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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빈 화분을 발견하고...

평산 2018. 4. 23. 16:51

  

 나가는데 다른 동(棟) 화단에서 빈 화분이 얼핏 보였다.

볼일을 보고 비닐 보따리 두 개를 들고 집으로 향하며,

후문으로 들어오면 더 가까웠지만 화분이 생각나 긴 거리를 돌아 일부러 지났다.


 화분은 전부 도자기로 아담하니 깨끗하고 모양이 제각각 버리기 아까운 것들이었다. 

화려하고 큰 화분만 빼고 보따리를 팔에 걸고서 옹기종기 4개를 들고 오는데,

생각보다 가벼워 어려움 없이 옮겼으며 행여 화분 주인이 돌아가셔서 내놓았다 해도

잘 쓰면 되는 것이라 안 좋은 영혼이 따라왔을 것이란 생각은 떨쳤다.


 *군자란이 새롭게 싹을 하나 매달았으니 포기 나누기해주리라!

 *플라스틱 화분을 예쁜 도자기로 바꿔주리라!



  



 다음날 군자란 싹을 불리해 예쁜 화분에 담아보려 시도했으나,

엄마와 떨어지기 싫은지 딱 붙어있어서 뿌리를 다칠까 떼어내기 어려웠다.

조금 더 크면 해줘야겠다며 화분을 며칠째 현관에 두고는

밖에 나갈 일이 있어 화분이 있었던 곳을 지나는데,


 남겨두었던 커다란 빈 화분이 회양목 밑에 숨겨진 채 돌로 눌러놓은 것이 보였다.

 '누가 들고 갈지 모르니 눌러 놓았나?'

 '가져갈 사람이 찜 해놓고 간 것일까'

 '주인이 새로운 것을 심으려 내려놨는데 화분이 없어져 허탈했을까!'

 '혹시 버린 게 아니었나???'



 빈 화분을 가져온 시간은 오후 3시쯤으로 누군가 옆에 있으면 물어봤을 텐데...

거리낌 없이 들고 왔으나 숨겨져 있으며 돌로 눌러놨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다음날 산책을 가며 화분을 그 자리에 날라다 놓고 갈까 어쩔까...

화장실 나올 때는 다른 마음이라더니 복잡해지고 싶지 않아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결국 돌 때문에 주인이든 나그네든 미련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도로 가져다 놓기로 하고 낮에 옮길까 밤이 좋을까 두 마음이 커졌다 작아졌다 했다.

 '부끄러운 짓이 아니었는데 왜 밤을 생각해?'

 '그래도 좀 그렇잖아, 하기 싫은 일이 되었어!'

 

 오후 4시쯤 집에 도착하여 화분을 들고나가려는데 왜 그리 무겁던지...ㅎㅎ...

올라올 때는 무게중심이 잘 잡히더니만 내려가는 것이라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화분이 있던 동 앞에는 마침 어떤 여자분이 누굴 기다리나 왔다 갔다 하는 모습으로...

차라리 잘 됐다 싶어 더욱 당당해져서 커다란 화분 옆에 편안하게 내려놓은 다음,

화분 두 개씩을 포개어 누군가 해놓은 것처럼 가운데에 돌 하나씩을 넣어두었다.


 화분이 돌아와 깜짝 놀랄지 모른다는 상상이 지나고,

돌아서며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가 스스로에게 물으니, 망설이지 않고,

 '예쁘게 쓰려 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려놓는 것'이며 아까울 것 없다는 대답이었다.

이렇게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았던 일이 며칠간 머물렀는데...

어제 또다시 그곳을 지나다 돌덩이 세 개만 덩그러니 남은 것을 보게 되었다.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을 테지...^^*





  2018년  4월  2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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