다.


 겉잎을 한 바퀴 돌려서 시래기로 삶고 밑동만 잘라 길게 절였다.

일주일 전만 해도 배춧값이 10000원을 넘었는데 값이 싸져 반가웠다.





  지난 가을에는 고춧가루를 사지 않았다.

부족할 것 같긴 했지만 필요하면 조금만 사서 남기고 싶지 않았고 여름날 열무김치는...

고춧가루가 덜 들어가 백김치도 담가먹으면서 일단 견뎌볼 생각이다.


 김치를 매번 담가보니 빨갛게만 한다고 해서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빨가면 색으로 질리기도 하고 젓국으로만 간을 해도 맛이 진해서 적게 먹게 되어,

되도록이면 심심하면서도 싱싱함이 남도록 절이는 시간과 소금의 양, 익히는 시점이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모조리 양념에 넣어 비비지 않고 통에다 배춧잎을 깔고 쓱~ 지나가기도 한다.

밑에는 어쨌든 양념이 내려가 꼼꼼하게 칠하지 않아도 맛은 똑같으니 말이다.


 무 두 개를 선물 받은 덕분에 망설이지 않고 김치 두 가지를 담갔는데,

익은 냄새가 나기 시작한 나박김치는 냉장고에 넣었고 배추는 저녁때까지 두고 봐야겠다.

김치찌개를 더 해 먹고 싶어도 한 포기 남은 게 아까워 남은 김치는 반찬으로나 먹어야겠으며,

3월이 지나는 이 시점에서 김장김치가 없어지는 것은 김치 담기가 번거로워도...

나에게 개운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2018년  3월   2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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